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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스타워스의 공간이동 가능성 연 나노소자

소형화 따른 기술난제 산적

20세기 진공관에서부터, 트랜지스터, 집적회로로 이어지는 소형화의 길은 현재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돌파구를 나노과학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르 황…. 천자문을 공부하던 시절인 19세기 이전. 그 시절에는 인쇄된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책을 구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책을 빌려서 붓으로 공책에 글자 하나하나를 그대로 베껴야 했다. 또한 귀한 책의 경우, 가까운 곳에서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먼 곳에서 빌려와야 하는 일도 있었다. 책을 구하러 먼 곳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필사한 후에는 책을 돌려주기 위해 직접 가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보내야 했다. 그 시절에는 책이 유일한 정보의 보고였다.

이처럼 19세기 이전의 정보저장은 붓이나 펜으로 종이에 기록해 두거나, 인쇄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려면 사람이 도보나 말을 타고 가서 직접 정보를 구두나 서신으로 전해줘야 했다. 물론 제한적으로나마 빠른 방법이 쓰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대부터 거울에 의한 빛의 반사, 등불 또는 봉화, 비둘기 같은 새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시절의 정보처리는 전적으로 인간의 두뇌에 의존했고, 간단한 연산에 주판과 같은 도구가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정보저장 수단이 더이상 책에 국한돼 있지 않다. 한개의 엄지손가락 만한 메모리 칩에 책 1만권에 해당하는 정보인 10억 비트(이진수 0 또는 1의 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의 기본 기억단위)를 담을 수 있게 됐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진공관으로 전기 신호를 증폭할 수 있게 돼 전기회로를 정보저장과 전달 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공장 건설비용 12년 후 30배로 증폭

정보의 전달과 처리 방법은 어떤가. 전달방법에 있어서 전화, 무선통신, 인터넷 등으로 시공간의 제한이 사라졌다. 그리고 계산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정보처리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계산할 때도, 과학자들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것도 이제는 컴퓨터가 대신해준다.

이같은 정보의 저장·전달·처리 기술의 발달은 지난 1백50여년 동안 혁명적으로 성숙해온 전자소자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에 발명된 전신이나 전화를 이용하면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꿔 먼 거리에 있는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산간 벽지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 수신이 원활하지 않듯이, 전기 신호는 장거리를 전송하면 그 크기가 작아진다. 때문에 작아진 전기신호를 필요한 경우 다시 크게 증폭할 필요성이 생기게 됐다. 그래서 20세기 초에 발명된 진공관으로 전기 신호를 증폭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전기회로를 정보저장·전달에 쓸 수 있는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진공관은 크기가 크고 전력 소비가 많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194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트랜지스터 발명 소식이 알려지고, 작고 전력 소모가 적은 전기회로가 등장하게 됐다. 1960년 이후에는 이 전기회로 전체를 한개의 칩 내에 집어넣는 전기회로와 소자의 소형화가 이뤄지며, 혁신적인 정보통신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현재의 고집적 칩에는 수억개의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가 들어 있으며, 계속 더 많은 수를 넣기를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한칩 내에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트랜지스터는 0.1㎛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면서 옛날에 없던 물리적 한계가 등장했다. 작게 만드는 기술 자체가 부족하거나, 필요한 양의 불순물을 넣을 수 없게 되거나, 전기회로 사이에 들어갈 적절한 절연물질이 없는 문제점이 생기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큰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보다 작은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 이로 인해 공장 건설비용이 현재의 약 1조원에서 2012년에는 30조원으로 증폭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정도는 한 전자소자회사가 독자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내리는 액수다. 아예 투자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단순히 칩 내에 현재 사용하는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많이 집어넣겠다는 사고의 변화와 새로운 소자 구조나 소자 작동논리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과연 그 돌파구를 과학자들은 어디서 찾으려고 할까. 바로 나노기술에서다. 현재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을 이용한 소자(나노소자)의 개발 방법으로 몇가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방법은 현재의 트랜지스터와 비슷한 트랜지스터를 다른 물질을 사용하거나 트랜지스터 작동원리를 약간 변형해 사용하는 것이다. 수십nm 크기의 실리콘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진 고립된 구조를 통해, 지나가는 전자의 양을 외부전극을 이용해 조절할 수 있는 원리가 적용된다. 이 소자들은 현재 작은 구조로 만드는 방법이 개발돼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트랜지스터의 작동 조건이 현재의 것보다 열악하고, 저온 또는 저주파에서만 작동되는 한계점이 있다. 이를 해결해야 현재 트랜지스터의 대안으로 쓰일 수 있다.

둘째로 제시된 방법은 실리콘 대신 전기를 통하면서 전기 저항을 조절할 수 있는 분자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전기를 통하는 분자체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체인이 중간에 끊어져 있고, 이 끊어진 부분을 외부의 신호인 전기나 빛 또는 전기화학적으로 이어지거나 끊어질 수 있게 조절이 가능하다면, 현재의 트랜지스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분자소자는 현재 작은 구조물들이 모여 스스로 조립하는 방법인 자가조립이 가능해 제작비용이 현재의 실리콘 소자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가장 가능성 높은 미래 소자의 후보로 인식돼, 세계적으로 막대한 투자와 함께 많은 연구그룹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나노튜브나 DNA를 이용한 소자가 분자소자에 속한다.


