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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모임 eum이음

와인 한 잔을 비우고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어때?”

테이블에 앉아 있던 두 명은 얼굴을 마주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뜻을 비쳤다.

2004년 12월 그렇게 ‘이음’이 처음 꾸려졌다.

당시 뜻을 같이한 세 명은 강호정 교수, 주일우 박사, 최정규 교수였다. 모임을 주도한 사람은 주 박사였다. 10년 전부터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과학과 문화, 과학과 예술, 과학과 사회를 넘나들며 얘기하고, 기회가 된다면 책도 출판하고 싶었다. 1990년대 활동했던 문학 동인들처럼 말이다.

‘이음’이라는 이름도 주 박사가 지었다. 이음은 순 우리말로 서로를 연결한다는 뜻도 있지만 한자로 ‘이음’(異音)을 쓰면 남들과는 다른 소리를 낸다는 말도 된다.

주 박사는 이음에 3명을 더 끌어들였다. 현재 이음을 이끄는 윤병무 대표와 김호 교수, 전용훈 박사가 편집동인이라는 이름으로 동참했다.

이음은 지난해 9월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통섭원’(統攝苑) 개원 기념 심포지엄을 여는 자리에 동인들이 발표자로 참가했다.

윤 대표는 “‘통섭’이라는 말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통합이라는 뜻”이라며 “자연과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혀보자는 심포지엄의 취지와 이음의 성격이 맞아떨어졌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음 동인 6명의 색깔은 모두 다르다. 윤 대표는 1995년 ‘동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2000년 시집 ‘5분의 추억’을 발표한 시인이다.

전 박사는 학부에서 천문학을 공부한 뒤 한국과학사를 전공한 과학사학자다.

격주로 모임을 가질 때면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한쪽에서 최 교수가 진화경제학을 얘기하며 인간 개인의 본성을 따지고 들어가면 다른 한쪽에서는 김 교수가 역사학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끄집어낸다.

이음의 첫 결과물은 1월 말경 나온다.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엮어 책으로 출판한다.

후속 작업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출판한 서적 ‘다윈의 대답’(Darwinian Left)을 번역하고 있다. ‘나은 정과 기른 정은 다른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 있는가?’ 등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이음 동인들이 다윈의 진화론으로 쉽게 풀어준다.

윤 대표는 “6명의 다른 소리를 모아 하나의 소리로 잇는 일이 ‘이음’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이음’동인들은 편안한 인상이 매력이다. 그들이 뱉어내는 ‘다른’소리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200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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