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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에 움츠러든 개구리

자외선 증가, 수질오염, 지구 온난화로 벼랑 끝에 몰렸다

▒ 3월 5일은 개구리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절기인 ‘경칩’(驚蟄)이다. 얼음이 녹고 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눈에 띠기 시작하는 개구리는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에게 활력을 준다. 그런데 봄의 전령 개구리가 요즘 곤경에 처했다. 급격한 환경변화와 지구적인 전염병 창궐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나 서식처 파괴, 환경오염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생명체가 바로 물의 환경과 육상의 환경을 두루 이용하고 있는 양서류다.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야생동물Ⅱ급 종으로 지정된 금개구리. 등에 있는 금색 두 줄이 특징이다

 

항아리곰팡이 감염으로 수난

양서류의 흑사병인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돼 죽은 개구리.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양서류는 약 6300여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1이 멸종위급종(threatened species)으로 분류됐다. 2억6000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양서류는 지난 20~30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무려 168종이 멸종됐다. 한편 양서류의 약 40%는 집단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됐다.

양서류 감소원인 중에 환경변화의 위험요소로는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 증가, 화학물질에 의한 수질오염, 지구 온난화 현상을 들 수 있다. 특히 껍질이 없는 알과 얇고 연약한 피부를 가진 양서류는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파괴됨으로써 자외선, 특히 파장이 280~315nm인 UV-B에 노출돼 배 발생 도중 사망률과 돌연변이율이 늘어나고 유생의 생존율이 떨어져 개체수가 줄고 있다.

화학물질의 오염, 특히 살충제나 중금속에 의한 수질 오염은 양서류의 신진대사작용에 심각한 영향을 줘 돌연변이나 기형개체가 만들어진다. 또 내분비계 파괴로 성적 이상 현상도 나타나고 면역체계가 약해져 기생충이나 병원균에 대한 감염률이 높아지고 있다.

양서류 종과 개체수의 감소원인 중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의한 양서류 질병 확산도 있다. 특히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양서류 항아리곰팡이(Chytrid fungus, 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가 가장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개구리나 도롱뇽의 피부에 있는 케라틴 성분을 먹으며 기생하는 이 곰팡이는 남아프라카지역에서 기원했으며, 아프리카 발톱개구리가 외국에 수출되면서 기생하고 있던 곰팡이가 여러 지역에 퍼진 것으로 추측한다.

이 곰팡이에 감염된 양서류 대부분은 피부호흡이 곤란해지며 대사활동이 저하되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는데 1991년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개구리와 1993년 호주의 야생개구리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7년 파나마에서 황금개구리가 거의 멸종에 이르게 된 것과 호주의 양서류 멸종 원인이 이 항아리곰팡이질병이라는 보고가 나오자 사태가 심각해졌다. 최근 북미와 유럽으로도 이 곰팡이질병이 확산되면서 전 세계의 양서류 연구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파나마와 코스타리카지역의 경우 이 곰팡이의 전파속도와 개구리들의 멸종속도가 같이 진행되고 있다. 1987년부터 2004년까지의 전파속도는 한해에 약 28km로 지금은 파나마 전역에서 황금개구리의 약 90%가 절멸한 상태다. 2006년 연구자들은 이 항아리곰팡이가 번성하면 1년 이내에 양서류 종의 50%와 개체의 80%가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는 일본에서도 사육 개구리에서 항아리곰팡이의 감염이 보고됐으며 2007년에는 야생의 개구리에서도 감염된 개체가 발견돼 아시아도 이제는 더 이상 항아리곰팡이의 안전지역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검역절차 없이 외국에서 수입해 애완용으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개구리, 도롱뇽류가 이런 질병을 가지고 들어왔을 확률이 매우 높다.

항아리곰팡이의 최적 성장 온도는 17~23℃로 지구온난화현상에 따른 기온과 수온의 상승은 생존력이 강한 이들 곰팡이의 확산을 돕는다. 야생에서 번지면 한 지역의 개구리들이 떼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야생으로의 전파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항아리곰팡이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산하 양서류전문가로 구성된 보전단체들은 2008년을 ‘개구리의 해’(2008 year of the frog)로 정해 항아리곰팡이를 비롯해 여러 전염병이 소멸될 때까지 ‘노아의 방주’처럼 멸종 위기의 개구리 종들을 따로 보존했다가 풀어주자는 ‘양서류의 방주 사업’(amphibianark.org)을 펼칠 계획이다.


