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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자 하나로 묶는 여름 축제

런던국제청소년과학포럼


런던국제청소년과학포럼


아이작 뉴턴을 비롯해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한 왕립학회, 산업혁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스팀엔진에서 최첨단 우주로켓에 이르는 전시물로 가득한 런던과학박물관, 3000만점의 동식물 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자연사박물관….

유럽 과학기술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지난 7월 25일 전 세계 50여 개국 250명의 과학 영재가 모였다. 만 16~21세 학생들이 2주 동안 참가하는 런던국제청소년과학포럼(LIYSF)은 국제적으로 이름난 청소년 과학캠프다.

올해로 49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과학의 당면 문제와 미래의 발전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리처드 오케네디 LIYSF 의장은 환영축사에서 “이제는 과학을 더 이상 한 국가에 국한된 영역이 아닌 범 지구적,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인텔과학경진대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물리올림피아드 같은 각종 과학 관련 대회 입상 경력을 갖고 있다. 대학성적이나 연구논문 선발 심사를 거쳐 참가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과학문화재단과 주한 영국문화원이 지난 1월 주최한 ‘생활 속 과학의 발견을 주제로 한 과학 동영상 공모전’에서 선발된 4명이 참가했다. 이향진 양과 표준범(민사고 3년) 군, 송상헌(대원외고 3년) 군, 김윤경(인천 효성여고 2년) 양이 바로 그 주인공.

각국 정부나 과학단체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도 있다. LIYSF 웹사이트(www.liysf.org.uk)에 과학 활동 에세이를 작성하고 학교장 추천서와 영어능력을 입증하면 심사를 통해 참가기회가 주어진다.

오는 9월 미국 스탠퍼드대에 입학할 예정인 이두영(18세) 군은 “유명한 과학자의 강연에서 과학적 영감을 얻고 미래 과학자와 네트워크를 쌓고 싶다”며 자비를 들여 참가했다.

행사는 초청강연과 특별강연, 토론과 논문 발표, 연구현장 견학과 유적지 탐방, 런던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49회째를 맞은 런던국제청소년과학포럼에 전세계 50여개국 250명의 과학 영재가 모였다.


비누거품 응용한 도로설계?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활용한 강연에 학생들은 흥미를 갖고 수시로 질문을 던지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시체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과 성 감별법, 면역체계 원리, 카오스와 프랙탈 이론, 색의 화학적 특성 등 과학교과서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던 내용을 초청강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를 모은 특별강연은 단연 ‘비누거품의 마술’과 ‘뮤직 스퀘어’. 영국 켄트대 물리학과 시릴 아이젠버그 교수는 강의 내내 비누거품을 직접 만들면서 항상 최소표면적을 유지하는 비누거품의 특성을 설명했다. 강연을들은 이향진 양은 “마치 마술공연을 보는 듯 했다”며 “비누거품의 특성을 도로망이나 파이프라인 설계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부부과학자 마이크 글루야스 박사와 웬디 글루야스 씨는 소리의 물리적 특성과 그것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는 지를 알려줬다. 특히 그가 대성당이나 화장실, 파이프라인 등 공간 구조가 다른 곳에서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바꿔 들려줄 때마다 학생들은 연신 탄성을 질렀다.

매 강연마다 주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외국 학생들의모습이 부러웠다”는 김윤경 양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을 잘 하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과학자 사회에서 질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런던 시내 곳곳을 구경하며 영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했다.


학생들의 연구라고 얕보지 마라


학생들은 과학,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행사 기간 동안 학생들은 전 지구적 환경 이슈와 신재생에너지, 생명윤리를 주제로 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존 니들 LIYSF 운영책임자는 “유전자변형이나 기후변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과학이 사회와 소통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미래 과학을 책임질 참가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지구온난화’를 특별 주제로 선정해 ‘해안 관리와 보호’ ‘교육과 사회의 역할’ ‘에너지 생산과 사용’ ‘수질 관리’ ‘농업과 삼림’ 5개 분야로 나눠 토론이 진행됐다. ‘해안의 생태 변화’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가장 많은 학생이 관심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수온 상승으로 산호가 사라지는 현상 등을 지적하며 ‘높은 온도에 견딜 수 있는 산호를 만들자’ ‘산호 서식지를 옮기자’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송상헌 군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생활 속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과학 포럼 바자’ 시간에는 각자 탐구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코넬대에 입학할 예정인 새뮤얼 람지(18세) 군은 “외국 무당벌레 종이 미국에 유입됨으로써 생태계를 교란시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연구논문을 설명했다. 람지 군의 자신의 연구 결과가 최근 타당성을 검증받고 미국 농림부 정책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스라엘에서 온 이타이 야헬롬(18세) 군은 “정보저장방식을 바꿔 ‘구글’을 뛰어넘는 새로운 검색엔진을 만들고 싶다”며 이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 포르투칼에서 온 아폰소 반데이라(19세)군은 ‘술 취한 사람이 술집에서 나와 자기 집을 찾아갈 확률은 언제나 1이다’를 수학이론을 이용해 흥미롭게 증명해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4명이 한 조를 이뤄 지하철을 타고 문제를 푸는 게임에서 1등을 한 팀에는 상금 80파운드가 주어졌다.


친구, 그 아름다운 이름


증기기관이 전시돼 있는 런던과학박물관을 둘러보며 학생들은 산업혁명의 발자취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번 행사는 실력을 겨루는 경연대회가 아니었지만 행사기간 동안 틈만 나면 수학문제를 풀거나 과학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기자랑 시간이 되자 ‘공부벌레’의 모습을 버리고 뛰어난 춤과 노래실력을뽐냈다.

뉴질랜드에서 온 케이트 켐벨(18세) 양은 발레를, 그리스에서 온 학생들은 기타연주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저스틴 몹(18세) 군은 시 낭송을 선보였다. 표준범 군은 신문을 찢은 뒤 원래대로 만드는 마술과 따로 떨어진 링 8개를 서로 연결시키는 마술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메이카에서 온 11명의 학생이 함께 나와 전통춤을 출 때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런던대나 런던임페리얼칼리지 내 실험실과 에어버스사, 화이자사 같은 최첨단 연구현장을 견학하며 영국 과학의 현주소를 눈으로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를 방문해 재학생들로부터 학교생활에 대한 생생한 얘기를 들으며 진로 설계에 대한 고민을 서로 나눴다.

학생들은 자유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런던 시내도 구경했다. 케임브리지 지역에서 온 벤 토드(18세) 군은 “런던에 싫증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난 사람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참가자들에게 런던의 매력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미라가 전시돼 있는 대영박물관,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트라팔가 광장, 템즈 강변에서 위용을 뽐내는 빅 벤 등 런던 곳곳을 둘러보고 뮤지컬도 관람했다.

참가자들은 틈틈이 자기 나라의 문화에 대해 서로 얘기하고 자국어로 인사말을 가르쳐주며 나이와 인종을 초월해 친구가됐다. 또 그들은 각 분야의 최고 과학자가 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존 니들 운영책임자는 “과학적 호기심이 많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LIYSF가 미래 과학자를 양성하고 서로를 묶어주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혁명의 출발지인 런던에서 열린 LIYSF는 미래 과학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멋있는 여름 축제였다.


학생들은 장기자랑 시간에 기타연주, 마술쇼, 발레 등를 선보였고 전통춤을 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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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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