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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모와 폐기물이 만든 현대의 암세포 도시

문명의 발생과 동시에 시작된 지구파괴는 이윽고 인류존속 조차 위협하기 시작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의 갈고 닦은 맑은 지성이 병든 현대도시를 진단한다.

얼마전 도쿄에서 열렸던 국제평화회의에서는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인류가 앞으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활발한 토의를 벌였다. 환경오염, 핵전쟁, 정신파탄 등 인류의 문명발전이 가져온 여러가지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이때 가장 많이 쓰인 단어가 ‘억제’라는 말이었다.
 

어쩐지 필자는 이말이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것같은 생각이 든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필자는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계속해서 생각해온 테마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쌓아올린 ‘도시’와 ‘암’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발상이다. 보건의학을 전공하고 암 예방을 연구하고 있는 아내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인류의 발전이나 도시의 형성을 생태학적(ecological)인 시각에서 보려는 습관이 어느 사이엔가 몸에 배어 버린 때문인지 모른다.
 

암 연구분야에서도 ‘억제’라는 기능이 암 예방의 중대한 열쇠로 다뤄지고 있다. 왜 암이 발생하는가, 정상 세포와 암세포는 대체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이 문제는 현대인이면 누구나 관심이 있을 것이다. 아직 미해결인 부분이 많으나 최근의 현저한 암연구 발전으로 발암물질의 윤곽이 차츰 판명 되어 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여 갈 때에 세포조직 속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기능변화는 자기생식에 대한 ‘억제력’의 상실이라는 사실도해명되고 있다. 즉 정상세포가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세포의 유전을 결정하는 염색체DNA가 상처를 받는다. 그러면 자기 증식에 대한 억제력을 잃는다. 그 결과 이상증식이 시작되어 다른 정상세포에서 많은 에너지를 빼앗고 독소도 배출하게된다. 마지막에는 전 생태계인 호스트(인체)가 쇠약해져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런 암과 인체와의 메카니즘이 인간과 인간이 사는 생태계인 지구와의 인과관계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어쩌면 인간은 이 지구라는 호스트에 있어서는 암세포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 소모와 폐기물 위에 이루어지는 근대이래의 거대 도시는 암세포가 쌓아 올린 악성 암종양인지도 모른다.
 

이런 근원적인 명제에 도전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도시계획가로서 필요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의 지구규모의 급격한 도시화현상과 환경파괴의 속도를 주의깊게 살펴보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것은 말기적 증상에 이르러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대책을 서둘지 않으면 안된다. 어째서냐 하면 암이란 처음에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번져가다가 그것이 어느 단계에 이르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진도를 빨리하여 이윽고 가속도적으로 인체를 파멸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도시의 암세포화, 그리고 그 증식이나 전이에 의해 종언을 맞게되는 인류와 지구의 역사를 구하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나서서 서둘러야 할것이다.

 

암처럼 되어가는 문명도시
 

지금까지 약 20년간 필자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등지의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리고 생활레벨에서의 도시문제를 여러가지 다뤄왔다. 이 동시대에 지구상에서 암 종양화가 가장 심하게 진전된 도시(뉴욕, 도쿄, 자카르타···등)도 체험했고 다른 세포인 동식물들과 비교적 동화하면서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마을(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일부 마을들)에서도 지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다른 세포와 동화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마을 일지라도 역시 무엇인가의 자극에 의해 앞으로 언젠가는 분명히 암종양화 하여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다. 세계 삼림면적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아마존은 전세계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데 큰구실을 해왔다. 말하자면 ‘지구의 폐’라고 말할 수 있다.
 

산소는 식물 광합성의 산물인데 지구상의 전 인구가 하루에 들이쉬는 산소의 약6시간분이 이 아마존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그러나 아마존 유역의 ‘사막화’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래의 화전농업에다가 선진국의 농업기술 도입등으로 삼림이 점점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세계적인 우육소비시장을 배경으로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축산업이 삼림을 초원화하고 그 초원을 잘 손질하지 않아 황폐해져 사막이 되어가고 있는 현상도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전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지구의 폐’에도 암이 이미 전이 된것이다. 원래 다른 세포와 공존하면서 지구의 콜로지 속에서 생활하던 인간이 어째서 생태계로 변화되어 간 것일까.
 

