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태풍 잡는 레이더

오늘 날씨는 도플러 효과에게 물어봐~

“태풍 ‘산산’은 현재 독도 부근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 영향으로 독도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물결이 높게 일고 있습니다. 태풍의 구름 모습 보시죠.”

태풍이 우리나라에 접근하거나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심해질 때 TV에서는 기상특보를 내보낸다. 이때 어떤 지점을 중심으로 직선이 돌아가면서 구름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도플러 레이더’(Doppler radar)를 이용한 것이다. 도플러 레이더는‘태풍 잡는 레이더’라 불리며 최근 일기예보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비로 각광 받고 있다.


다가오면 높고, 멀어지면 낮다

구급차나 소방차가 지나갈 때 사이렌 소리의 높이가 갑자기 낮아지는 현상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소리를 내는 소리샘이나 소리를 듣는 관측자가 움직일 때 들리는 소리의 진동수가, 서로 정지해있을 때 들리는 소리의 진동수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1842년 오스트리아 과학자 크리스찬 도플러가 소리를 이용해 발견했다. 그래서‘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라고 부른다. 1845년 네덜란드의 보이스 발로트(Buys Ballot)는 뚜껑 없는 차에 트럼펫 몇 개를 설치하고 이 차를 기관차로 움직이면서 도플러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했다.

도플러 효과는 라디오나 레이더파가 발명되기 훨씬 전에 나왔다. 하지만 도플러 효과는 소리뿐만 아니라 라디오파, 레이더파, 가시광선 등 파동이 있는 곳에는 항상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도플러 효과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소리샘과 관측자가 서로 가까워지면 소리의 진동수가 증가해 높은 소리로 들리고, 서로 멀어지면 진동수가 감소해 낮은 소리로 들린다. 이 현상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소리샘과 관측자가 서로 정지한 경우를 생각하자.

정지한 소리샘에서 파동이 속도 $v$로 관측자에게 다가오고 있다. 파장 $λ$간격으로 직선을 그려 파동을 나타낸다고 하면, 진동수는 단위시간당 지나가는 파장의 개수다. 시간 $t$동안 파동은 $vt$만큼 이동하고, 이 안에는 파장이 $vt/λ$개 들어있다. 이 값을 시간 $t$로 나누면 진동수 $f =v/λ$가 된다.

이제 소리샘과 관측자가 움직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먼저 관측자가 속도 ${v}_{D}$로 소리샘에 접근한다고 하자. 이때는 관측자가 소리샘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시간 $t$동안 정지해있는 경우보다 파동이 더 많이 지나간다.

파동이 지나간 거리는$(v+{v}_{D})t$이므로 이때 소리의 진동수 $f′= \frac{v+{v}_{D}}{λ} = \frac{v+{v}_{D}}{v/f} = f\frac{v+{v}_{D}}{v}$ 가 돼 진동수가 높아진다. 만약 관측자가 소리샘에서 멀어지면 ${v}_{D}$대신-${v}_{D}$를 대입하면 되므로 진동수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이번에는 관측자가 정지해있고, 소리샘이 관측자에게 ${v}_{s}$의 속도로 접근한다고 하자. 이 경우에는 소리샘이 움직이면서 소리의 파장이 변한다.

예를 들어 이웃한 두 개의 파동면을 보자. 한 개의 파동면이 생기고 이어서 이웃한 파동면이 생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파장 1개가 지나간 시간이다. 진동수는 단위시간 동안 지나간 파장의 개수이므로 이 시간은 진동수의 역수인 $1/f$, 즉 주기 $T$가 될 것이다.

한 개의 파동면이 생기고 시간 $T$가 지나면 이 파동면은 $vT$만큼 움직일 것이다. 그동안 소리샘은 ${v}_{s}T$만큼 움직여서 그 다음 파동면을 만들어낸다. 이 사이의 거리가 바로 파장이다.

