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그린피스, 한반도 반핵 순례

1백58개국 4배만명 회원의 순수 환경단체


러시아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 사건을 추적했던 그린피스소속 블랙피그호가 지난 4월 12일 삼척항에 입항했다.
 

세계적 반핵 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의 방한팀 일행 16명을 태운 그린피스 소속 블랙피그호가 지난 4월 12일 강원도 삼척항에 입항, 13일간 우리나라 연안을 돌며 활동한 후 4월 25일 러시아로 떠났다. 지난 해 러시아의 동해안 핵폐기물 투기를 폭로해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그린피스는 현재 1백58개국에 4백만명의 회원을 가진 가장 영향력있는 세계적 순수 환경단체.

이 단체는 지난 71년 알래스카 암치카 핵실험을 반대하기 위해 12명의 활동가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만들었던 '해일을 만들지 말라'는 작은 모임이 모태가 됐다. 그린피스란 이름도 당시 암치카 핵실험반대를 위해 현지로 떠났던 작은 배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분야는 오존층파괴물질사용 금지, 남극보호, 핵에너지 금지 및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핵무기 폐지 및 핵실험 금지, 산림 및 해양생태계 보호 등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비타협적이고 과격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철길 위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핵연료의 수송을 제지하는가 하면 고래와 선박의 작살 사이에 끼어 들어 고래사냥을 저지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린피스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근년의 사건은 지난 85년 프랑스 정보기관이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에 정박해 있던 그린피스 소속의 레인보워리어호에 폭탄 테러를 행한 것. 이 사건으로 프랑스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미테랑 대통령이 사임위기에 까지 몰렸었다.

최근의 예로는 지난 93년 1월 10일 플루토늄을 몰래 싣고 프랑스 세르보항을 나오던 일본 플루토늄 적재선 아카쓰키 마루호의 정체를 밝힌 것. 이 아카쓰키호가 프랑스로 가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항을 떠날 때부터 추적한 그린피스는 아카쓰키호가 정박하는 항구마다 다른 환경단체들을 불러모아 그 배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백50배나 되는 위력을 지닌 플루토늄을 싣고 있다"며 소란을 피웠다.

몰래 빠져 나가려던 아카쓰키호는 항로를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애썼지만 그린피스는 귀신같이 잡아내 다음은 어디로 간다고 공개해 버리곤 했다. 이 과정에서 아카쓰키호를 호위하던 시키시마호와 그린피스의 솔로호가 충돌하기도 했는데, 결국 일본의 '몰래'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린피스가 이번에 타고 온 블랙피그호는 지난 해 러시아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를 고발할 때 동원했던 길이 58.5m, 폭1백 12m의 9백 5t급.

국내에 머무는 동안 그린피스는 이 선박을 앞세우고 국내환경운동단체와 함께 핵발전소 주변의 토양과 해양에 대한 방사능 측정 조사활동을 갖는 등 원전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번 이 단체의 방한에 가장 당황한 곳은 원자력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

한전은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핵에너지 외에 대안이 없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까지 반대하는 것은 국토의 실정을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 방한을 추진해온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도 이제는 원자력의 위험성과 안전도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대체에너지 개발노력을 강화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그린피스의 방한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 한반도의 반핵무드를 조성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듯 "평화적인 시위라면 굳이 저지할 까닭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핵무기 개발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을 제쳐두고 핵재처리 시설 영구 포기선언을 한 우리나라에서 반핵시위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4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정치외교학
  • 국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