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되는 것을 막으면 인간이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대 조지 크리스토피드 박사팀은 말라리아 원충을 죽이는 모기의 몸속 면역 능력을 향상시켜 말라리아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이언스’ 3월 6일자에 발표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얼룩날개 모기류의 암컷이 사람의 피를 빨 때 옮기는 질환으로 감염 초기에는 오한, 두통, 구역질 증세를 보이다가 빈혈, 혈소판 감소, 뇌성 혼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기 몸속에는 류신을 많이 포함한 두 종류의 단백질 ‘LRIM1’와 ‘APL1C’가 감염 감시 시스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단백질은 모기의 피 속에 들어 있는데, 말라리아 원충이 모기 몸속에 들어오는 순간을 감지해 ‘TEP1’ 단백질을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된 TEP1 단백질은 외부에서 침입한 원충을 찾아 몸 표면에 구멍을 뚫어 죽인다.
모기는 이런 면역시스템 덕분에 말라리아에 감염돼도 원충을 80~90%까지 죽인다. 하지만 말라리아 원충의 10% 정도가 면역시스템을 피해 살아남아 모기가 피를 빠는 동안 모기의 침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크리스토피드 박사는 “모기를 전염병을 퍼뜨리는 해충으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모기도 우리처럼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입장”이라며 “유전자를 이용해 모기가 말라리아 원충을 100% 가까이 죽이도록 면역시스템을 향상시키면 사람이 말라리아에 감염될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5억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100만~300만 명이 사망한다. 최근엔 지금까지 가장 효과적인 말라리아 치료제로 알려진 ‘클로로퀸’에 내성이 있는 말라리아 원충이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