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휴대전화 전성시대다. 지하철 안, 산, 바다 등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쓸 수 있다. 심지어 해외로밍서비스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바로 통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의 전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우리 생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엘리베이터 안이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휴대전화가 갑자기 끊어져 당황한 경우가 누구나 한번쯤 있다. 왜 엘리베이터만 타면 휴대전화가‘먹통’이 될까.
휴대전화 신호는 전기장과 자기장이 진동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다. 전자기파가 엘리베이터를 둘러싼 금속표면에 부딪쳐도 그 안에서는 전기장의 변화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둘러싸고 있는 금속 표면의 전하가 엘리베이터 내부의 전기장을 0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즉 엘리베이터 안으로는 전파가 전달되지 않는다.
전기장을 보여주는 전기력선
엘리베이터처럼 금속으로 둘러싸인 경우 내부 전기장의 세기가 0이 되는 현상을‘패러데이의 새장 효과’라고 부른다. 그럼 패러데이의 새장 안에서는 왜 전기장의 세기가 0이 될까.
전기장의 세기는 전기력이 미치는 공간에서 단위 전하가 받는 힘의 크기로 정해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하에 작용하는 힘을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전기와 자기 분야에서 지대한 공헌을 한 패러데이는 전기장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전기력선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초등학교만 나와 수학을 잘 못했던 그는 복잡한 수식 대신 전기력이 미치는 공간 안에서 양전하가 받는 힘의 방향을 간단히 화살표로 표시했다.
전기력선은 양의 전하에서 음의 전하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그린다. 이를 보면 전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기장의 방향은 곧 양전하가 받는 힘의 방향이므로 전기력선의 접선 방향이다. 전기장의 세기는 전기력선이 단위 면적당 얼마나 많이 지나가는지로 알 수 있다. 즉 전기력선이 촘촘한 곳에서는 전기장이 세고, 전기력선이 성글면 전기장이 약하다.
또 어떤 공간 속에 전하들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는 몰라도 그 안에 양전하가 있는지 음전하가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전하와 음전하가 일정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공간에 전기력선을 그렸다고 하자. 그리고 양전하를 둘러싼 표면 ${S}_{1}$과 음전하를 둘러싼 표면 ${S}_{2}$, 그리고 어떤 전하도 포함하지 않은 표면 ${S}_{3}$와 두 전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표면 ${S}_{4}$가 있다고 하자.
${S}_{1}$ 안에는 양전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전기력선이 바깥쪽을 향하고, ${S}_{2}$ 안에는 음전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전기력선이 안쪽을 향한다. 전하를 포함하지 않은 ${S}_{3}$에서는 들어온 전기력선은 반드시 나간다. 따라서 표면을 나오는 알짜전기력선은 0이다.
${S}_{4}$의 경우 양전하에서는 전기력선이 나가고 음전하에서는 전기력선이 들어온다. 만약 들어오는 전기력선 수와 나가는 전기력선의 수가 같다면 ${S}_{4}$로 둘러싸인 내부의 양전하와 음전하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자들이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까닭
엘리베이터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S}_{4}$ 같이 알짜전하가 0인 직육면체 금속덩어리 안의 전기장은 어떻게 만들어질지 생각해보자. 금속 안에는 원자핵의 인력에 묶여있는 전자들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자유전자들도 많다. 자유전자는 약간의 전기장만 가해도 바로 힘을 받아 움직인다.
금속덩어리 내부에 있는 전자들은 쿨롱의 법칙*에 의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으로 서로를 밀어낸다. 전하들이 서로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적당히 자리를 잡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면 전하가 만들어내는 전기장은 금속덩어리 안에서 서로 상쇄돼 없어진다. 즉 알짜전하가 0인 금속덩어리 내부는 전기장이 항상 0이 된다.
그럼 알짜전하가 0인 이 금속덩어리에 전자를 더 넣으면 이 전자들은 어디에 자리를 잡게 되고, 또 내부의 전기장은 어떻게 변할까?
금속덩어리 내부에 더 넣은 전자들이 어떤 공간 안에 모여 있다고 하자. 이 공간 안의 알짜전하는 0이 아니므로 전자들은 전기력선을 따라 전기장이 0이 될 때까지 움직인다. 시간이 지난 뒤 전자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되면 이 공간 안에 알짜전하는 없게 된다. 즉 도체 내부에서 임의의 폐곡면을 잡았을 때 그 안에 전자는 없어야 한다!
물론 이 결론은 금속덩어리 내부의 어떤 닫힌 공간에도 똑같이 적용되며 이를 확장 하면 금속덩어리에 전자를 더 넣으면 이 전자들은 도체의 내부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이 금속덩어리에 전자를 넣으면 전자는 반드시 금속의 표면에만 존재한다.
이제 이 금속덩어리 속에 빈 공간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금속덩어리에는 표면이 바깥쪽에도 있고 안쪽에도 있다. 여기에 전하를 더 넣으면 바깥쪽 표면과 안쪽 표면에 모두 있게 될까?
아니다. 바깥쪽 표면에만 전하가 있게 된다. 그 이유는 빈구멍 바로 안쪽으로 금속덩어리 내부에 폐곡면을 잡아보면 알수 있다. 닫힌곡면과 안쪽 표면 사이에 전하가 있다면 반드시 폐곡면을 나가거나 들어오는 전기력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체 내부에는 전기장이 없으므로 전기력선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닫힌 곡면과 안쪽 표면 사이에는 전하가 있을 수 없다. 즉 도체에 전하를 더 넣으면 안쪽 표면에는 전하가 없고 항상 바깥쪽 표면에 있다.
벼락치는 날, 자동차는 훌륭한 대피처
이제 직육면체 금속덩어리의 속을 완전히 파서 엘리베이터를 만들자. 상황은 똑같다. 엘리베이터를 이루고 있는 금속 벽면 속 전자들은 바깥 표면에 있다. 이 전자들이 엘리베이터 내부에 만드는 전기장은 항상 0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휴대전화의 전자기파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어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하기도 한데 이때는 엘리베이터 천정 같은 부분이 금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엘리베이터와 비슷하게 속이 빈 금속덩어리다. 하지만 유리로 된 부분이 많아 휴대전화로 통화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패러데이의 새장 효과는 천둥번개가 치는 날 자동차를 안전한 대피처로 만들어 준다.
벼락이 쳐서 엄청난 양의 전자가 자동차에 떨어져도 전자는 자동차의 표면에만 있게 되고 차 내부의 전기장은 0으로 유지된다. 자동차 표면에 쌓인 엄청난 양의 전자는 땅에서 제일 가까운 부분 즉 바퀴에서 땅으로 방전된다. 따라서 안에 있는 사람은 안전하다.
임의의 닫힌곡면을 통과하는 전기력선의 수를 세어 그 안에 알짜전하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물리학에서는‘가우스의 법칙’이라고 알려져 있다. 패러데이가 전기력선을 만들어 냈을 때는 이런 법칙이 있으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지만 수학을 잘하는 다른 물리학자들이 이 같은 놀라운 법칙을 만들어냈다.
쿨롱의 법칙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은 두 전하량의 곱에 비례하고 이들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 같은 부호의 전하끼리는 밀고 다른 부호의 전하끼리는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