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동물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아프리카 코끼리는 사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몸집이 작은 ‘벌’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루시 킹 교수팀은 벌떼가 윙윙거리는 소리에 집채만한 코끼리도 겁을 먹는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 10월 9일자에 발표했다.
최근 아프리카 농가를 습격하는 코끼리의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주민들은 견고한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매운 고추를 심어 코끼리의 침입을 막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킹 교수는 코끼리가 벌집이 있는 나무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산 벌떼가 윙윙거리는 소리와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각각 녹음했다. 이어 여러 무리의 코끼리가 모여 휴식을 취하는 근처에 숨어 녹음 소리를 들려줬다.
놀랍게도 화난 벌떼의 소리를 들려주자 단 10초 만에 무리를 이룬 코끼리 284마리 가운데 8마리가 그 지역을 떠났고, 80초 뒤에는 나머지 코끼리마저 모두 도망갔다. 반면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에는 코끼리 무리 가운데 8마리만 자리를 피했다.
킹 교수는 “비록 코끼리의 피부가 두껍지만 눈 주위나 귀 뒷면, 배, 코 안쪽은 벌침에 취약하다”며 “한번이라도 벌침에 쏘인 코끼리는 벌 소리만 들어도 공포에 떤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