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지각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강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진의 울림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백두산 분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진과 화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부족하다.
지진과 화산이 일어나는 원리는 무엇이고
이 둘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2008년 6월 14일 일본 미야기 현쿠리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도로가 내려앉은 모습(왼쪽)과 지난 1월 27일 일본 규슈 신모에다케 화산이 분화하는 모습.]
지친 땅의 비명 지진
지각은 판의 운동에 의해 지속적으로 당기거나 미는 힘(응력)을 받는다. 때문에 지각을 이루는 암석은 휘어지거나 압축된다. 이런 변형이 수십 년, 수백 년, 심지어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된다. 암석이 견딜수 있는 강도를 넘어서는 순간 지각이 ‘퍽’하고 찢어진다. 이것이 지진이다. 응력은 어긋난 단층을 미는 동안 대부분 감소된다. 또 일부는 마찰열과 지진파로 변형돼 사라진다.
여진은 주 지진 이후 미처 해소되지 못한 응력이 일으키는 지진이다. 일본 센다이 지역은 큰 지진 이후 한 달 동안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410개가 넘게 발생했다. 이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지진의 경우는 여진이 몇 년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박순천 국립기상연구소 기상연구사는 “큰 지진은 10년이 넘어도 여진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20km 이내로 얕은 편인 반면, 해양지각 지진은 690km 지하에서도 발생한다. 대륙지각은 온도와 압력이 높아 암석이 유연한 상태로 변형돼 있어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온도가 낮고 단단한 해양지각은 강성 변형이 일어나 지진이 잘 일어난다. 마치 딱딱한 왁스는 힘을 가할 때 깨지고, 온도가 높아 부드러워진 왁스는 유동성을 갖는 것과 같다.
지진은 판의 경계부에서 많이 발생한다. 판 경계의 종류에 따라 단층 메커니즘이 결정된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단층은 중앙해령 같은 판의 발산 경계에서 발견된다. 양쪽에서 미는 힘으로 생기는 역단층은 판의 수렴 경계에서,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은 변환 단층 경계에서 생긴다. 규모가 큰 지진은 대부분 수렴 경계에서 발생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규모 9.2), 1960년과 2010년 칠레 지진(규모 9.5, 규모8.8), 올해 일본 지진(규모 9.0) 등이 좋은 예다.
암석의 강도와 축적된 응력의 양을 알면 지진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에는 여러 가지 암석이 섞여 있다. 이를 모두 알아내 총체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파괴적인 지진파가 도착하기 수십 초 전에 지진을 경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진원에서 지진파는 약 초속 3.3km의 속도로 이동하지만 라디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한다. 1985년 멕시코시티에서 약 300km 떨어진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지진계에 연결된 컴퓨터는 수초 내에 지진 발생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위성 라디오를 통해 전달했다. 그 결과 멕시코시티에 지진파가 도착하기 50~80초 전에 대피경보를 울릴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책상 밑으로 피하거나, 전기와 가스를 잠글 수 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새로운 땅의 시작 화산
인간이 땅속을 10km 가까이 파 내려가면서 확인한 것은 지구의 속은 뜨겁다는 사실이다. 마그마는 암석이 녹아 액체로 된 물질이다. 지하 100km 이상이면 암석이 녹기에 충분한 온도인 1300℃가 된다. 액체인 마그마는 암석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부력에 의해 상승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마그마는 지각의 균열을 따라 상승하거나 암석을 직접 녹여 상승한다. 지각 밑에 있는 마그마 방에 머물고 있다가 내부 압력을 견딜 수 없으면 중앙 화구 또는 측면 화구를 통해 지표를 뚫고 나온다. 이렇게 밖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용암이다. 화산은 용암과 다른 분출물질이 모여 생긴 언덕이나 산을 말한다. 용암의 화학성분과 기체 함량, 온도에 따라 생성되는 지형과 화산의 성격이 다르다. 실리카 양
이 많고 온도가 낮은 유문암질 및 안산암질 용암일수록, 또 기체함량이 높을수록 분화가 훨씬 폭발적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화산은 용암 혹은 화쇄물이 중앙 분화구를 통해 배출되는 중앙화산이다. 하지만 더 큰 분화는 마그마가 지표의 틈을 통해 거의 수직으로 올라오는 열극 분화에서 일어난다. 1783년 아이슬란드 해변에 있는 대서양 중앙해령에서 일어난 열극 분출로 당시 아이슬란드 주민의 5분의 1이 기아로 죽었다. 32km 길이의 열극에서 미국 뉴욕 맨해튼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중간 높이까지 채울 수 있는 현무암이 쏟아져 나왔다.
