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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기과학 장기 일기예보가 불가능한 이유

인공위성,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날씨를 정확하게 알아맞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오스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 카오스 연구의 선두주자인 일기예보에 대해 알아보자.

지난 3월 날씨를 한번 생각해 보자. 첫째 목요일 (7일), 둘째 목요일 (14일), 셋째 목요일 (21일) 모두 비가 내렸다. 목요일마다 비가 내렸으니까 일주일 간격으로 내린 셈이다. 넷째주는 금요일 (29일)에 비가 내렸다. 이정도라면 3월 한달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규칙저인 비가 내렸다고 할 만하다. 기상예보에서는 일주일 전에 이 목요일 강우를 예측했다. 일주일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 주간예보가 아주 잘 맞은 것이다.

우리가 금년 3월에 규칙적으로 내린 비를 어찌 잊을수 있을 까. 지난 1994년, 1995년 두 여름동안 남부지방에서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그런데 3월에 내린 강우가 가뭄을 어느정도 해갈시킨 것이다. 이처럼 고마운 단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 기간에 대기의 운동이 아주 규칙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을 들수 있다. 그 다음은 이를 예측하는 기술을 있었다는 점이다.
 

뇌우는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동안 일어나는 대기현상이지만 매우 복잡한 카오스 행태를 보인다.


초기조건에 좌우되는 날씨

날씨예보는 초기치(초기값)가 핵심이다. 대기의 운동과 상태를 나타내는 미분방정식계에 초기값을 제공하면 그 해가 구해진다. 초기치 문제이므로 해는 시간의 함수로 구해지고, 따라서 원하는 신간의 값을 찾아내면 된다. 이것은 1차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측방식을 수치예보라고 한다.

그러나 대기의 미분방정식들은 아주 복잡해서 풀기가 쉽지 않다. 이는 대기의 운동상태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변수로 얽혀져 있기 때문이다. 수 km-수십km의 공간규모를 가진 뇌우 구름은 불과 수 시간의 일생을 가진다. 동아시아 지역에 걸치는 저기압계나 고기압계는 몇천km의공간 규모를 가지며 그 일생은 1-3일 정도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는 아시아, 태평양, 북반구 전체의 공간 규모를 가지고 1개월 이상의 일생을 누린다.

이와 같이 기상현상들은 시공간적으로 넓게 분포한 스펙트럼을 가지며 상호관련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날씨예측에서 이 모두를 동시에 예측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하나를 예측할 때 그 변화의 양상에 따라 매우 달리 예측될 수 있다.

기상예보에서는 1-3일을 단기예보, 3-10일을 중기예보, 1개월 이상에서 1-2년을 장기예보, 그 이상을 기후예보로 분류한다. 금세기 후반 단기예보 기술의 발달은 날씨 예측을 크게 향상시켰다. 컴퓨터, 대기관측, 통신등의 기술들은 더욱 정확한 초기치를 제공했다. 이는 대기 방정식계의 계산을 가속해 수치예보에 의한 날씨예보를 첨단 과학기술 영역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게 한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20세기 과학발전 중 대기과학분야에서 이룩된 업적을 가장 크게 꼽는다.

날씨예보는 예측과학에서 개척자라고 할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가 개발되면 가장 먼저 날씨예측에 적용해 그 성능을 평가하게끔 된 것이다. 단기예보의 향상과 함께 중기예보도 수치예보에 의해 이뤄진다.

예보가 맞지 않는 까닭
 

기상재해를 미리 막기 위해 정확한 일기를 예측하는 것은 현대과학의 숙제다.


1963년 미국 MIT의 에드워드 로렌츠는 1890년대의 푸앵카레가 세운 기하학적 혼돈이론으로부터 대기 운동의 혼돈성(chaos)과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왜 힘든 것인지를 설명해냈다. 아주 미소한 차이가 있는 두개의 초기상태에서 각각 출발한 대기상태는 언젠가는 서로 아주 다르게 전개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즉 대기에는 서로 닮은 쌍둥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초기에 두 상태가 서로 비슷했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불규칙한 행태가 출현한다.

로렌츠는 대류운동을 간단한 방정식으로 모형화해 대기의 혼돈을 설명했다. 그 방정식을 풀면 대기운동은 나비모양의 점들로 이뤄진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형태로 나타난다.(그림1).
 