이끼도롱뇽, 세계가 주목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 이끼도롱뇽은 우리나라의 산악지대에 서식한다. 몸길이가 4cm로 작은 편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18종으로 크게 개구리류(무미류, 꼬리가 없는 양서류)와 도롱뇽류(유미류, 꼬리가 있는 양서류)로 나뉜다. 개구리류에는 참개구리, 금개구리, 옴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황소개구리, 무당개구리, 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두꺼비, 물두꺼비, 맹꽁이 등 13종이 있다. 도롱뇽류에는 도롱뇽, 고리도롱뇽, 제주도롱뇽, 꼬리치레도롱뇽, 이끼도롱뇽 등 5종이 있다.

이들 가운데 황소개구리는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시킨 외국도입종으로 지금은 토착화된 종이며, 고리도롱뇽, 제주도롱뇽, 이끼도롱뇽, 수원청개구리, 한국산개구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미주도롱뇽과(Plethodontidae)에 속하는 ‘이끼도롱뇽’(Karsenia koreana)은 전 세계적으로 양서류 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종으로, 2005년 5월5일자 ‘네이처’에 그 이름이 등재됐다.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 종들은 95% 이상이 미주대륙에서 발견되며, 일부종이 유럽의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져 왔던 허파없는 도롱뇽류로 아시아에서는 그 서식이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끼도롱뇽은 미주도롱뇽과에 속하는 새로운 속(genus)의 신종(species)으로 산림이 비교적 잘 보존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같은 산악지역에 서식한다.

생태, 형태적으로 육상에 적응한 특징이 있고 고유한 유전자를 가진 종으로 기존에 분류됐던 미주도롱뇽과의 도롱뇽들과 생물진화학적 측면과 생물계통지리학적 측면에서 연관성을 연구하는 학술적 가치가 있는 종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던 도롱뇽과(Hynobiidae) 종들과는 형태와 생태, 유전적인 면에서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의 형태와 유전적인 측면, 서식분포현황에 대한 연구가 수행됐고, 앞으로 이 종에 대한 번식생태와 집단구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이 신비로운 종에 대한 생물학적 정보가 밝혀질 전망이다.
 

멸종위기야생동물Ⅱ급 종인 맹꽁이가 우는 순간을 포착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한반도 양서류도 위기

경칩이 되면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들이 기지개를 펴며 땅속에서 나와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 활동을 시작한다던 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로 접어야 할까. 우리나라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서는 겨울이 한창인 1월에도 겨울잠에서 나와 산란을 하는 북방산개구리와 도롱뇽들이 최근 들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양서류도 전 세계적인 양서류 감소현상의 예외지역이 아니어서 과거에 비해 그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른 봄, 물이 고인 농경지나 야산의 계곡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개구리나 도롱뇽은 더 이상 흔하지 않으며 맹꽁이나 금개구리와 같은 일부 종들은 서식처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어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 종으로 지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까지 되지는 않았으나 절실하게 종보존을 해야 할 종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1980년에 신종으로 기재된 수원청개구리를 보자. 청개구리와 형태적으로 너무나 비슷해 외형으로는 두 종을 구별하기 어려우나 번식시기 때 짝을 찾는 번식울음소리(mating call)와 유전적인 차이는 2종을 뚜렷하게 구별시키는 주요 형질들이다.

일반 청개구리는 전국 각지에 넓게 분포하고 여름철 야외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수원청개구리는 경기도와 충청도의 일부지역에 한정돼 분포하며 서식지 개발로 개체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로, 매우 어렵게 확인되는 종이다. 그러나 이렇게 개체수가 줄고 있는 수원청개구리는 사람들이 그 존재도 알지 못하고, 흔한 청개구리로 취급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을 현실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끼도롱뇽 또한 시급하게 보호를 받아야 할 종이다. 이 종이야 말로 세계적으로 귀한 생물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서식지가 개발 위험이 비교적 적은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지에 주로 분포하지만 이들의 개체수가 다른 도롱뇽집단들에 비해 적은 수로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그 희귀성과 생물학적 가치를 본다면 당연히 보호대상종이나 천연기념물로 선정해야 한다.

양서류는 변화하는 생태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군으로 환경지표종으로도 취급되는 생물군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살아가는 지구를 가꾸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2008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심병우 생태사진가
  • 민미숙 BK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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