화산은 지구의 지각을 만드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용암과 화산재, 화산탄 같은 화산쇄설물 화산은 암석과 화산 퇴적층을 만든다. 화산가에 들어 있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은 초기 지구에서 대기와 바다를 형성했다고 추정된다. 기후에도 영향을 미쳐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다음 해 지구의 평균 온도를 0.5℃나 끌어 내렸다. 최근엔 마그마로 가열된 지하수와 증기(간헐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간헐천은 현재 600M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산폭발은 인류에게 재난이다. 지난 500년 동안 화산 분화로 약 25만 명이 죽었다. 현재 기술로 화산 분화는 막을수는 없지만 위험한 화산을 식별하고 잠재적으로 재해를 피할 수는 있다. 과학자들은 화산이 분화하기 전에 일어나는 지진, 화산이 부풀어오른 정도, 가스 분출 등을 탐지하고 있다. 지진파로 마그마 방이 얼마만큼 상승해 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또는 시추공이나 광산의 지하 갱구를 통해 깊이에 따른 온도를 잰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지하 40km의 온도가 1000℃에 달한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통해 이 지역이 마그마가 생성할 조건이 됐다고 추측한다.
12개의 판이 만드는 역동적인 지구
[점선을 따라 태평양을 잘랐을 때 지구 속 판의 움직임과 지형을 아래 그림에 펼쳐 보였다.]
화산과 지진의 공통점은 둘 다 지구 내부의 열로 순환하는 고체 맨틀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각은 1년에 수 cm씩 움직이는 12개의 큰 판으로 나뉜다. 판은 뜨거운 맨틀이 상승하는곳에서 분리되고 다시 수렴 경계부에서 맨틀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판이 맨틀을 따라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만은 아니다. 판은 제각각 운동하는 속도가 다르다. 태평양판, 나즈카판, 코코스판, 인도판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판이 있는가 하면 북미판, 남미판, 아프리카판, 유라시아판, 남극판은 느리게 움직인다. 빠르게 움직이는 판은 온도가 차갑고 무겁다. 그래서 이런 판들은 경계부를 따라 다른 판 밑으로 섭입된다. 즉 판은 맨틀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하중 때문에 스스로 가라앉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발산 경계에서 지각이 확장되는 지역은 섭입력에 의해 판이 잡아당겨져 맨틀이 판에 수동적으로 끌려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아이 제도의 모습. 고정된 열점과 달리 해양지각이 판과 함께 이동하면서 곳곳에 화산섬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지각판은 맨틀의 어디까지 들어갈까. 초기 과학자들은 심발지진이 700km 이상 깊은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판의 재순환이 맨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후에 지진파를 통해 차가운 판이 핵-맨틀 경계까지 내려가 있는것을 발견했다. 섭입 판은 주위의 맨틀보다 차갑기 때문에 지진파로 구분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맨틀이 일부가 아닌, 전체가 대류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판의 경계부는 판들끼리 부딪치면서 생기는 마찰력과 갑작스러운 압력변화로 인해 지진과 화산이 많이 발생한다. 활화산의 약 80%는 판이 수렴하는 경계에서, 15%는 판이 갈라지는 곳에서, 나머지는 판 내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지구 밖으로 용암을 분출하는 양은 판이 갈라지는 곳(발산경계)이 가장 많다. 매년 대략 3km3의 현무암질 용암이 중앙해령을 따라 분출한다. 수렴경계에서 분출되는 화산암은 매년 1km3이다.