(그림1) 로렌츠의 이상한 끌개


점들의 궤적은 거의 원점에서 출발해 오른쪽면에서 진동하다가 왼쪽면으로 건너가 나선들의 중심으로 진입한다. 궤적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나선들을 천천히 그리다가 오른쪽 면으로 빠르게 되돌아와 다시 나선들을 그린 후 다시 왼쪽면으로 갑자기 진입한다. 이와같이 궤적은 왼쪽과 오른쪽을 무한히 반복하는데, 한쪽면으로 그리는 나선들의 수는 예측되지 않는다. 그 수는 무작위적 성질을 가진다.

로렌츠가 대류운동을 단순화시킨 방정식으로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차방정식 y=Rx(1-x)=R(x-x²)을 생각해 보자. 이 방정식에서 x와 y는 대기의 운동, R은 대류의 정도를 나타낸다. 대류의 정도는 대기운동을 일으키는 지상에서의 가열률로 생각할 수 있다. (1-x)부분은 감쇄효과를 나타내는데, 대기 운동이 중력이나 마찰에 의해 감소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이 방정식에는 x2이라는 요소가 있다. 이 요소는 대류 또는 대기운동이 비선형 성질로 인해 예측이 불가능한 불규칙한 카오스 행태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R과 x의 초기값을 정하고 y를 계산한 후, 이 y값을 다시 x에 대입하는 계산을 계속해서 반복한다. 반복적 계산은 시간의 경과를 의미한다. 대기의 행태 y는 가열률 R에 의해 결정된다.

x를 0.5로 하고 R값을 변화시켜 보자(그림3).
 

(그림3) 로렌츠의 대기 방정식 가열률을 3.9로 하니까 진동이 카오스 형태로 바뀌었다.


가열률 R이 1.5일때, 즉 1〈R〈3에서는 y가 1-1/R(여기서 y=0.333…)에 접근해 대기운동은 일정하다. 이때 날씨는 계속 같은 조건을 유지하며 일정하다. 가열률 R이 3보다 커지면 y는 진동한다. R의 초기조건에 따라 진폭이 다른 규칙적인 운동을 반복한다.

금년 3월 목요일마다 비가 온 것은 바로 이러한 대기의 속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주일 전에 날씨예보를 정확히 맞추었다는 것은 중기예측의 방정식계가 이와 같은 초기조건과 반복성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열률이 R이 3이상의 어떤 값(예 R=3.9)을 가지면 지금까지와 아주 다른 y값들이 만들어진다. 전혀 규칙성이 없는 카오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카오스의 경우에서 대기운동은 굴뚝에서 무럭무럭 나오는 연기의 행태처럼 아주 복잡하다. 실제로 대기운동은 거의 대부분이 혼돈이다. 날씨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회전방향 제멋대로
 

레이저를 이용해 1백20km 상공의 대기의 흐름, 습도, 밀도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장치.


지금까지 날씨예측과 관련해 대기의 카오스적 행태를 이론적인 측면에서 살펴봤다. 카오스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험이 있다. 1970년대 미국 MIT에서는 로렌츠 방정식을 카오스 수차를 만들어 설명했다(그림2).
 

(그림2) 카오스 수차


수차에 구멍을 뚫은 종이컵을 매달아 놓고 물을 일정하게 흘러내리게 했다. 만일 흘러내리는 유량의 속도가 아주 느리면 맨 꼭대기의 컵에 물이 차지 않아 수차는 회전하지 못한다. 유량의 속도를 증가시키면 흘러나가는 물보다 채워지는 물이 많아지므로 수차가 회전하기 시작한다. 유량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일정한 회전운동을 중단하고 카오스가 된다. 물이 가득차게 된 컵들은 수차의 움직임을 방해해 느리게 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수차는 다른 방향으로 한동안 회전하게 된다. 결국 수차는 회전방향을 계속 바꾸어 예측이 어렵다. 이와 같은 행태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경험할 수 있다.

