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과학고등학교는 추운 겨울 날씨와 방학중에도 불구하고 흰 실험가운을 입은 학생들로 분주했다. 과학도로서 이상과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과학한국의 밝은 미래를 보는듯하다.
화학반의 지도교사인 배윤근 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화학실험실이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고즈넉한 3층 실험실에는 '전국 학생 과학 탐구 올림픽(2회)' 출전팀인 4명의 학생들이 테르밋 반응에 대한 폭발성 실험을 하고 있다. 참고로 반응식은 아래와 같다.
F${e}_{2}$${O}_{3}$+2Al-→2Fe+A${l}_{2}$${O}_{3}$
대구과학고에는 현재 10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화학반이다. 화학반을 대표하는 이름은 케미우스(Chemius)이다.
Chem(chemisty의 약자) Genius(천재)의 합성어라고 한다. 케미우스는 재미없고 까다로운 학문인 화학을 흥미있게 공부해 보려는 학생들의 모임이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한 5기 선배가 처음 동아리를 만들었고,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실력을 쌓아갔다. 그리고 후배들은 '화학의 흥미로운 접근'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 동아리가 다른 동아리와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 있는데 모두가 기피하는 화학을 공부한다는 점과 소규모이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원이 7명이라서 한 방에 다 들어갈 수 있고, 멤버를 모으기 쉽고, 토론 내지는 1대 1문답 방식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그들은 스스로 '정예부대'라고 자부한다.
그러한 자부가 무리도 아닌 것이 그들은 교재로 대학에서 쓰는 '일반화학'을 채택하고 있다. 케미우스의 활동 성과는 규모에 비해 매우 크다. 6기생 4명 중 3명이 대구시 화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부터 금상까지 모두 타왔다. 그리고 입상자 중 2명이 전국 화학경시대회에서 동상과 장려상을 수상했다.
이 동아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오는데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있다. 자칭 '물배'란 별명을 가진 배윤근 교사다. 현재는 신축전지 개발의 이론과 실험계획을 세우고 있다. 방학중에도 학생들이 연구 과제 프로젝트를 모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했다.
화학반 외에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수학반이 있다. 다른 동아리들이 횟수로 2년의 역사를 가진다면 수학반은 그 배가 되는 4년이다. 수학반의 트레이드마크이자 명칭은 셈터(Counting place)이다. KMO(Korean Mathematical Olympiard)를 대비해서 여러 유형의 시험문제지를 풀며 실력을 키워가고 있다.
과학고에서 존재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는 물리반 동아리는 아이믹(IMIK)이라는 아주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Imagination is Important than Knowledge"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서 따온 글이라고 한다. 지식에 의존하기 보다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취지가 그대로 드러난 이름이다.
다른 과학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예술 동호인 모임도 있다. 동아리 등록을 하는 과정에 회원이 2명 뿐이라서 서러움을 받았다는 미술반도 있다. 학교 교과를 정할 때 음악이 선택되었기 때문에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끼리 따로 모였고,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데생 정물화 풍경화 등을 그린다고 한다. 이들 외에도 시그너스(천문관측반) 쥬피터(컴퓨터반) 논술반 EC(영어반) 하누리(천주교 학생회) ILJ(기독교 학생회)가 있다.
동아리 활동은 거의가 자율적이다. 어머니회와 육성회가 후원하고, 매년마다 개최되는 '솔개 한마당'이라는 예술제를 통하여 활동 내용과 연구 성과를 선보인다. 예술제가 있어 동아리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실험 결과 과정에 들어 있는 48가지의 실험을 다 마치지 못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지금의 현실속에서 학구적인 생활과 정서적인 생활의 양립이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대구 과학고의 동아리 활동은 그러한 점에서 의미가 크고, 전인교육을 위한 보조 기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