1960년대 이후에는 여러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는 집적회로로 발전한다. 현재는 0.1㎛ 크기로 작아졌다.


원자의 신기루 현상 관찰

셋째로 강자성(상온에서도 자기장을 걸지 않아도 자석이 N, S극을 갖는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는 기억소자도 연구되고 있다. 두 강자성 금속박막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샌드위치처럼 끼어 넣는 경우 윗면의 강자성 금속박막의 N극과 S극의 방향과 아래 면의 강자성 금속박막의 N극과 S극의 방향이 같은 경우 윗면에서 아래 면의 금속으로 흐르는 전류의 크기가 크고, 방향이 반대인 경우 크기가 작아지는 원리를 이용해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이 소자는 현재의 소자인 DRAM과는 달리,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현재 진행되는 나노소자 중 그 집적도가 가장 높지만, 실제로 쓰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은 원자소자가 있다. IBM 연구소의 아이글러 박사는 수십개의 원자를 금속 표면 위에 타원형으로 배열한 후, 타원의 한초점에 자성원자(원자 하나가 N, S극을 갖는 것과 같다)를 놓았다. 그러자 다른 초점에 자성원자를 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성원자가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짐을 확인했다. 이는 마치 원자의 신기루 현상과도 같다. 만약 이 원리를 응용하는 경우 스타워스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양자전송(사람이 우주선에서 주위의 행성으로 분해된 후 조립돼 전달되는 현상)도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자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나노소자가 개발되면 현재의 고집적 회로 내의 트랜지스터 소형화에 따른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새로운 연결 방법이나 작동 논리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나노소자의 효용성은 없을 것이다.

나노소자가 아주 작아지면 소자들 사이를 연결하는 일이 훨씬 더 어려워진다. 밀도가 어느 이상 증가하면, 소자 자체의 크기보다 소자 사이를 연결하는 선의 길이가 길어지고, 선들이 전자 칩 안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소자들이 차지하는 부피보다 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스위치에 의한 직접 연결과 달리, 소자들을 그룹으로 묶고, 연결 부위에 판단 능력을 주는 논리가 주장되고 있다. 이를 ‘분산된 지능을 가진 메모리 소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웃하는 나노소자 사이의 전자 터널링이나, 자성작용을 이용한 양자점 세포 연결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나노소자의 크기가 1/100로 작아지면, 칩 내에 트랜지스터를 1백배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모든 트랜지스터의 작동을 조절하려면, 컴퓨터 속도는 1/100배로 느려질 것이다. 아무리 저장밀도가 획기적으로 증가한다 해도 속도가 느려진다면 아무도 이 컴퓨터를 사용하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형태의 정보처리 논리가 개발돼야한다.

한편 대용량 기억소자 칩 내부의 일부 트랜지스터의 불량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현재의 전자 칩은 한치의 불량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자가 작아지고 밀도가 높아지면, 칩 내의 트랜지스터 중 일부가 작동하기 않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완벽한 칩의 제작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미국 HP사의 윌리엄스 박사는 결함을 허락하는 나노소자의 구성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교육에 의해 데이터 선의 작동 명령이 기억소자 부근에 저장되고, 명령은 중앙정보처리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결함을 피하며 연산이 가능케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자의 작동 개념이 단순한 0, 1의 논리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자역학적 에너지 준위의 변화를 기본 소자로 한 양자컴퓨터 논리도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나노소자의 개발은 현재 존재하는 소자의 소형화만이 올바른 방향이 아니며, 새로운 소자의 작동·연결 논리를 기본으로 한 실제적인 물리적 소자가 개발돼야 한다고 믿는 과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십개의 원자를 금속 표면 위에 타원형으로 배열한 후 타원의 한 초점에 자성원자를 놓으면, 다른 초점에도 자성 원자가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관측 장치 개발 병행

이러한 소자의 개발을 위해 새로운 재료와 제작 방법의 개발이 동시에 추진돼야한다. 현재의 소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절연체와 금속선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나노소자의 경우 유기물, 생물, 단백질, 초전도체 등 현재 소자 제작에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대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제작 방법의 개발 또한 실리콘, 금속, 절연체를 작게 만들어 내는 방법은 그 크기가 작아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만약 나노미터 크기의 실리콘, 금속, 절연체들이 스스로 모여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제작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자가조립에 대해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대 연구진은 결함이 있는 기판에 자성원자인 코발트를 증착해, 그 결함 주위에만 물질이 성장해 아주 작은 나노구조를 만드는 자가조립 방법을 제시했다.

소자 제작과 함께 개발한 소자를 관측할 수 있는 장치의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나노소자는 광학 현미경을 사용해 관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전자현미경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때로 관측에 어려움이 있다. 주사형터널링현미경, 주사형원자현미경, 주사형전기용량현미경 등 듣기에도 생소한 계측장치의 개발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10년 후에도 현재의 실리콘 소자가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사용되리라는 것을 의심하는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단순 소형화에 의존한 전자소자의 개발은 10년 뒤에는 그 한계점에 도달한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나노소자가 개발되고, 이를 제어할 논리가 개발되면 지금보다 훨씬 영리하고 편리한 전자제품이 출현할 것이라고 많은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필자의 연구팀에 의해 자가조립 방법으로 일정하게 배열 된 나노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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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국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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