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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지구의 신비 간직한 「냉동타임캡슐」

빙하기 이래로 홀로 떨어진 변방의 얼음대륙. 그러나 이제는 세계각국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오로라와 빙하의 나라 남극은 그 면적이 한반도의 60여배 정도로 1천6백만㎢에 이르는 지구상에서 다섯번째의 크기를 가진 대륙인데 그 표면의 98%가 평균 고도 2천1백60m의 만년빙으로 덮여있다. 만약 이들 만년빙이 지구온난화현상 등의 결과로 모두 녹아내린다면 지구해수면이 60m 정도 상승할 것이다. 이것은 서울에 있는 63빌딩의 10층 이상을 잠기게 할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프랑스의 남극기지(Dumont d'Urville base). 이곳은 1956년에 설립됐다.
 

과거에는 수풀이 우거졌으나···

남극은 빙하기에 홀로 격리된 후 지구상의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도양 태평양 대서양 등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아마도 이곳에 수풀이 우거지고 동물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남극에서는 각종의 화석과 그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남극점에서 수백마일 내에 있는 한 산중턱에서 16피트(약 4.8m)두께의 역청탄(석탄의 일종으로 칠흑빛이며, 유질이 풍부함)을 발견했는데 이 석탄에서 양치류 잎의 자국을 확인했다. 키가 큰 양치류인 이 식물들은 약 2천5백만년 전인 석탄기(고생대 중반 데본기)동안에 습지에서 생장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나뭇잎과 식물의 화석층 일부가 아프리카 호주 남미대륙에서 발견된 식물의 화석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

남극 횡단산맥인 코알색 블러프(Coalsack Bluff)에는 양서류 파충류를 포함한 지상척추동물의 뼈화석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사암절벽이 있다. 이 고대지층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뼈들은 2억년 이상 이전에 살았던 라이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라고 불리는 동물의 화석이다. 이것은 아프리카 인도 중국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는 것이다.

탐험의 대상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약 6천만년에서 1억2천5백만년 전의 원시대륙 판게아(Pangaea)가 작은 부분들로 쪼개지기 시작하면서 그중 한 대륙이 표류해 현재의 지구 최남단 위치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 대륙에 한랭한 기후가 닥쳐옴에 따라 수목과 동물들이 모두 멸종되고, 그 일부가 결국 화석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이론이 판(板)구조론(plate tectonics)인데 이 판구조론의 요체는 지구 외부의 단단한 지각을 이루는 여러 개의 판들이 상부 맨틀(mantle)의 취약한 부분 쪽으로 서로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각기 이동한다는 것이다.

인적미답의 처녀지 남극은 1773년 영국의 쿡(James Cook)선장이 최초로 남극권을 통과함으로써 그 신비의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그후 1820, 21년 사이 러시아의 벨링즈 하우젠, 영국의 브랜스필드와 미국의 파머가 거의 동시에 남극대륙에 도달, 처음으로 남극대륙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어서 1840년 미해군의 윌크스는 호주를 출발한 뒤 남극해안을 따라 2천4백㎞를 항해함으로써 남극이 빙하로 덮인 무수한 섬들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대륙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노르웨이의 과학자 보르흐그레빙크는 1899년 인류 최초로 맥머도에서 월동함으로써 인간이 남극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20세기가 열리면서 영국의 스콧(Robert Scott)은 대규모의 탐험대를 이끌고 빙하 위를 횡단, 남위 82도 17분까지 도달했다. 인류 최초의 남극점 도달은 노르웨이의 아문센(Ronald Amunsen)과 영국의 스콧에 의해 1911년 12월 14일과 1912년 1월 18일에 각각 성취됐다. 그후 1927년 11월 28일 미국의 버드(Richard Byrd)가 역사적인 남극횡단 비행에 성공함으로써 남극대륙은 탐험의 대상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바람이 거센 지역이다. 현재까지 관측된 최저기온은 -89.2℃다. 남극의 특징적인 바람인 카타배틱은 보통 초속 28~41m로 낮은 기온과 함께 남극에서의 활동에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으며 체감온도(wind chill)를 낮추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태풍이라고 일컫는 바람이 초속 17m 이상이라고 할 때 남극의 환경이 얼마나 극심한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프랑스 남극연구선(船)이 빙하 사이를 항해하고 있다.