큰 지진이 화산 분화 유도할까
지진과 화산은 둘 다 지구가 내부의 열을 지표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은 미국에서 한 달간 소비되는 에너지양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 화산도 마찬가지. 화산을 통해 새로운 지각이 생성되는 과정은 지구 내부에서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60%에 해당한다.
두 과정은 모두 판의 운동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두 메커니즘 사이에는 서로의 활동을 유발하는 작용이 없을까. 지진이나 화산 분화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주변으로 전파된다면 지진과 화산 분화의 잠재적 위험이 있던 지역에서 반응하지 않을까.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전문가들이 모여 악수했다. 이 날 남북 대표단은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공동 조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규모 7.2 지진 발생 뒤 30분 만에 화산 폭발
먼저 화산이 지진을 유발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런 지진은 ‘화산성 지진’이라고 해서 단층운동에 의한 일반적인 지진과 구분된다. 화산성 지진은 마그마가 상승하거나 지표를 뚫고 올라오려고 할 때 주변 땅에 응력이 미치면서 발생하는 지진이다. 규모가 1~2 정도로 작아서 화산 분화의 전조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박순천 기상연구사는 “화산활동(마그마활동)과 관련해 ‘화산성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경우에 따라 화산 분화 전후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사례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진이 화산을 유발했는가’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규모 6.0 이상의 큰 지진이 일어나면 응력이 연쇄적으로 인접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응력의 균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칠레 지진처럼 규모 8이 넘는 지진의 응력은 지구를 3바퀴 돌아도 지진파의 파동이 살아 있을 정도로 크다. 만일 큰 지진에서 발생한 응력이 지반이 약한 곳이나 응력이 쌓여 있던 곳에 도달하면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큰 지진 후에는 지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과학동아 2010년 4월호 시사기획 참고).
따라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은 화산 분화를 유발할 수 있다. 박 연구사는 “화산이 활동하고 있었다거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경우 지진(지진파)이 화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규모 지진이 주변에 있는 화산(주로 활화산)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통계학적으로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다. 전영수 국립기상연구소 지진연구팀장은 “장기간 동안 많은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지진과 화산은 1900년 이후부터 기록돼 사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확실히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사례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1975년 11월 29일 하와이에서 일어난 규모 7.2 지진과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진이 일어난 뒤 30분 만에 터졌다. 지진이 일어난 장소는 화산 바로 아래였다. 또 다른 예는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일어난 9.5 규모의 지진이다. 38시간이 지난 뒤 칠레 중앙에 있는 푸예우에 화산이 사납게 분출했다. 25년 만의 분화였다. 이 둘의 공통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매우 근접한 화산이, 며칠 내에 분화했다는 점이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경우 꾸준히 압력이 높아져 언제라도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경우 화산이 분화하는 데 지진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진파가 마그마 방 압력 높여
그렇다면 큰 지진은 화산을 어떻게 유도할까.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지진이 주변의 땅을 흔들고 많은 균열을 일으켜 지반을 약하게 만든다는 설이다. 그러면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올라오거나 균열을 통해 밖으로 용암이 나올 수 있다. 1975년 킬라우에아 화산이 이런 이유로 분화했다고 추측된다.
또 다른 이유는 지진파의 영향이다. 큰 지진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주변 화산 지각 아래에 있는 마그마 방을 뚫고 지나갈 때 마그마 방을 교란시킨다. 그러면 마그마 내에 녹아 있던 기체가 빠져나오면서 마그마 내의 압력이 높아진다. 압력의 상승은 마그마를 떠오르게 하고 결국 화산으로 분화한다.
