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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와 환경이라는 닭과 달걀

본성과 양육 (NATURE VIA NURTURE)

본성과 양육 (NATURE VIA NURTURE)


최근 인간게놈연구에 참가한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인간의 유전자 수가 당초 예상했던 3만-3만5천개에 훨씬 못미치는 2만-2만5천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파리의 유전자 수가 최대 2만개에 달한다니, 유전자 수로 고등동물과 하등동물을 구분하는 시대도 이제 막을 내려야 할 참이다.

인간과 파리의 유전자 수가 비슷하다는 사실은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가 98.4%나 일치한다는 것 이상의 충격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유전자가 정말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걸까. 또 유전자가 인간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실제로 얼마나 그런 걸까.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은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속 시원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유전자에 근거한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가, 아니면 환경에 의지한 ‘양육’에 의해 결정되는가 하는 이른바 ‘본성 대 양육’ 논쟁에 ‘양육을 통한 본성’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본성과 양육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본성 대 양육’ 논쟁은 일찍이 로크, 루소, 칸트 같은 대학자들은 물론 진화론의 선구자 다윈,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인지발달론자 피아제 등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다.

또 본성과 양육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전에 없었던 리들리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이미 이 둘의 상호작용에 대해 상당한 논의가 진척돼 왔고, 또 많은 학자들이 이런 시각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1980년대 이후 진행된 유전자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본성 대 양육’ 논쟁을, 본성 아니면 양육이라는 대립구도에서 탈피해 ‘본성을 통한 양육’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함으로써 한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환경과 반응하면서 자신이 만든 것을 거의 동시에 해체하거나 재구성한다는게 리들리의 결론이다.

“게놈은 실제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지만, 그 변화는 논쟁의 종료됐거나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누르고 승리하게 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논쟁의 양쪽이 중간에서 만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주장을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한 그의 말이 생물학 연구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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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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