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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여행 꿈꾸는 사람들의 무한경쟁

제24회 미국 내셔널 스페이스 심포지엄

2008년 4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제24회 내셔널 스페이스 심포지엄이 열렸다. 매년 개최되는 이 심포지엄은 항공우주분야, 특히 로켓 같은 추진체 분야의 가장 큰 행사로 세계 항공우주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미국 공군 같은 정부 기관을 비롯해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 하니웰, 록히드 마틴, 프랫앤휘트니, 노스롭그루먼 같은 150여 개 민간 항공우주기업이 참여해 각자의 역량을 뽐내고 새로운 사업거리를 찾았다. 이 심포지엄은 21세기 들어 급변하는 항공우주산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NASA가 개발 중인‘아레스 Ⅰ’발사체. 차세대 유인 우주선‘오리온’을 싣고 우주로 나간다. 아레스 Ⅰ 로켓은 보잉이, 오리온은 록히드 마틴이 제작을 맡았다.


항공우주산업, 민간이 주도해

미국 항공우주산업 시장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동안 정부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업이 점차 민간 주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불과 2년 앞으로 다가온 우주왕복선의 2010년 퇴역에 따른 차세대 발사체 개발, 화성과 달 탐사, 그리고 바로 현실로 다가온 우주여행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2006년 NASA는 현재 운용 중인 4대의 우주왕복선을 2010년까지 모두 퇴역시킬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NASA는 차세대 우주왕복선을 개발하는 연구기획만 담당하고, 실제 개발은 민간업체에 맡긴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현재 공모를 통해 뽑은 2곳의 업체가 차세대 우주왕복선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흐름이 바뀐 이유는 항공우주기술을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일정과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항공우주기술을 개발하는 경우 정부가 주도할 때보다 일정과 비용 모든 측면에서 30% 이상 절감효과를 본다는 판단이다.

2000년 이후 실제로 많은 민간업체가 우주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기업이 스페이스엑스다. 스페이스엑스는 2007년에 이미 ‘팔콘’이라는 발사체를 개발해 시험비행에 나섰으며, 정부가 주도해 개발한 발사체에 비해 3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위성을 발사해주는 서비스를 곧 시작할 계획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위성 발사 사업에서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주산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인터넷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업체라는 점이다. 스페이스엑스는 세계적인 인터넷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세운 회사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비조스는 ‘블루오리진’이라는 우주관광회사를 차렸다.

이 밖에 구글은 전 지구 위성영상지도 서비스에 이어 우주지도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고, 최근에는 로봇 우주선을 달 표면에 착륙시켜 탐사결과를 지구로 전송하는 대회인 ‘루나 랜더 프라이즈’(Lunar Lander Prize)를 후원하고 있다.

2004년 미국의 항공우주회사 ‘스케일드 콤포짓’은 ‘스페이스십원’이라는 비행체로 2주 만에 우주비행을 두 번 연속해 성공하면서 민간우주개발시대를 열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정부만이 우주개발을 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깬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민간우주여행에 대한 미국 시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우주여행회사 버진 갤럭틱이 2010년 미국 뉴멕시코주 사막지대에 지을 우주공항의 조감도.


눈앞에 성큼 다가온 우주여행시대

영국의 버진 그룹은 스케일드 콤포짓과 공동으로 ‘버진 갤럭틱’이라는 우주여행 전문업체를 세우고, 2008년 2월 스페이스십원을 개량한 ‘스페이스십투’의 디자인을 공개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약 2억 원의 비용으로 30분간 우주여행을 하는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200명의 우주여행 대기자들이 각각 2억 원의 비용을 이미 지불한 상태다. 한편 미국의 우주여행회사 엑스코르는 올해 3월말, ‘링스’라는 우주비행체를 개발해 버진 갤럭틱보다 값싼 비용으로 민간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아르마딜로, 오비텍, TGV 같은 미국의 많은 항공우주회사들이 우주여행용 비행체를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발사체 형태가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비행기 형태의 우주여행용 비행체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우주비행체 개발 업체에 비해 로켓 엔진 개발 업체의 수는 적은 편이다. 로켓 엔진을 개발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항공기 개발 인프라가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
 

지난 2월 버진 갤럭틱이 디자인을 공개한 우주관광용 비행체 스페이스십투. 약 2억 원으로 30분간 지구 상공 100km에서 준궤도 비행을 할 수 있다.


차세대 메탄로켓에 대한 관심 커져

로켓은 우주개발의 핵심 부품이다. 인공위성이든 우주비행체든 로켓이 없으면 우주 근처에도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 동안 석유를 정제한 연료(케로신)를 추진제로 사용한 액체로켓은 인류가 우주에 도전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케로신을 사용하는 액체로켓은 엔진 한 대를 만드는데 보통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데다가 한번 사용한 로켓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미국의 항공우주시장에서는 액체로켓의 단점을 보완할 차세대 메탄로켓 개발이 화두로 등장했다.

그동안 미국에서 액체로켓을 개발한 업체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을 개발하는 일에 큰 관심을 쏟지 않았다. 한번 쓰고 버리는 로켓을 만들어도 정부가 로켓을 다시 사주는데, 굳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만들어 수익을 줄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미국이 우주산업의 방향을 민간주도로 바꾼 뒤 로켓 개발 비용을 줄이는 일이 숙제로 떠올랐다.

또 최근 화성 같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천체를 탐사하는 장기적인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발표한 일도 메탄로켓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다. 왕복하는 데 수 년이 걸리는 우주탐사에 필요한 연료를 지구에서 몽땅 가져가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연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NASA는 1990년대 말부터 태양계 행성에서 유용한 자원을 채취해 활용하는 광범위한 연구(ISRU, In-Situ-Resource-Utilization)를 수행해왔다. 이 연구의 결론 가운데 하나가 화성에 많이 존재하는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메탄로켓은 미국에서도 자본과 기술이 있는 소수의 업체만이 개발에 뛰어들 정도로 도전적인 분야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미국 유수의 로켓 업체인 프랫앤휘트니가 메탄로켓 ‘CECE-M’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또 필자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씨앤스페이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추력 10톤짜리 메탄로켓 ‘체이스-10’이 한국 업체제품으로는 처음으로 이번 전시회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이 탄생하며 우리 곁에 우주가 가까이 다가온 듯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우주기술을 가져야 할 때다. ‘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에 우리 우주인을 태워 보내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
 

미국의 우주여행회사 엑스코르가 지난 3월 발표한 우주관광용 비행체 ‘링스’의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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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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