큰 지진으로 비롯된 응력의 변화가 근처에 있는 마그마 방을 압축하거나 팽창시킬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화산의 분화를 유도하고 근처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최근엔 거리가 수백km 떨어진 지역에서 수 년 또는 수백 년 뒤에 일어난 지진과 화산의 관계를 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짐 세비지와 웨인 테쳐는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수백km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지층의 마그마방이 수년 뒤 팽창해서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지질화산조사연구소는 600년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지진과 화산 자료를 통해 마그마 방의 압력이 변한 화산 주변 단층대는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백두산 분화 임박, 근거 없어
그러면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우리나라 화산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백두산이라는 거대한 활화산을 가지고 있다. 백두산은 1000년 전에 남한 전체를 1m 두께로 덮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양의 화산 분출물을 내놓았다. 최근 백두산 천지 아래 2~5km 지점에서 화산성 지진이 증가하고 천지 주변 암석에서 균열이 발견돼 분화 징후가 뚜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지진 및 화산 연구자들은 일본 지진의 여파가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수 지진연구팀장은 “일본 센다이 지진 뒤 국내에 발생한 몇 개의 지진을 두고 두 지진 사이에 연관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며 “만일 관계가 있었다면 일본 지진이 일어난 뒤 우리나라 지진 발생 횟수가 평년과 달라야 하는데, 눈에 띄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팀장은 “화산의 움직임도 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박순천 기상연구사는 “큰 지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응력이 충분히 축적돼 약간의 응력 변화에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 한한다”며 백두산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정현 연구원은 “분화가 임박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백두산이 분화가 임박했다는 최근의 논란은 객관적인 관측 자료를 보강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화산성 지진을 감지하고 수준계와 GPS를 통한 지표의 기울기와 팽창 정보, 화산성 가스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진의 울림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백두산 분출에 대한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진과 화산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부족하다.
지진과 화산이 일어나는 원리는 무엇이고
이 둘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2008년 6월 14일 일본 미야기 현쿠리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도로가 내려앉은 모습(왼쪽)과 지난 1월 27일 일본 규슈 신모에다케 화산이 분화하는 모습.]
지친 땅의 비명 지진
지각은 판의 운동에 의해 지속적으로 당기거나 미는 힘(응력)을 받는다. 때문에 지각을 이루는 암석은 휘어지거나 압축된다. 이런 변형이 수십 년, 수백 년, 심지어는 수천 년 동안 지속된다. 암석이 견딜수 있는 강도를 넘어서는 순간 지각이 ‘퍽’하고 찢어진다. 이것이 지진이다. 응력은 어긋난 단층을 미는 동안 대부분 감소된다. 또 일부는 마찰열과 지진파로 변형돼 사라진다.
여진은 주 지진 이후 미처 해소되지 못한 응력이 일으키는 지진이다. 일본 센다이 지역은 큰 지진 이후 한 달 동안 규모 5.0 이상의 여진이 410개가 넘게 발생했다. 이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지진의 경우는 여진이 몇 년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박순천 국립기상연구소 기상연구사는 “큰 지진은 10년이 넘어도 여진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20km 이내로 얕은 편인 반면, 해양지각 지진은 690km 지하에서도 발생한다. 대륙지각은 온도와 압력이 높아 암석이 유연한 상태로 변형돼 있어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온도가 낮고 단단한 해양지각은 강성 변형이 일어나 지진이 잘 일어난다. 마치 딱딱한 왁스는 힘을 가할 때 깨지고, 온도가 높아 부드러워진 왁스는 유동성을 갖는 것과 같다.
지진은 판의 경계부에서 많이 발생한다. 판 경계의 종류에 따라 단층 메커니즘이 결정된다.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힘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단층은 중앙해령 같은 판의 발산 경계에서 발견된다. 양쪽에서 미는 힘으로 생기는 역단층은 판의 수렴 경계에서,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은 변환 단층 경계에서 생긴다. 규모가 큰 지진은 대부분 수렴 경계에서 발생한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규모 9.2), 1960년과 2010년 칠레 지진(규모 9.5, 규모8.8), 올해 일본 지진(규모 9.0) 등이 좋은 예다.
