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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 0.58:1의 비밀

곡률과 비틀림한계, 탄성에너지로 풀어


뫼비우스의 띠


대한민국 우주인 1호가 탄생한지 수백년이 지난 먼 미래, 우주인 1858호는 세계 최초로 지구에서 관측할수없을 만큼먼우주로 나갔다가 돌아왔다. 지구에서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지구방위대 총사령관과 각국의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우주인1858호가 등장했고 취재진은 그와 총사령관이 악수하는 장면을 담기 위해 몰려들었다.

총사령관이 먼저 오른손을 내밀자 우주인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아니, 우주인 1858호는 오른손을 내밀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취재진의 눈에 우주인 1858호는 왼손을 내밀었다. 기자들이 보기에 우주인은 좌우가 뒤바뀐 상태였다. 심장이 오른쪽에 있고, 얼굴 왼쪽에 있던 점도 오른쪽으로 갔고,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왼손잡이가 됐다.

엉뚱한 상상처럼 보이지만 우주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긴 공간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1858년에 이를 처음 발견한 독일 수학자 아우구스트 뫼비우스의 이름을 땄다. 그는긴직사각형 종이의 한쪽 끝을 180°돌려 양 끝을 이었다. 그리고 한쪽 면에서 띠를 따라 펜으로 주욱 선을 그었다. 선은 양쪽면을 모두 지나 시작점으로 왔다. 앞면과 뒷면이 보이는 곡면이지만 실제로앞뒷면은 구분되지 않았다.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뫼비우스의 띠에서는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구별할수없다. 먼 우주로 나갔다 돌아온 우주인의 좌우가 바뀐듯 보이는 현상도 뫼비우스의 띠를 한바퀴 돌았기 때문이다. 이는 도형의 위치와 모양을 연구하는 수학으로 풀이된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좌우가 바뀌는 현상은 이 띠가‘비가향 곡면’(non-orientablesurface)이기 때문이다. 여기서‘향’은 공간좌표의 기준을 정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차원인 직선이 있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어느 쪽이 앞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쪽 방향을 앞이라고 정하면 반대방향은 저절로 뒤가 된다. 이처럼 좌표의 기준을 정할 수 있으면‘가향’이라고 부른다.‘ 비가향’은 기준을 정할수없는 경우다.

OHP 필름처럼 투명한 뫼비우스의 띠를 상상해보자. 뫼비우스의 띠에는 액정화면처럼 그림이 나타나는데 띠가 투명하기 때문에 안팎에서 그림이 보인다. 즉 앞뒤의 구분이 없다는 뜻이다. 이제 뫼비우스의 띠에 밑변의 길이가 1cm, 높이는 2cm, 직각은 오른쪽에 있는 직각삼각형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삼각형에서 직각이 오른쪽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직각삼각형을 뫼비우스의 띠를 따라 이동시켜보자. 한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온 직각삼각형은 왼쪽이 직각이다. 비가향 곡면인 뫼비우스의 띠에서는 직각삼각형의 직각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앞과 뒤가 없고,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구별이안되고, 시작과 끝이 없는 뫼비우스의 띠는 무한대의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무한대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상징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무한대 기호(∞)다. 무한대 기호는 뫼비우스의 띠를 옆에서 본 모양과 닮았다. 그러나 무한대 기호가 뫼비우스의 띠를 보고 만들었다는 얘기는 확실하지 않다. 무한대 기호는 영국의 수학자 존 윌리스가 17세기 말에 처음 사용했는데 뫼비우스의 띠가 발견된 때는 19세기로 훨씬 뒤이기 때문이다.


판화가 모리츠 에셔의 작 품인‘뫼비우스의 띠Ⅱ’. 뫼 비우스의 띠는 착시를 일으 키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에게 영감을 줬다.


A4 용지로는 만들 수 없다?

 

오히려‘무한 반복 사용’을 뜻하는 재활용 기호가 뫼비우스의 띠와 잘 어울린다. 실제로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위에서 보면 꼭지점이 둥근 삼각형인 재활용 기호와 비슷하다. 혹시 직접 만들었는데 삼각형 모양이 아닌 원모양이 나온다면뫼비우스띠의 폭과 길이를 조정하면 된다.

뫼비우스 띠의 모양은 폭과 길이의 비로 결정된다. 폭이 넓을수록 뫼비우스의 띠는 삼각형에 가까워진다. 또 폭이 너무 넓어지면 뫼비우스의 띠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폭이 21cm이고 길이가 29.7cm인 A4 용지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 수 없는 이유도 폭과 길이의 비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 수 있는 최대 폭과 길이의 비를 0.58:1로 추정했다(정확히는 $\frac{\sqrt{3}}{3}$:1이다). 즉 폭의 비율이 0.59:1로 커지면 뫼비우스의 띠가존재할수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그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5일 영국 런던대 게르트 판 데르 하이덴 박사와 유진 스타 로스틴 박사는“폭과 길이의 비에 따라 탄성에너지 밀도가 변화해 뫼비우스 띠의 모양에 영향을 준다”고‘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0.58:1의 비밀은 탄성에너지에 있었던 셈이다.

