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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개시 이후 괄목할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PC통신 서비스는 이제 질적도약을 위한 전환기에 서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빠르고 간편하게 제공하기 위해 업체들이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4대 상용서비스를 비교해 봄으로써 그 해답을 찾아보자.

지난 90년부터 붐이 일어난 PC통신 서비스는 4-5년이 지난 지금 춘추전국시대에 돌입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80년대 말, PC 통신 불모지였던 시절에 데이콤과 한국경제신문사가 '천리안 II'와 'PC서브'(현재의 천리안), 그리고 케텔(KETEL) 서비스를 시작하던 시절과 요즘을 비교하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단한 변화를 실감한다.

89년 6월 데이콤 천리안 II의 I.P(Information Provider, 정보제공자)로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한국경제신문사가 뉴미디어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큰마을'이라는 대형 BBS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같은 해 9월 전문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제공하던 데이콤이 한국경제신문사의 큰마을과 비슷한 개념의 대형 BBS를 선보였다. 사설 BBS에서 회선 부족으로 불편함을 느꼈던 사용자나 지방 사용자들에게 당시의 양대 서비스의 등장은 마치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는 격이었다.

90년에 접어들면서 피시서브가 유료화를 단행하였고, 전화요금 시분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곧 한국경제신문사의 케텔(KETEL) 서비스가 무료로 운영되면서 점차 통신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93년도에 분리 운영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무척 불편함을 주었던 피시서브와 천리안 ll가 서비스를 합치면서 본격적인 종합 정보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무료로 운영되던 한경의 케텔 서비스도 92년 말에 한국통신의 본격적인 참여로 한국PC통신주식회사가 설립돼 몇 차례 이름을 바꾸는 진통을 겪다가 하이텔 (HiTEL)로 서비스 명을 확정짓고 현재는 종합 정보통신 서비스로서 데이콤의 천리안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91년말에 포스데이타의 Pos-Serve나 삼보 컴퓨터의 자회사인 인포서브 등등 몇몇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탄생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력 업체들을 중심으로 각 서비스간의 비교나 장단점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여기에서 상호 비교할 정보 서비스는 한국PC통신의 하이텔, 데이콤의 천리안, 에이텔의 포스서브,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나우콤 등이다.
 

국내 PC통신을 주도하는 양대 산맥 천리안과 하이텔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발간하는 소식지


하이텔, 키워드 검색기능 취약

하이텔은 현재 약 11만 여명의 유료 회원과 공공 정보를 사용하거나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수를 합해 약 20여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하이텔은 올해들어 붐을 이루고 있는 고속 통신 시대의 조류에 발맞춰 V32(9천6백BPS) 서비스를 3백포트 제공하고 있다.

아직까지 호스트간의 LAN환경이 다소 불안함을 보이기도 해 접속 도중 연결이 끊어지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사용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접속포트의 부족도 많이 해결됐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일단 사용요금이 정액제(9천9백원)이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료나 글을 등록하는데 다른 서비스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질의 문제는 이와는 차원이 좀 다르다.

현재 이 서비스가 외형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이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사용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회사측에서도 국민학생들과 노년층을 위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한국통신의 지원을 받아 공공 정보를 구축, 현 정보서비스와 무관하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회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 서비스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각 동호회를 이끌어 나가는 시삽단의 노력과 함께 회원들이 제공한 수많은 자료와 글은 정보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천리안과 마찬가지로 각양의 규모를 가진 I.P들이 하이텔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스템이 워낙 방대한데다가 아직도 내부적으로 지난 케텔 시절에 개발된 시스템이 응용되고 있는 부분들이 간혹 발견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특히 천리안과 비교할 때 키워드 검색 기능은 결정적인 취약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정보검색 시에 자주 사용하게 되는 키워드 검색 기능은 유저 인터페이스 면에서 대형 정보 서비스업체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띠고 있다. 이 부분은 향후 하이텔이 대형 정보서비스 업체로 가기 위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가지 현재 하이텔 서비스의 거의 모든 형식이 페이지 단위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서비스 형태는 현재 천리안을 제외하고는 거의다 비슷한 모습이고, 페이지 단위가 합리적인지 아니면 줄 단위가 합리적인지는 서비스 업체의 전략에 속하는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통신 선진국인 미국의 컴퓨서브 등과 같은 서비스들이 대부분 줄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 화면에 출력될 수 있는 정보량이 현저하게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개선의 여지가 적지 않다.

향후 HiTEL이 대형 정보서비스 회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빈약한 서비스(홈쇼핑, 홈뱅킹 등)의 확충과 함께 하이텔만의 독특한 정보 서비스가 강화돼야 할 것이다.


