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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서양 풍습이지만 그 내용이 재미있어서인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 가운데 하나가 ‘할로윈’(Halloween)이다. 할로윈 데이는 10월 31일이다. 그런데 유독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할로윈 데이와 크리스마스가 같은 날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 이유가 뭘까?



A
할로윈 데이 날짜는 영어로 Oct. 31이고, 크리스마스 날짜는 Dec. 25다. 그런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8진법(octal system)은 보통 ‘oct’로, 10진법(decimal system)은 ‘dec’로 표현한다. 그러면 Oct. 31은 8진수 31이니까 25(=3×8+1)이고, Dec. 25는 10진수 25니까 두 값이 같다. 그래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할로윈 데이와 크리스마스가 같은 날이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사실 옥타브(octave)나 문어(octopus)를 보면 ‘oct’가 8을 뜻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october’는 8월이 아니라 10월일까? 마찬가지로 ‘dec’는 10을 뜻하는데, 왜 12월에 쓰였을까?

이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에서 사용하던 달력은 한 해의 시작이 지금의 3월이었다. 동양에서도 입춘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경우가 있으니 비슷하다 하겠다. 로마 달력은 Martius를 시작으로 Aprilis, Maius, Junius, Quintilis, Sextilis, Septembris, Octobris, Novembris, Decembris, Januarius, Februarius 순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Januarius, 영어로는 January가 한 해의 시작으로 바뀌면서 순서가 둘씩 뒤로 밀려 지금의 명칭이 된 것이다. 참고로 다섯째와 여섯째 달인 Quintilis와 Sextilis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의 이름을 따서 Julius와 Augustus로 바뀌었다.

사실 인간의 손가락이 10개이다 보니, 어느 문명권이든 10을 한 단위로 하는 셈법이 가장 흔하다. 물론 5진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고, 20진법이나 60진법의 흔적도 남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십진법이 가장 자연스럽다. 특히 인도에서 0이 발명된 이후 진정한 의미의 10진법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10진법을 모르는 사람이 100은 알지만 1000은 모른다고 하자. 이 사람에게 500+500이 얼마냐고 물으면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5+5=10이라는 계산으로부터 500+500=1000이라는 결과를 금방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0의 발명은 수의 이름에서 표기법을 해방시킨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아무리 큰 수의 연산도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이후 수학이 크게 발전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학자들이 10진법과 똑같은 원리로 다른 진법 체계를 생각해낸 일은, 사실 실용적인 면에서는 거의 쓸모없는 지적 유희에 가까웠다. 물론 2진법을 통해 컴퓨터가 탄생했으니 지금은 진법 체계가 엄청나게 중요해졌지만 말이다.


지난달 정답_ <; 8, 2, 13, 12, 11, 10, 9, 1, 7, 6, 5, 4,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