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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서 한국 최초 우주인과 마주보다

국제우주정거장 ‘디카’에 담기

하루 종일 따뜻한 봄 햇살로 대지를 어루만지던 태양이 서산 아래로 지고 나면, 멀리 동쪽 하늘부터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촛불 켜지듯 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운이 좋으면 초롱초롱 제 자리를 지키며 밤하늘을 밝히는 별들 사이로 휙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별똥별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운이 더 좋으면 아주 천천히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을 볼 수 있다. 바로 인간이 만든 별, 인공위성이다.

지구 둘레에는 수없이 많은 인공위성이 있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밝은 인공위성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인공위성 가운데 가장 큰 국제우주정거장(ISS)은 겉보기 밝기가 최대 -4등급에 이를 정도여서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2008년 4월 8일, 한국 최초 우주인이 ISS로 떠난다. ISS에 도착한 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의 모습도 멋있겠지만, 한국 사람이 타고 있는 ‘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도 그에 못지않은 장관을 선사할 것이다.

‘디카’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렌즈에 담아보자.
 

3월 4일 오전 6시 7분 동쪽 하늘에 낮게 지나가는 ISS를 찍었다.


도심에서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ISS

ISS는 1998년 11월 러시아의 자라야 모듈이 지구 궤도를 처음 돌기 시작하면서 우주정거장 임무를 시작했다. 그 뒤 10년 동안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유니티 모듈을 비롯해 일본의 기보 모듈까지 차례대로 결합하면서 거대한 ‘성’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현재 ISS는 길이가 58m, 폭이 73m, 높이가 27m에 이르며 전체 질량은 약 240톤이나 된다. 거대한 태양전지판이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에서는 별처럼 밝게 보인다. ISS가 모두 완성되는 2010년에는 폭이 약 100m에 이르러 태양과 달을 제외하고 하늘에서 가장 밝은 (인공)천체가 될 전망이다.

그럼 언제 어디서 ISS를 볼 수 있을까. ISS는 지상으로부터 평균 340km 떨어진 높이에서 초속 7.9km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만큼 빠른 속도로 궤도를 도는데 이따금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간다. 이때가 기회다. 물론 낮에는 볼 수 없고 밤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밤새 ISS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ISS는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지구 궤도를 돌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아 반사시킬 수 있는 초저녁과 새벽녘에 잠시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밝은 빛을 내며 하늘을 가로지르던 ISS가 지구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때로는 비행기를 ISS로 착각할 수도 있다. 낮에는 비행기 전체 모습이 보이지만 밤에는 비행기가 내는 불빛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기와 ISS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빛이 깜빡이면서 움직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비행기는 비행기의 종류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빛을 계속 깜빡이지만 ISS는 그렇지 않다.

큰 망원경으로 보면 ISS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한국천문연구원은 2007년 2월 28일 지름 20cm급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우리나라 상공을 통과하는 ISS를 촬영한 적이 있다. 저녁 7시 4분 13초부터 11~35초 간격으로 촬영했는데, 사진에 잡힌 ISS 모습은 뿌옇게 형태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보현산천문대와 소백산천문대에 천체 촬영 목적으로 설치된 지름 180cm 천체망원경과 61cm급 망원경으로는 더 또렷한 모습을 볼 수 있지만, ISS처럼 빠르게 도는 저궤도 위성을 추적하면서 찍기는 매우 어렵다.
 

TIP
 

ISS 출현 시간과 위치, 미리 알 수 있어

ISS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는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디지털 카메라와 삼각대와 릴리스만 있으면 충분하다. 하지만 초저녁이나 새벽에 하늘을 바라보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천문관련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ISS의 궤도를 계산해 언제 밤하늘 어디서 나타날지 미리 알려 주는 곳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어스’(earth.google.com)나 ‘헤븐스어버브’(www. heavens-above.com)같은 사이트가 있다.

여기서는 ‘캘스카이’홈페이지(www.calsky. com)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보자. 사용하기가 비교적 쉽고, 실제 밤하늘에서 ISS가 지나가는 시간과 위치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홈페이지 맨 위에 있는 메뉴 가운데 ‘위성’(Satellites)를 누른 뒤 그 아래 ‘우주정거장 ISS (Space Station ISS)’를 다시 누르면 ISS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페이지가 뜬다. 그러면 컴퓨터에 설정된 현재 시각과 장소를 기준으로 ISS를 볼 수 있는 시각과 밝기가 표로 정리돼 나타난다.

웹페이지 왼쪽에 있는 메뉴를 이용해서 보고 싶은 날짜와 기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우주인이 ISS로 출발한 뒤 그곳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언제 어디서 ISS가 나타나는지 알아보려면 웹페이지 왼쪽에 있는 ‘날짜’(Date)와 ‘시각’(Time) 설정 메뉴를 ‘4월 8일 0시 0분’으로, ‘기간 선택’(Select Duration) 설정 메뉴를 ‘10일’(10Days)로 맞춘 뒤 ‘go!’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ISS가 지나가는 시각과 밝기, 방향이 정리된 표에서 ISS의 최대 고도가 20도 이상, 밝기가 -2등급 이상이 될 때가 관측하기 쉽다. 표 안에 있는 ISS 그림 밑 ‘Star chart’를 클릭하면 실제 성도(별자리 지도)를 배경으로 ISS가 지나가는 궤적을 볼 수 있다. 성도 위쪽이 북쪽 하늘, 왼쪽이 동쪽 하늘이다.

ISS가 나타나는 시간에 이 성도를 갖고 나가 사진을 찍어 보자. ISS는 매우 밝지만 도심에서 사진을 찍으면 가로등 불빛 때문에 30초 정도 노출을 해도 하늘이 노랗게 나온다. 따라서 되도록 시골처럼 깜깜한 곳에서 사진을 찍는 편이 좋다.

ISS가 하늘에 나타나기 전에 구도와 노출시간을 미리 정한다. 감도(ISO)는 400, 조리개(f)는 4, 화이트 밸런스(WB)는 태양광 모드로 설정한 뒤 약 30초 정도로 노출하면 ISS가 지나가며 길게 남긴 궤적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인이 타고 있는 ISS를 보며 손이라도 흔들어보면 어떨까. 그곳에서 우주인이 우리를 보고 함께 손을 흔들지도 모른다.
 

이달의 천문현상


이달의 천문현상

● 4월 13일 저녁 7시 50분 ISS를 놓치지 말자

한국 최초우주인이 ISS에서 머무는 4월 10일부터 19일까지 초저녁 북쪽하늘에서 ISS를 볼 수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장 관측하기 좋은 때는 4월 13일이다. 이날은 ISS가 우리나라 상공을 바로 가로질러 간다. 저녁 7시 50분쯤 북서쪽 카시오페아자리와 페르세우스자리 사이에서 2등급 밝기로 떠올라 5분 뒤 천정 근처에서 약 -4등급 까지 밝아진다. 그리고 2분 뒤 사자자리를 거쳐 동쪽 하늘 컵자리에서 -2등급 밝기에서 사라진다. 이소연 씨가 ISS에 머무는 동안 맨눈으로 ISS를 볼 수 있는 시각과 밝기를 아래 표와 성도에 정리했다.

독자사진
 

지난달 수상작. 이명 씨의‘불타는 오리온’. 지상의 삐죽빼죽한 나뭇가지 그림자와 붉은빛 하늘이 어우러져 오리온자리가 불타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2008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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