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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나의 로봇 본능

KAIST 로봇동아리 MR(미스터)

KAIST 태울관 3층에 MR의 동아리방이 있다. 방학이라 뿔뿔이 흩어졌던 동아리 부원들이 다시 모여 손때 묻은 로봇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A 미스터 거북이
갈고리를 이용해 벽을 타고 올라간다. 기계공학과 학생이 쇠를 깎아 외형을 만들고 전자공학과 학생이 내부 회로를 설계했으며 전산학과 학생이 프로그램을 짰다.

B 이족보행 로봇
두 발로 걸으며 격투기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지금까지 하드웨어로 기성품을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직접 만들어볼 예정이다.

C 바람개비 로봇
배터리로 회전하는 바람개비 날개에 LED 조명을 달았다.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불빛이 그리는 원의 궤적을 볼 수 있다.

D 강아지 로봇
컴퓨터에 연결해 조종하는 애완로봇으로 얼굴 부분의 액정에 “안아 주세요” “배고파요” 같은 메시지가 나타난다. 앞발 들고 애교 부리기가 특기.

E 기억력 테스트 로봇
여러 색의 조명이 순차적으로 켜지면 그 순서대로 알맞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조명이 켜지는 속도도 빨라져 순간적인 기억력을 발휘해야 한다.

F 헥 헥사포드 로봇
6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으로 개미를 모방해 만들었다.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가 번갈아 움직이며 가운데 다리가 방향을 조절한다.

▒ “달리는 마우스에 우리 꿈 싣고서 신나게 달려가 보자. 사랑과 우정이 함께 꽃피는 바로 그곳을 향하여~♪”

KAIST 로봇동아리 MR 회장인 송치웅(06학번) 군이 갑자기 노래를 시작했다. ‘달리는 마우스’라니 쥐의 해 무자년(戊子年)을 맞아 만든 축하곡일까. 송 군은 “마우스는 쥐 모양으로 생긴 미로 찾기 로봇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Microrobot Research의 약자인 MR는 1986년 창단된 KAIST 동아리로 22년이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마우스는 바로 초기의 MR을 이끌어가던 로봇. 교내에 ‘MR배 마우스로봇대회’가 생길 정도로 MR이 만든 마우스의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처음에 MR는 마이크로로봇 경연대회에 참가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1996년부터는 축구로봇에 주력해 ‘로봇축구 월드컵’에 출전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맞아 열린 대회에서는 싱글부문 4위라는 좋은 기록을 냈다. 로봇축구의 열기가 서서히 사그라지며 현재는 기억력 테스트 로봇이나 강아지로봇, 퍼즐로봇 같은 재미있고 창의적인 로봇에 눈을 돌리고 있다.

1998년 방영된 드라마 ‘카이스트’는 MR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인공이었던 민재(이민우 분)가 로봇축구동아리 MR의 회장으로 등장하며 유명세를 탄 것. 당시 중학생이었던 정헌수(03학번) 양은 드라마를 보며 로봇에 대한 꿈을 키웠다. KAIST에 입학한 뒤 망설임 없이 MR에 가입했고 1학년 때 기업의 투자를 받아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RC카를 직접 만든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MR는 원래 전자공학과에 속해 있었지만 2000년부터는 학과에 관계없이 신입부원을 모집하고 있다. 김보근(04학번) 양은 MR에 들어온 최초의 항공우주공학과 학생이며 정다운(06학번) 군은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땅에서만 움직이던 MR의 로봇이 이제 가벼워진 몸체로 하늘을 날고, 매혹적인 디자인으로 무장할 차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정 군은 2008년 로봇디자인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로봇의 디자인은 기능에 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곧 사람들이 탐낼 만한 디자인의 로봇이 등장할 거란 생각에서다. 그는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에 대해 “나라면 아예 곡선 위주의 디자인에서 탈피해 기계적인 느낌을 살려주는 직선으로 디자인했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올해 MR의 목표는 두 발로 걷는 축구로봇을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만드는 것. 어항에 넣고 기르는 물고기로봇이나 배틀게임 로봇처럼 참신한 아이디어도 꿈틀댄다. 그래서일까. MR의 동아리방은 추운 겨울인데도 로봇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올해 MR는 이족보행로봇을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만들겠다는 각오다.
 

200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윤종규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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