여기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억제력’을 상실시킨 발암물질의 자극을 문명이란 단어로 표현해 본다. 너무 동떨어진 엉뚱한 표현 같지만 그렇게 생각지 않고는 인간과 문명, 그리고 지구와 생명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생명에 있어서 문명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문명이란것을 인간의 입장에서만 보아 왔으나 이제 부터는 전 생태계와의 관계속에서 예리하게 고쳐 보아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불의 발견에서 부터라 한다. 인간은 불이라는 문명을 손에 넣으므로써 다른 세포보다 우월할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거기다 돌이나 쇠붙이로 다듬은 무기는 원래 인간이 종속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모든 다른 세포를 지배하는 수단이 되어 인간을 인간 이상의 세포로 변화시켜갔다. 이때부터 인간은 단세포로부터 차츰 작은 종양 덩어리가 되어 가면서 지구상의 여기저기에서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너지를 탈취하여 더욱 자기증식을 계속해 갔다.
 

이렇게하여 긴 세월동안 인간이라는 세포는 암의 특성을 강화시키면서 점점 암종양을 크게 형성시켰고 드디어 암종양이 강력한 에너지의 힘을 빌어 호스트인 지구상의 여기 저기에 전이를 가속시켰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콜럼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이나 메이플라워호의 이민도 암세포 전이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월한 문명을 가진 서구인들은 그 때까지 생태계 속에서의 생활을 영위하던 비교적 암화되지 않은 원주민 인디언들을 강력한 무기로 무찌르고 나가 드디어는 무찌르고 나간 곳곳 마다에 전이된 암종양을 형성하여 나갔다.
 

이렇게 해서 미주 대륙을 정복한 새로운 암세포는 자유의 신천지에서 더욱 발전하여 드디어 다음 전이를 노리는 증식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아시아 각국으로 그 손을 뻗쳐 인도 중국 등 많은 나라에서 에너지를 뺏어 그 힘을 전체로 급속하게 넓혀갔다. 마치 폐암이 혈액이나 임파액을 통하여 신체 전체로 급속히 전이되어 가듯이···.
 

암종양이 비대해지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뺏으면서 독소를 배출한다. 토지는 황폐해지고 바다는 오염되어 다른 세포인 동식물들은 가속도적으로 쇠약해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문명을 무기로 자신들이 ‘특별한 세포’라는 것만 믿고 끝없는 욕망의 충족을 향해 역사를 이끌어 간다.

 

현대사회의 거대도시 빌딩이 암세포가 확산되듯이 황폐해지고 있다.


사이버네이션의 두쪽 날이선 칼


그러나 이제 차츰 진지하게 이 위험한 상황을 타개하여 나갈 길을 찾지않으면 도리킬 수 없게 되어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 암세포의 증식에 쐐기를 박는것, 그것이 지구상의 역사의 가장 중요한 시대에 사는 인간의 사명이라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그 한 가지 방법으로 문명을 극한까지 활용한 사이버네틱스도시의 확립이라는 안이 있다. Cybernation이란 조타수라는 뜻의 그리스어에 근원을 둔것으로 미국의 수학자 ‘위너’의 제창으로 시작된 학문분야다. 통신, 자동제어 등 공학적 문제에서 통계역학, 신경계통과 뇌의 생리작용까지를 통일적으로 처리하는 이론체계다. 일반적으로는 컴퓨터에 의한 자동제어라는 뜻으로 쓰인다. 말할것도 없이 사이버네틱스 도시란 도시자체가 완전한 신진대사(메타볼리즘)기능을 갖는 도시다. 그리고 컴퓨터 등의 개발에 의해 중추에 설치된 인공두뇌가 세상의 정세변화에 대응하여 경제나 환경정보를 컨트롤하여 생명체와 과학의 전체계를 잘 제어해가는 시스팀을 갖춘 도시인 것이다.
 