암석의 강도와 축적된 응력의 양을 알면 지진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각에는 여러 가지 암석이 섞여 있다. 이를 모두 알아내 총체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금은 파괴적인 지진파가 도착하기 수십 초 전에 지진을 경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진원에서 지진파는 약 초속 3.3km의 속도로 이동하지만 라디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한다. 1985년 멕시코시티에서 약 300km 떨어진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지진계에 연결된 컴퓨터는 수초 내에 지진 발생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위성 라디오를 통해 전달했다. 그 결과 멕시코시티에 지진파가 도착하기 50~80초 전에 대피경보를 울릴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책상 밑으로 피하거나, 전기와 가스를 잠글 수 있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새로운 땅의 시작 화산
인간이 땅속을 10km 가까이 파 내려가면서 확인한 것은 지구의 속은 뜨겁다는 사실이다. 마그마는 암석이 녹아 액체로 된 물질이다. 지하 100km 이상이면 암석이 녹기에 충분한 온도인 1300℃가 된다. 액체인 마그마는 암석보다 밀도가 낮기 때문에 부력에 의해 상승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마그마는 지각의 균열을 따라 상승하거나 암석을 직접 녹여 상승한다. 지각 밑에 있는 마그마 방에 머물고 있다가 내부 압력을 견딜 수 없으면 중앙 화구 또는 측면 화구를 통해 지표를 뚫고 나온다. 이렇게 밖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용암이다. 화산은 용암과 다른 분출물질이 모여 생긴 언덕이나 산을 말한다. 용암의 화학성분과 기체 함량, 온도에 따라 생성되는 지형과 화산의 성격이 다르다. 실리카 양
이 많고 온도가 낮은 유문암질 및 안산암질 용암일수록, 또 기체함량이 높을수록 분화가 훨씬 폭발적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화산은 용암 혹은 화쇄물이 중앙 분화구를 통해 배출되는 중앙화산이다. 하지만 더 큰 분화는 마그마가 지표의 틈을 통해 거의 수직으로 올라오는 열극 분화에서 일어난다. 1783년 아이슬란드 해변에 있는 대서양 중앙해령에서 일어난 열극 분출로 당시 아이슬란드 주민의 5분의 1이 기아로 죽었다. 32km 길이의 열극에서 미국 뉴욕 맨해튼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중간 높이까지 채울 수 있는 현무암이 쏟아져 나왔다.
화산은 지구의 지각을 만드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용암과 화산재, 화산탄 같은 화산쇄설물 화산은 암석과 화산 퇴적층을 만든다. 화산가에 들어 있는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등은 초기 지구에서 대기와 바다를 형성했다고 추정된다. 기후에도 영향을 미쳐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다음 해 지구의 평균 온도를 0.5℃나 끌어 내렸다. 최근엔 마그마로 가열된 지하수와 증기(간헐천)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간헐천은 현재 600M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산폭발은 인류에게 재난이다. 지난 500년 동안 화산 분화로 약 25만 명이 죽었다. 현재 기술로 화산 분화는 막을수는 없지만 위험한 화산을 식별하고 잠재적으로 재해를 피할 수는 있다. 과학자들은 화산이 분화하기 전에 일어나는 지진, 화산이 부풀어오른 정도, 가스 분출 등을 탐지하고 있다. 지진파로 마그마 방이 얼마만큼 상승해 있는지 파악할 수도 있다. 또는 시추공이나 광산의 지하 갱구를 통해 깊이에 따른 온도를 잰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서부지역에서 지하 40km의 온도가 1000℃에 달한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는데, 이를 통해 이 지역이 마그마가 생성할 조건이 됐다고 추측한다.
12개의 판이 만드는 역동적인 지구
[점선을 따라 태평양을 잘랐을 때 지구 속 판의 움직임과 지형을 아래 그림에 펼쳐 보였다.]