거대한 과학의 실험장

세계의 많은 국가가 남극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대륙자체 및 그 주변해역이 지닌 과학적인 중요성과 막대한 부존자원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남극은 지리적 원거리성과 특이한 자연환경 때문에 지구변화의 신비를 밝혀줄 수 있는 냉동타임캡슐로 지칭된다. 대륙 그 자체가 거대한 과학의 실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극은 대륙 그 자체 뿐 아니라 주변해역 및 대륙붕에 풍부한 생물과 광물자원이 부존돼 있다. 특히 새우의 일종인 크릴(krill)로 대표되는 수산자원은 미래의 식량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 생산량은 연간 1억t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소련과 일본이 연간 30만t 이상을 포획하고 있다.

또 각국의 부분적인 탐사를 통해 2백여종의 광물이 부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구리 철광석 코발트 등 20여종이 상업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석유는 4백50억배럴 이상, 천연가스는 1백조 입방피트 이상 매장돼 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이 추정 발표했다.

세계 담수총량의 약 70%가 남극의 빙산에 갇혀 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양의 얼음을 이용하는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약 8천만t의 남극빙산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지대로 예인, 식수 및 농업용수로 이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인류전체를 위한 수자원으로서의 이용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황제펭귄군단. 황제펭귄은 남극의 대표적인 동물이다.
 

세종기지는 남극의 관문에 위치

90년 1월 필자는 한국 남극연구프로그램의 제3차 월동대로 선발돼 13명의 대원과 함께 1년여 동안 세종기지에서 상주하며 각종 연구를 수행했다. 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2월 우리 기술진에 의해 남극 남셰틀랜드군도 킹 조지섬(남위 62도 13분, 서경 58도 45분)에 건설됐다. 서울로부터의 직선거리는 1만7천2백40㎞로, 서울과 부산을 20번 이상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한국해양연구소를 중심으로 1978년부터 남극탐사를 시작한 뒤 1988년 3월부터 세종과학기지가 운영됨으로써 남극에서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세종기지가 위치한 킹 조지섬은 남미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섬의 하나인데 하절기에는 일반선박이 자유롭게 출입, 연구장비 등의 공급이 용이한 곳이다.

지리적으로는 남미대륙과의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험한 드레이크해협이 가로놓여있고, 남극대륙과는 브랜스필드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다. 킹 조지섬은 남극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비교적 기후조건이 좋은 지역이다. 그래서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소련 중국 폴란드 등 7개 국가의 상주기지가 밀집돼 있다.

킹 조지섬은 해양성 기후를 나타낸다. 여름 평균기온은 -0.8℃, 겨울 평균기온은 -4.9℃이며 관측된 최저기온은 -28.5℃다. 또 연평균 풍속은 초속 15m, 관측된 최대풍속은 초속 52m다. 12월에서 3월까지가 여름인데 이때는 낮의 길이가 길다. 낮의 길이가 제일 긴 날은 12월 중순으로 20시간 정도다. 세종기지는 1987년 12월 16일에 착공해 이듬 해 2월 17일에 준공됐는데 본관동 연구동 하계동 거주동 장비지원동 창고동 장비보관동 전문관측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45명 이내의 연구 및 지원인력이 상주할 수 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의 연구는 현재 기지주변과 브랜스필드해협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앞으로 남극반도 등으로 연구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요한 연구분야로는 해양학 지질과학 빙하학 육상생물학 기상학 고층대기물리학 등을 꼽을 수 있다.

본 대륙에 제2기지 건설할 계획

한국은 1985년 3월 남극 해양생물자원 보존협약에 가입하고, 1986년 11월 남극조약에 세계에서 33번째로 서명했다. 또 1987년 8월에는 남극연구과학위원회에 가입했고 1989년 10월에는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를 23번째로 획득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극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대상과 지역의 점진적인 확대가 예정돼 있다. 본 대륙에 제2기지를 건설하고 연구인력과 쇄빙선 등 필수장비를 확보, 연구사업 수행에 매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고구려 광개토왕의 영토확장 이후 처음으로 국경선 밖에 확보한 우리의 영토에 자긍심을 가지며 여러의미에서 미개척지대인 남극에 학문적인 투자를 비롯한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자라나는 동량들은 이 미지의 대륙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양재삼 극지생태연구실장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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