이런 도시개발의 개념은 에너지 문제와 환경오염문제등에 시달리는 근대 도시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교통운수망의 정비, 전화나 전파를 사용한 정보통신망의 발달, 거기에 가스나 전기 등 에너지의 새로운 공급 시스팀 확립등이 그 급선무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이런 문제가 지금 적극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인류의 미래사회는 사이버네틱스 도시로 이루어야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사이버네틱스 도시가 완전히 생태학적으로 전 체계를 지키고, 나아가 지구의 암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도시계획전문가로서의 필자의 입장을 밝힌다면 정직하게 말해 그것은 오히려 모순을 증폭시키는 작업이라고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문명화된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은 지금이라도 손에 닿을 것 같은 이 계획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일부등 식량 조차 충분히 구하지 못하고, 거주할곳 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수십억이나 되는 인구가 아직 존재하는 이 지구상에 대체 어떻게해서 그런 시스팀을 완전히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즉 사이버네틱스 사회를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 바로 그 속에 이미 지구 레벨에서의 부의 쟁탈이나 대립을 일으킬 요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사이버네틱스 도시 그것은 인간존재에 대한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사이버네틱스 도시에서는 사이버네이션되는 모든 것이 흐름 속에 위치가 정해져 가기 때문에 그 흐름에 따르지 않는 움직임은 혼란요인으로서 배제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또 그런것을 컨트롤 하는 거대한 힘의 관리시스팀이 필요해짐에 따라 구극적으로는 거대한 계층(Hierarchy)적 사회가 출현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거기다 데이타 처리를 위한 백 넘버 제도 문제나, 단 하나의 컴퓨터 고장에 의한 사회적 대혼란등 헤아려 보면 끝이 없다. 냉정하게 다시 살펴보면 오히려 거대한 사이버네틱스 도시는 전생태계인 호스트에서 완전히 자립한 새로운 메카니즘의 강력한 암종양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인간의 암세포 현미경

 

지구 정화는 인간내면의 성찰에서
 

결코 인간을 부정하는 것도, 문명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구라는 전 체계에 대한 인간의 위치 정립을 재확인하기 위해 암세포와의 비교를 시도한 것이다.
 

한 국제평화회의에서 억제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사용되었고 암연구 분야에서도 억제 기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서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확실히 현대사회는 억제를 필요로 하고 있으나 그것은 결코 컴퓨터를 구사하는 관리적 억제여서는 않될 것이다.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역사를 되돌아 보며 자신의 내부에 억제라는 기능을 회복하여 가지 않는 한 본질적인 해결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간은 앞으로 고도로 시스팀화된 사이버네틱스 도시나 정치에 의해 강력히 관리되는 공포사회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암 연구분야에서도 암종양의 여러가지 치료법이 시도되어 왔다. 메스로 절제하는 방법, 방사선으로 태워 도려내는 방법등이 연구되어 왔으나 무엇보다 흥미깊은 것은 암세포를 정상세포와 동화 공존시킴으로써 암종양의 발생을 막고 전 생태계의 생명을 지키는 방법이다.
 

이것은 서구적 발상이라기 보다 오히려 동양적 사고에 의한 것이다. 세포는 살아있다. 인간도 살아있다. 지구도 살아있다. 우리는 한번 더 생명의 존재방식을 직시하여 새삼 과학이나 기술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여러곳을 여행해 보면 아직도 흙이나 진흙에 묻혀 농업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시아의 사람들에게 있어 자연은 취급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사는 사이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융합, 바꿔 말하면 모든 인간이 지구라는 생태계 속에 살고 있다는 자각을 갖게하는 생태계로의 복귀혁명. 너무나 당연한것 같지만 이런 소박한 의식이 부활되게 하는 것이야말로 암세포도시에서 사는 인류의 위기를 구하는 열쇠가 될것이다.
 

인간의 내면의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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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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