화산과 지진의 공통점은 둘 다 지구 내부의 열로 순환하는 고체 맨틀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각은 1년에 수 cm씩 움직이는 12개의 큰 판으로 나뉜다. 판은 뜨거운 맨틀이 상승하는곳에서 분리되고 다시 수렴 경계부에서 맨틀 속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판이 맨틀을 따라 수동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만은 아니다. 판은 제각각 운동하는 속도가 다르다. 태평양판, 나즈카판, 코코스판, 인도판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판이 있는가 하면 북미판, 남미판, 아프리카판, 유라시아판, 남극판은 느리게 움직인다. 빠르게 움직이는 판은 온도가 차갑고 무겁다. 그래서 이런 판들은 경계부를 따라 다른 판 밑으로 섭입된다. 즉 판은 맨틀에 의해 끌려 다니는 게 아니라 하중 때문에 스스로 가라앉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가설에 의하면 발산 경계에서 지각이 확장되는 지역은 섭입력에 의해 판이 잡아당겨져 맨틀이 판에 수동적으로 끌려온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아이 제도의 모습. 고정된 열점과 달리 해양지각이 판과 함께 이동하면서 곳곳에 화산섬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지각판은 맨틀의 어디까지 들어갈까. 초기 과학자들은 심발지진이 700km 이상 깊은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판의 재순환이 맨틀 상부에서만 일어난다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후에 지진파를 통해 차가운 판이 핵-맨틀 경계까지 내려가 있는것을 발견했다. 섭입 판은 주위의 맨틀보다 차갑기 때문에 지진파로 구분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맨틀이 일부가 아닌, 전체가 대류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판의 경계부는 판들끼리 부딪치면서 생기는 마찰력과 갑작스러운 압력변화로 인해 지진과 화산이 많이 발생한다. 활화산의 약 80%는 판이 수렴하는 경계에서, 15%는 판이 갈라지는 곳에서, 나머지는 판 내부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지구 밖으로 용암을 분출하는 양은 판이 갈라지는 곳(발산경계)이 가장 많다. 매년 대략 3km3의 현무암질 용암이 중앙해령을 따라 분출한다. 수렴경계에서 분출되는 화산암은 매년 1km3이다.
큰 지진이 화산 분화 유도할까
지진과 화산은 둘 다 지구가 내부의 열을 지표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하는 에너지의 양은 미국에서 한 달간 소비되는 에너지양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 화산도 마찬가지. 화산을 통해 새로운 지각이 생성되는 과정은 지구 내부에서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60%에 해당한다.
두 과정은 모두 판의 운동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두 메커니즘 사이에는 서로의 활동을 유발하는 작용이 없을까. 지진이나 화산 분화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주변으로 전파된다면 지진과 화산 분화의 잠재적 위험이 있던 지역에서 반응하지 않을까.
[백두산 화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북 전문가들이 모여 악수했다. 이 날 남북 대표단은 백두산 화산활동에 대한 공동 조사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규모 7.2 지진 발생 뒤 30분 만에 화산 폭발
먼저 화산이 지진을 유발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런 지진은 ‘화산성 지진’이라고 해서 단층운동에 의한 일반적인 지진과 구분된다. 화산성 지진은 마그마가 상승하거나 지표를 뚫고 올라오려고 할 때 주변 땅에 응력이 미치면서 발생하는 지진이다. 규모가 1~2 정도로 작아서 화산 분화의 전조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박순천 기상연구사는 “화산활동(마그마활동)과 관련해 ‘화산성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이라며 “경우에 따라 화산 분화 전후에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는 사례도 발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진이 화산을 유발했는가’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규모 6.0 이상의 큰 지진이 일어나면 응력이 연쇄적으로 인접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전 지구적으로 응력의 균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 칠레 지진처럼 규모 8이 넘는 지진의 응력은 지구를 3바퀴 돌아도 지진파의 파동이 살아 있을 정도로 크다. 만일 큰 지진에서 발생한 응력이 지반이 약한 곳이나 응력이 쌓여 있던 곳에 도달하면 또 다른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큰 지진 후에는 지진이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과학동아 2010년 4월호 시사기획 참고).