뫼비우스 띠의 탄성에너지는 띠 중심선의 곡률과 비틀림으로 결정되는데 둘이 클수록 탄성에너지가 커진다. 중심선은 띠가운데에 그은 선이고 곡률은 띠가 휜 정도를 뜻한다. 비틀림은 중심선이 꼬인 정도다. 많이 휠수록 곡률이 커지며 직선처럼 똑바로 펴지면 곡률은 0이다. 모든 물체는 자연 상태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를 가지려고 하기 때문에 곡률과 비틀림이 최소가 된 형태가 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용수철은 구부리거나 늘이거나 비틀어도 다시 변형돼 처음의 모양이 된다. 용수철을 구부리면 굽은 부분의, 비틀면 비틀린 부분의 탄성에너지가 증가하는데 가장 낮은 탄성에너지를 갖기 위해서는 다시 원래대로 펴져야 한다.

종이도 마찬가지다. 직사각형의 종이를 양 끝을 꼬지 않고 그대로 붙이면 종이는 둥근 고리가 된다. 둥근 고리는 완전히접히지 않을 정도로 마구 구부려도 그대로 놔두면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온다. 한 부분을 평평하게 눌러 곡률을 낮춰 탄성에너지를 줄여도 다른 부분이 더 많이 굽어 전체 탄성에너지가 원래의 둥근 고리 모양보다 커진다.

뫼비우스의 띠가 존재할 수 있는 최대 폭과 길이의 비인 0.58:1이 되면 띠가 가진 탄성에너지도 최대가 된다. 그러면 뫼비우스의 띠는 최대의 탄성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곡면이었던 형상이 거의 평면으로 변한다. 세 개의 평평한 삼각형이 겹쳐진 모양으로 삼각형은 각 변이 굽어 아래나 위쪽의 삼각형과 연결된다. 평평한 삼각형의 면은 곡률이 0에가까워 탄성에너지가 거의 사라지고, 삼각형을 잇는 변과 꼭지점에만 대부분의 탄성에너지가 집중된다.

특히 삼각형의 꼭지점은 탄성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때 뫼비우스의 띠는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고 간신히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혹시 하이덴 박사와 스타로스틴 박사의 뫼비우스 띠처럼 탄성에너지를 가진 모형을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다면 다음의 방법을 따라해보자. 먼저 뫼비우스 띠의 재질은 OHP의 투명 필름이 좋다. 종이보다 탄력이 커 형태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OHP 투명 필름은 대개 A4 크기로살수있으니긴변의 길이인 297mm를 띠의 길이로 하자. 이제 OHP 필름을 자를 차례다. 폭과 길이의 비를 0.58:1로 하려면 폭은 172mm 정도가 좋지만 양 끝을 붙이기가 쉽지 않으므로 150mm 정도로 자르자. 이제 양 끝을 한 번만 꼬아서 연결하면 된다. 뫼비우스 띠의 한계에 도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쉽지 않아도 재미있기 때문에 도전하는것, 그것이 과학자의 마음이다.


뫼비우스 띠의 탄성에너지 분포^뫼비우스 띠의 아래 직사각형은 띠를 펼친 모양이다. 띠의 폭이 커질수록 탄성에너지는 삼각형의 변과 꼭지점에 집중된다.


뫼비우스 띠 모양의 변화

폭이 작은 뫼비우스 띠는 둥근 고리(01) 형태지만 폭이 커질수록 삼각형(04)에 가까워진다. 폭이 커질수록 탄성에너지도 증가하는데, 찢어지거나 접히지 않고 뫼비우스 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삼각형 형태로 변한다. 이때 탄성에너지는 삼각형의 꼭지점과 변에 집중된다. 각 그림번호 뒤의 숫자는 폭과 길이의 비다.


뫼비우스 띠 모양의 변화

색다른 뫼비우스의 띠 만드는 방법

여러 조각의 삼각형을 접어서 붙여도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 수 있다. 여러 삼각형으로 이뤄진 전개도를 접어 대응하는 변(전개도에서 같은 번호)끼리 붙이면 여러 조각의 삼각형이 얽히고 설킨 특이한 곡면을 얻는다. 이 곡면은 경계의 모양이 삼각형으로 곡면의 일부가 삼각형의 안쪽을 통과한다. 이상해 보이지만 이 곡면도 뫼비우스의 띠다. 전개도는 동아사이언스 홈페이지(www.dongaScience.com)에서 다운받아 출력할 수 있다.


색다른 뫼비우스의 띠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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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송원택 교수
  • 사진

    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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