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화사한 꽃이 고개를 들면 어여쁜 요정이 돼 날아가고 낙엽이 구르는 땅을 특수렌즈로 바라보면 인간을 공격하는 몬스터 고블린이 달려들고 있다.
영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2월 14일 개봉)은 옛날부터 인간과 함께 살아왔지만 인간은 발견할 수 없었던 존재, 즉 전설 속의 요정과 몬스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프레디 하이모어 분)이 80년간 봉인돼 있던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가이드’라는 책을 펼치자 현실세계에 보호색을 띤 것처럼 숨어있던 요정과 몬스터가 하나둘씩 실체를 드러낸다는 게 영화의 설정이다.
자연에서도 일부 동물은 주변 환경과 분간하기 어렵도록 다양한 위장을 한다. 주위와 같은 색(보호색)을 띠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사슴, 다람쥐, 두더지는 영화 속 고블린처럼 흙과 같은 색을 띤다. 물론 다른 점이 있다. 사슴은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보호색을 띤 반면, 고블린은 ‘먹잇감’에게 들키지 않고 다가가기 위해 보호색을 띤 것이다.
환경이나 시기에 따라 보호색을 바꾸는 동물도 있다. 호랑나비의 번데기는 환경에 따라 초록색이나 갈색이 된다. 들꿩은 깃털색이 여름에 다갈색으로, 겨울에 흰색으로 바뀌고, 일부 조류는 알을 품는 시기에 머리의 색깔이 둥지와 같게 변한다. 오징어 같은 동물은 피부에 있는 색소세포를 이용해 자유자재로 피부색을 조절할 수 있고, 특정 물고기는 음식물을 바꿈으로써 보호색을 바꿀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변신의 귀재’로 유명한 카멜레온은 위장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분에 따라 몸의 색깔을 바꾼다. 마치 영화 속 ‘집사 요정’ 팀블테크가 화가 나면 피부가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과 같다.
얼룩고양이, 호랑이, 얼룩말은 색이 아니라 피부 패턴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검은 줄무늬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 얼룩말은 초원지대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얼룩말의 주요 천적인 사자는 색맹이라 얼룩말의 세로 줄무늬와 키 큰 초록색 풀을 구별하지 못한다. 얼룩말이 떼를 지어 있으면 줄무늬가 서로 섞여 사자가 얼룩말 무리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도 힘들다.
색맹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코스타리카 숲에 사는 흰목꼬리감기원숭이는 색맹인 종류가 위장한 곤충을 더 잘 잡아먹는다고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팀이 국제저널 ‘동물행동’ 1월호에 발표했다. 색맹 원숭이는 뇌로 전달되는 색 정보가 적어 형태나 윤곽을 더 잘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는 색맹이라는 ‘특수한’ 눈으로 보면 숨어있는 곤충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돌멩이 렌즈’라는 특수렌즈로 세상을 보면 숨어있던 요정과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을 지금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라. 그러면 영화에서처럼 주변에 숨어있던 요정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