천리안을 제공하는 데이콤의 호스트 운영실 모습


데이콤, 고속 서비스 제공 미비

데이콤의 천리안 서비스를 살펴보기로 하자. 필자의 견해로는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 볼 때 데이콤은 가장 알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80년대부터 서비스를 시작,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검색기능은 당분간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자리를 굳게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과감하게 요금을 종량제로 이끌어 왔다는 점도 놀랍다. 종량제를 고집하면서도 맨 처음 유료화를 시작할 때 5백 여명에 불과하던 회원이 지금은 약 11만 명에 이르렀으니 일단 종량제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초기 개발 당시부터 많은 기획을 통해서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한 천리안은 현재까지도 사용자 편리성에서 큰 하자가 없다. 특히 작년 말부터 선을 보이기 시작한 다중 검색 기능과 공개 자료실의 자료 검색 기능 등을 보면 그동안 데이콤이 쌓은 노하우를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에 과감하게 도입된 천리안 팝 서비스도 전 세계적인 추세로 상당히 환영할 만한 조치로 보여진다. 그리고 아직은 100%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사진 전송 서비스를 시작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독특한 I.P를 발굴하는 기획력이 상당히 돋보인다.

그러나 가장 먼저 고속 서비스를 시작한 천리안이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고속 모뎀 보유자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어, 고속 노드로 연결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접속을 시도해야 하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또한 컴퓨서브와 같은 외국의 전문 정보 서비스 업체들이 제공하는 전용 에뮬레이터와 비교할 때 천리안이 제공하는 에뮬레이터는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취약함이 느껴진다. 현재 하이텔이나 나우콤에서는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해 전문 에뮬레이터 개발을 거의 마친 상태다.

한편 최근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기존 서비스 업체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나우콤은 기존 서비스 업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나우콤은 올해 초 서비스를 개설하기 전 '고속통신시대의 개막'을 선언해 기존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고속 통신 서비스 확장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기존 서비스에서 볼 수 없었던 게시판 연결기능(Thread)과 한글 ID의 도입, 전용 에뮬레이터의 조기보급과 사용자의 주주 참여 등등 신선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초기에는 유료화시 종량제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정액제로 요금 체계를 채택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기존 정액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HiTEL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 됐다. 물론 아직은 데이터베이스의 양이나 질적인 면, 동호회의 수, 사용자수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이 많지만, 추후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지 모르는 일이다.

또한 통신 서비스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온라인 게임을 선보였고, 공개 자료실의 경우에도 타 서비스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리돼 제공되고 있다.

아직까지 신규 서비스이기 때문에 나우콤의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표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나우콤만의 컬러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기존의 하이텔이나 천리안은 이미 대형 BBS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접합시킨 형태의 서비스인데 반해 후발주자인 나우콤이 이와 동등한 서비스를 기획한다면 절대 미래의 청사진이 밝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나우콤의 전신인 BOOKNet의 서비스 역시 아직은 초기지만 정보의 양적인 면에만 너무 치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각자의 '색깔' 찾아야 생존

에이텔에서 제공 중인 포스서브의 경우를 살펴보자. 초기에 서비스를 제공할 때의 강한 의욕이 많이 꺾인 상태로 느껴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서비스의 대폭적인 개선이 요구됐음에도 미국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이 바로 도입되었다는 점이 첫 번째 패착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가 대형 BBS의 기본적인 서비스인 채팅 서비스가 불편하며, 두번째로 게시판 기능이나 동호회 기능이 여타 서비스에 비해 너무 빈약하다. 이는 우리나라 기존 서비스 업체들의 제공 방향에 대한 연구가 빈약했던 것에 기인한 것이다.

그리고 요금 체계도 천리안과 같은 종량제를 바로 채택하였는데, 이 점 또한 폐착으로 보인다.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는 아직 종량제가 자리를 잡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종량제서비스는 무리였다. 마지막으로 해외 정보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색다른 색깔을 지녔다는 점에서 성공을 하였지만, 이에 대한 홍보의 방법에서 기획력도 부족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외정보 서비스를 가장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에이텔로 옮기면서 사용자의 나이 제한을 두는 등 여러 가지 변신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약 2~3년후에 어떠한 모습으로 등장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기존의 정보 통신 서비스업체 중에서 4대 서비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아직까지 서비스간에 커다란 차이점이나 특·장점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서비스 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나름대로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PC통신에 높은 관심이 생긴 사회적 분위기도 있었지만 그 이전에 자신을 희생해가며 사설 BBS를 운영했던 수많은 '희생자'들의 공로도 적지 않았다. 업체들이 이후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이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편 95년 7월경에 과금대행 서비스가 시작되고, 많은 I.P들이 HiNET-P를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독특한 서비스들이 양산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사용자들은 어떠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 7월말 고속도로변에서 벌어진 한국PC통신의 '그린 하이텔'행사모습. 각 통신업체들은 한정된 사용자 벽을 깨기 위해 다양한 사회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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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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