대기과학자들은 로렌츠 이론에 근거해 실제의 대기에서 서로 다른 초기상태에서 출발한 두가지 대기가 의미를 잃게되는 시간이 10일 내지 2주일 정도임을 알아냈다. 즉 초기자료를 사용해 대기를 지배하는 방정식계를 풀어 결정론적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이 한계를 넘어서면 의미를 잃게되는 것이다. 이 한계를 넘어서면 대기운동은 카오스로 발전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정확한 초기상태와 대기 방정식계가 주어지고 무한히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만 있다면 날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날씨예측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대기의 행태가 매우 비선형적인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초기상태와 방정식이 존재하더라도 계산하는 동안 계산오차가 발행해 그 다음부터는 정확한 초기상태가 되지 않는다. 즉 앞에서 보인 2차 방정식 y=Rx(1-x)에서 처음 계산한 y값은 계산 오차를 포함하므로 그로 인해 두번째 계산은 이미 정확한 초기값이 아니다. 그러나 대기의 카오스 행태를 알아낸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 대기의 카오스는 단지 일부분만 이해되고 있다. 나머지는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인 셈이다. 실제적으로 대기의 행태에 영향을 주는 물리적 요소와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다. 또 대기의 카오스 행태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대기의 운동과 상태를 지배하는 방정식이 근사적으로밖에 표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 법칙 하에 일어나는 물리과정을 상당 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대기의 운동과 상태의 법칙이 결정론적 해를 가지기에 불충분하며, 초기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완전한 예측이란 불가능하다.

구름을 예로 생각해보자. 지금 지구 상에 얼마나 많은 구름이 있는지 세어볼 수 있을까. 구름 하나 하나는 바로 대류의 운동이다. 대기행태를 아주 단순화해 대류운동이 대기운동을 일으키는 전부라고 할 때, 무한히 산재한 구름의 대류를 효과적으로 초기화해 대기의 행태를 예측하는데 얼마나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예측과학에서는 완전한 예측을 향한 향상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날씨예측에 근거할 때, 카오스를 이해하는 것은 날씨예측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카오스이론의 아버지 로렌츠

대기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대기현상을 예측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특히 컴퓨터와 인공위성의 등장은 이러한 생각을 고무시켰다. 컴퓨터를 만든 목적의 하나도 대기현상을 통제하겠다는 야심에서였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기상학자인 로렌츠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공기를 살랑거리면 다음달 뉴욕에서는 폭풍이 일 수 있다. 카오스를 설명할 때가장 잘 등장하는 '나비효과'다. 조그만 초기조건의 변화만 있어도 예측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로렌츠는 나비효과를 예로 들면서 대기현상은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해냈다.

에드워드 로렌츠는 어릴 적부터 집에 온도계를 걸어놓고 매일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을 기록할 만큼 기상광이었다. 또 수학퍼즐을 푸는 것도 주요한 취미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그는 기상예보관으로 활약하면서 기상예측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군을 제대한 그는 MIT에 자리잡고 기상예측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마침내 일을 내고야 말았다.

그는 대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온과 기압, 기압과 풍속 등을 나타내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로열 맥비라는 컴퓨터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했다. 그런데 이상한 결과가 나타났다. 무시할 만큼 작은 수치들이 엉뚱한 그래프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실 예로 0.506127이란 숫자 대신 0.516이라고 입력하면 전혀 다른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기상변화에는 무시할 만큼 작은 변수도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발견한 또 하나의 개가는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는 것이다. 끌개는 마치 어떤 중심점이 있어 운동을 일정한 모습으로 이끌어나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또 끌개는 한 번 지나간 곳을 다시 지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반복되지 않는 운동이 전체적으로는 어떤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끌개에는 진자운동과 같이 마찰이 있어 결국 한점으로 수렴해가는 점끌개, 수정시계와 같이 계속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아 원운동을 하며 멈추지 않는 주기끌개, 그리고 비어있는 도너스모양을 하고 있는 준주기끌개가 있다.

로렌츠의 이상한 끌개는 대기의 운동을 표현한 것인데, 나비의 날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그래프 하나가 대기운동은 카오스이며, 초기조건에 매우 민감해 장기적인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가 나타낸 끌개를 특별히 '이상한 끌개'라고 하는 것은 앞서 말한 점끌개, 주기끌개, 준주기끌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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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동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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