이 파장$λ′=vT-{v}_{s}T$이다. 따라서 진동수는 $f′= \frac{v′}{λ′} = \frac{v}{vT-{v}_{s}T}= \frac{v}{v/f-{v}_{s}/f} = f\frac{v}{v-{v}_{s}}$ 가 된다. 이로부터 새로운 진동수 $f′$은 $f$보다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소리샘이 멀어지면 $f′$은 $f$보다 더 낮아진다.

기상측정용 레이더는 대개 원추형 안테나에서 라디오파를 발사한다. 라디오파는 빗방울이나 눈의 결정, 우박 심지어는 벌레나 먼지 같은 공기 중의 물체와 충돌하면 산란하거나 반사돼 다시 안테나로 돌아온다. 기상레이더는 이렇게 반사된 라디오파를 수신해 그림으로 변환한 뒤 비가 오는 지역을 보여주고 강우량을 나타낸다.

도플러 효과의 원리^관측자와 소리샘이 서로 가까워지면 소리의 진동수가 증가해 높은 소리로 들린다. 거꾸로 서로 멀어지면 진동수가 감소해 낮은 소리로 들린다.


구름의 3차원 속도까지

도플러 레이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다. 도플러 레이더는 되돌아온 라디오파의 진동수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측정한다. 안테나에서 멀어지는 물체가 반사한 파동은 진동수가 낮아지고, 안테나로 접근하는 물체가 반사한 파동은 진동수가 높아진다. 도플러 레이더에 설치된 컴퓨터는 이 진동수의 변화량을 읽어서 라디오파를 반사한 물체 주위에 부는 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계
산한다.

기상청에서는 1990년대부터 도플러 레이더를 사용했다. 여러 대의 도플러 레이더를 함께 사용하면 구름 내부의 3차원 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태풍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도플러 효과는 멀리 떨어진 우주의 별에서 오는 빛에도 적용된다. 별에서 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면 대부분의 별들이 수소핵융합 반응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수소원자나 헬륨원자에서 나오는 고유한 빛을 볼 수 있다.

이 스펙트럼을 지구에서 측정한 수소원자와 헬륨원자의 스펙트럼과 비교하면 별에서 온 빛의 진동수가 지구에 있는 원자에서 얻은 빛의 진동수보다 작다는 결과를 얻는다. 이로부터 그 별은 지구에 대해 멀어지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도 이와 같은 도플러 효과에 근거해서 얻었다.


원자 가두는 얼음 ~ 땡!

최근 실험에 따르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원자 하나를 한곳에 오래 가둬둘 수 있다. 사실 원자는 주위의 열에너지로 계속해서 무작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곳에 가둬두기 매우 어렵다.

우선 주위의 온도를 낮춰 원자의 운동 속도를 조금 늦춘다. 그래도 원자는 계속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원자가 있는 위치에 x, y, z축으로 레이저를 쏜다. 여기서 한 축 방향의 레이저만 생각하자. 예를 들어 원자가 x축의 양의 방향(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경우 양의 x축에서 오는 레이저는 원자가 볼 때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진동수가 높아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의 x축에서 오는 레이저는 진동수가 낮아질 것이다.

레이저는 원자에 부딪치면서 운동량을 전달하는데, 그 크기는 레이저의 진동수에 비례한다. 따라서 x축의 양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자는 x축의 양의 방향에서 오는 레이저로부터 더 많은 운동량을 전달받아 운동을 방해받는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원자도 마찬가지 원리로 운동을 방해받는다. 결국 x, y, z 3차원 방향에서 원자에 레이저를 쏘면 원자는 결국 한 지점에서 정지한다. 이 방법은 원자를 한곳에 포획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스티븐 추 교수와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윌리엄 필립스 박사,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 클로드 타누지 박사는 이 연구로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추 교수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수소원자를 20μK(마이크로 켈빈, 1μK=100만분의 1K, 절대온도 K=273.15+섭씨온도°C)에 해당하는 30cm/s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게 만들었고, 여기에 자기장을 걸어 원자의 속도를 훨씬 느리게, 즉 온도를 많이 낮췄다. 이 기술은 아주 정밀한 원자시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원자레이저와 같은 새로운 양자장치를 개발하는데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로 추천

    • 물리학
    • 기상학·대기과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