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만 수학 동아리에 들어오라는 법은 없다. 진로가 달라도 수학과 관련한 활동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기르고 성장할 수 있다. 다양한 진로를 가진 학생이 모여 재밌는 활동을 한다는 인천 연수고등학교 수학 동아리 SSAM을 만났다.
SSAM은 어떤 뜻?
SSAM은 Special Students At Mathematics의 약자로, ‘수학을 통해 어떤 분야에서든 특별한 사람이 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수학의 본질을 알려주마!”
연수고 수학 교사이자 SSAM을 담당하는 한송희 교사는 이 같은 구호를 외치며 1학년 학생들에게 수학 동아리 가입을 권유했다. 2019년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싶어 과학 동아리 가입을 원했던 2학년 윤현석 학생은 한 교사의 말에 이끌려 SSAM에 들어왔고, 1학년 동아리장을 맡아 여러 활동을 하며 수학의 매력에 푹 빠졌다.
SSAM은 ‘수학 탐구 동아리’로, 진로가 비슷한 사람끼리 조를 짜고 수학과 관련된 주제를 하나 정해 각 조가 탐구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게 주요 활동이다. 보통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이 들어오기 때문에 ‘순수수학조’, ‘과학융합조’, ‘응용통계조’, ‘기계공학조’로 나눈다.
예를 들어 ‘사이클로이드’를 주제로 한 동아리 주제탐구 토론시간에 순수수학조는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기계공학조는 기계에 활용되는 사례를 조사하는 등 조의 특성에 맞는 관점으로 탐구하며 조원끼리 진로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한 교사는 수학의 본질을 알려면 주제탐구 활동과 더불어 수학을 여러 활동과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생활과 관련있어야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동기가 생기고 물리, 컴퓨터공학, 건축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진로를 가진 동아리원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창의’와 ‘융합’이라는 수학 교육의 목표와도 일치했다.
그래서 시도한 첫 번째 활동은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인천수학축전’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학기 초부터 학생들과 체험 주제를 고민한 끝에 지오지브라와 알지오매스*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회전체를 그리고, 눈치 게임과 미로 게임을 만들어 즐기도록 했다. 소리의 파동과 주기를 삼각함수 그래프로 나타내 음악을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직접 연주도 했다.
2학년 송민철 학생은 “수학을 재밌게 배우는 방법을 고민하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인 음악이 떠올랐다”며, “수학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음파를 수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SSAM은 2019 인천수학축전 중에 열린 인천수학탐구발표대회에서 이 연구 내용을 발표했고 체험부스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해 인천교육감 동상을 받았다.
한 교사는 “국내에서 만든 알지오매스를 학생들에게 알려 수학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며, “전문 강사를 초청해 학생들과 함께 알지오매스를 배웠다”고 말했다.
두 번째 활동은 동아리원을 비롯해 연수고 학생 중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을 모아 3D 모델링, 파이썬, 사물인터넷을 가르치는 ‘창의융합스쿨’을 운영한 것이다. 한 교사는 “동아리 외 시간을 활용해 수학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을 키워줄 수 있었다”며, “부족한 예산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공모사업에 지원해 해결했다”고 밝혔다.
서로가 발전하는 동아리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학생은 입시에서도 결과가 좋다. 동아리 활동 내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 교사는 “학업에서 이루는 성과보다 ‘인격적인 성숙’이 더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토론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학습 욕구가 생길 뿐 아니라 인내심과 끈기가 생겨 1, 2년 사이에 몰라보게 성숙해진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 보람 있다”며, “꼭 입시가 아니어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기른 소양은 성인이 돼서 필요한 시기에 발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담당 교사도 동아리를 맡으면 교사의 역량을 기를 수 있고, 수학축전 같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다른 교사와 소통을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슬럼프마저 동아리 활동으로 극복했다는 한 교사는 “동아리를 열심히 지도하면 학생과 마찬가지로 교사도 즐겁고, 상을 받으면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 생각 또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수학과 관련된 재밌는 소재를 생각하다 보니 수학에 대한 관점이 ‘대학 입시에 필요한 어려운 과목’에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중요한 학문’으로 바뀐 것이다.
올해도 다양한 진로를 가진 학생들이 SSAM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졸업하고 난 뒤 어떤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가 돼 있을지 기대해보자.
용어정리
* 지오지브라 & 알지오매스 : 기하, 대수, 미적분 등을 다룰 수 있는 교육용 수학 소프트웨어. 국내에서 개발한 알지오매스는 코딩 기능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