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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살 뒤흔드는 매미의 물리학







나방도 울고 갈 위장의 귀재, 털매미

온몸이 털로 덮여 있어 털매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몸 길이는 20mm다. 매미 중 가장 보호색이 발달한 종이다. 몸통은 물론 날개까지 나무줄기 색과 같아 바로 눈 앞에서도 찾기 어렵다. 2008년 7월에 모 방송국 어린이 과학프로그램에서 매미를 다룰 예정이니 도와달라고 해서 털매미 촬영을 권한 적이 있다. 대전의 한 공원에서 촬영했는데, 30cm 앞에 털매미가 있다고 가르쳐줘도 도무지 찾지 못했다.

털매미는 보호색을 철썩 같이 믿어서인지 아주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마이크를 5cm 앞에 놓고 1시간을 녹음해도 꿈쩍도 하지않고 소리를 내며 잘 운다.

털매미는 6월부터 볼 수는 있지만 7월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7월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이기도 하다. 이 때는 털매미 소리가 천지를 뒤덮는다. 흐린 날에도 잘 울며,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볼 수 있다.








‘찌-‘ 하는 8.3kHz의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일정한 크기로 오랫동안 이어지다가 주파수와 소리의 크기가 동시에 줄어든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가 노래가 끝날 때 ‘찌 찌 찌 찌’ 하며 불연속적인 음이 반복된다. 2012년 울릉도에 서식하는 털매미가 마지막의 불연속음을 내지 않는 소리변이 현상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털매미와 유사한 현상으로, 대륙에서 멀어진 섬에 서식하는 털매미가 단순한 형태의 소리를 내는 쪽으로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측된다.





부글부글 기름 끓는 소리, 유지매미

소리가 기름 끓는 것 같다고 해서 기름매미라고도 불렀다. 유지는 기름종이란 뜻인데 날개 색이 짙은 갈색으로 기름종이를 닮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북한에선 아직도 기름매미라고 부른다.

7월에 나오기 시작해서 9월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8월이 되면 다른 매미소리 때문에 집단서식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어, 7월에 관찰하는 것이 쉽다.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하고 있지만,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서식지 밖에서는 듣기 어렵다. 해가 진 이후에도 많이 들린다. 산 속이나 아파트 단지를 가리지 않고 살지만 도심지에서는 높은 나무에 앉아 우는 경우가 많아 채집하기 어렵다. 몸 길이는 35mm다.

유지매미는 한 번 울고는 그 자리를 떠나 날아간다. 매미소리가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의 세레나데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소리가 점점 커지다가 일정하게 오랫동안 유지되고 일정하게 감소한다. 한국산 매미 중 유일하게 가청 주파수(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영역에서 기본음과 배음이 계속 발견되는 종이다.

기본음은 6~7kHz, 배음은 13~14kHz로 기본음과 배음 사이에 1옥타브 차이가 있다. 유지매미 소리를 듣게 되거든 기름 끓는 소리 같은지 확인해 보시길.




쓰름쓰름, 정겨운, 쓰름매미

‘쓰름쓰름’ 운다고 해서 쓰르라미라고도 불리지만, 정식 명칭이 아니다. 7월에 출현하기 시작해 9월까지 들을 수 있다. 개체수는 8월에 더 많지만 8월에는 워낙 다른 매미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적어 보일 수 있다.

평지에 많이 분포하고 유지매미처럼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동네에 가면 굉장히 많지만 그 동네만 벗어나면 듣기가 어렵다. 저녁 늦게까지 우는 경우가 많다. 몸길이는 35mm다.







주파수가 변하며 소리가 커지다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6kHz의 소리가 길게 이어지다가 주파수가 잠깐 낮아지고 다시 높아진다. 이런 주파수의 변화가 사람들에게는 리듬을 갖는 음으로 들리는데, 이것이 ‘쓰름’이란 의성어로 들린다.

서로 다른 쓰름매미가 울다 보면 리듬이 제각기 들리다가 나중엔 같은 리듬으로 들린다. 쓰름매미끼리 리듬을 맞춰 우는 것이다.



편집자 주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2012년부터 ‘한국산 매미 소리 도감’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 가을 출간 예정인 책의 내용 일부를, 음향학자와 곤충학자인 저자의 글로 4회에 걸쳐 소개한다.
본문에 나오는 매미 소리가 궁금하다면, 필자(윤기상)의 블로그(blog.naver.com/cicadasound)를 방문해 직접 들어볼 수 있다.
 



김기경 │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로 재직하며 곤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자생생물 소리도감 발간도 총괄하고 있다.

윤기상 │
대전 전민고등학교 과학(물리)교사. 물리학과 환경학을 공부하고 매미소음문제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산 매미소리 도감’ 제작에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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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에디터 윤신영 | 글 윤기상, 김기경 기자
  • 기타

    [일러스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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