따라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은 화산 분화를 유발할 수 있다. 박 연구사는 “화산이 활동하고 있었다거나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경우 지진(지진파)이 화산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대규모 지진이 주변에 있는 화산(주로 활화산)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통계학적으로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다. 전영수 국립기상연구소 지진연구팀장은 “장기간 동안 많은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지진과 화산은 1900년 이후부터 기록돼 사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확실히 인과관계를 인정받은 사례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1975년 11월 29일 하와이에서 일어난 규모 7.2 지진과 킬라우에아 화산의 분화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지진이 일어난 뒤 30분 만에 터졌다. 지진이 일어난 장소는 화산 바로 아래였다. 또 다른 예는 1960년 5월 22일 칠레에서 일어난 9.5 규모의 지진이다. 38시간이 지난 뒤 칠레 중앙에 있는 푸예우에 화산이 사납게 분출했다. 25년 만의 분화였다. 이 둘의 공통점은 지진이 발생한 지역과 매우 근접한 화산이, 며칠 내에 분화했다는 점이다. 킬라우에아 화산의 경우 꾸준히 압력이 높아져 언제라도 터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경우 화산이 분화하는 데 지진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지진파가 마그마 방 압력 높여
그렇다면 큰 지진은 화산을 어떻게 유도할까.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지진이 주변의 땅을 흔들고 많은 균열을 일으켜 지반을 약하게 만든다는 설이다. 그러면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부분을 뚫고 올라오거나 균열을 통해 밖으로 용암이 나올 수 있다. 1975년 킬라우에아 화산이 이런 이유로 분화했다고 추측된다.
또 다른 이유는 지진파의 영향이다. 큰 지진에서 발생한 지진파가 주변 화산 지각 아래에 있는 마그마 방을 뚫고 지나갈 때 마그마 방을 교란시킨다. 그러면 마그마 내에 녹아 있던 기체가 빠져나오면서 마그마 내의 압력이 높아진다. 압력의 상승은 마그마를 떠오르게 하고 결국 화산으로 분화한다.
큰 지진으로 비롯된 응력의 변화가 근처에 있는 마그마 방을 압축하거나 팽창시킬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화산의 분화를 유도하고 근처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 이런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최근엔 거리가 수백km 떨어진 지역에서 수 년 또는 수백 년 뒤에 일어난 지진과 화산의 관계를 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짐 세비지와 웨인 테쳐는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수백km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 지층의 마그마방이 수년 뒤 팽창해서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지질화산조사연구소는 600년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지진과 화산 자료를 통해 마그마 방의 압력이 변한 화산 주변 단층대는 지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백두산 분화 임박, 근거 없어
그러면 이번에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이 우리나라 화산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백두산이라는 거대한 활화산을 가지고 있다. 백두산은 1000년 전에 남한 전체를 1m 두께로 덮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양의 화산 분출물을 내놓았다. 최근 백두산 천지 아래 2~5km 지점에서 화산성 지진이 증가하고 천지 주변 암석에서 균열이 발견돼 분화 징후가 뚜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지진 및 화산 연구자들은 일본 지진의 여파가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수 지진연구팀장은 “일본 센다이 지진 뒤 국내에 발생한 몇 개의 지진을 두고 두 지진 사이에 연관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많았다”며 “만일 관계가 있었다면 일본 지진이 일어난 뒤 우리나라 지진 발생 횟수가 평년과 달라야 하는데, 눈에 띄는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팀장은 “화산의 움직임도 달라졌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박순천 기상연구사는 “큰 지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응력이 충분히 축적돼 약간의 응력 변화에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 한한다”며 백두산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정현 연구원은 “분화가 임박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근거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백두산이 분화가 임박했다는 최근의 논란은 객관적인 관측 자료를 보강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화산성 지진을 감지하고 수준계와 GPS를 통한 지표의 기울기와 팽창 정보, 화산성 가스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