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이 ‘물난리의 달’이었다면 8월은 ‘더위난리의 달’이었다. 32~36℃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즐겼던 사람들도 있겠지만,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전기가 끊긴 사람들은 꽤 고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최대 전력수요가 6번(8월 16일 현재)이나 경신돼 급기야 정부는 ‘전력수급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이상고온시 전력수급체계’를 가동했다. 하루 전력사용량이 최고에 달하는 때는 오후 3시로, 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광복절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력은 1948년 총발전량 694GWh에서 2005년 36만4639GWh로 525배 증가했고, 1인당 전력소비량은 1960년 46KWh에서 2005년 6883KWh로 150배 증가했다. 반세기 뒤 이 수치는 또 얼마나 높아질까? 그때는 정전 걱정 없이 시원한 낮잠을 즐길 수 있을까?
인류문명을 주도해 온 전기에너지의 이상향을 그려 보고 싶다면 전기에너지관에 가 보자.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 때 세워져 13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 가면 전기에너지가 만들어지는 다양한 방법과 이를 통해 그려볼 수 있는 밝은 미래의 모습을 ‘예술작품’ 보듯 즐길 수 있다. 최근 전기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일까?
작년 3만2000명 정도하던 1~7월 관람객 수가 올해 같은 기간 7만2000명으로 늘었다. 지난 8월 15일에는 1994년 재개장 이후 관람객 수가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 전기에너지관에서 무더위에 지쳤던 몸을 추스르며 우리가 살게 될 에너지 유토피아를 꿈꿔 보자.
전기에너지관 즐기는 법
전기에너지관의 전시물은 한마디로 예술적이다. 빛의 발견, 자연의 에너지, 빛과 인류문명, 미래의 에너지, 미래의 도시, 미래의 주거생활, 지구와 환경 테마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예술적이라고 해서 어려운 것은 없다. 한 마디 말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이미지의 힘을 느껴 보자.
1. 관람시간과 동선을 미리 생각하자! 전기에너지관은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30분 간격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영화를 관람한 후에 전시관을 둘러보게 돼 있기 때문이다. 전시관은 탁 트인 하나의 홀에 전시물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구조다.
눈에 띄는 대로 전시물을 무작정 따라 가면 미처 보지 못한 전시물을 뒤에 둔 채 출구에 도착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www.enertopia.or.kr)를 통해 미리 관람시간과 동선을 정하고 가면 낭비되는 시간과 발품을 줄일 수 있다.
2. 전시물의 메시지를 읽자! 전기에너지관의 전시물은 규모가 크고 시각적인 효과도 뛰어나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한 눈에 “와~”하는 탄성을 지르게 되지만, 자칫하면 관람 후 기억에 남는 것이 “멋있었다”에 그칠 수도 있다. 전시물의 크기에 가려 지나치기 쉬운 안내판의 설명을 놓치지 말자. 전시물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읽는데 큰 도움이 된다.
3. 건물도 꼼꼼히 뜯어보자! 전기에너지관은 전시물만 예술적인 것이 아니다. 건물 자체도 하나의 거대한 전시물이다. 건물 중앙에 원추를 거꾸로 세운 모습의 유리로 된 아트리움돔은 태양에너지를 더욱 풍부히 받아들여 이용하려는 인간의 지혜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외부로 툭 튀어나온 ‘ㄱ’자 모양의 빨간색 철골기둥은 수력발전댐을 본뜬 것으로 역동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
전기에너지관 Best
손 뻗으면 만져질 듯한 입체영화관
전기에너지관에는 409석 규모의 대형 입체 영화관이 있다. 태양열 로봇이 자신의 몸에 뿌리를 내린 새싹에서 에너지를 얻어 전쟁으로 파괴된 자연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트리 로보’(Tree Robo)를 상영하고 있다. 2005년 일본 아이치엑스포 한국관에서 상영돼 극찬을 받았던 작품으로 현재 전기에너지관에서만 볼 수 있다.
빛을 발견한 순간
전시관으로 들어가려면 레이저 터널 이동보드를 통과해야 한다. 천지가 창조될 때의 모습이 이랬을까? 27m 길이의 터널을 지나가는 동안 천둥소리, 암석이 갈라지는 소리가 환상적인 레이저 쇼와 함께 연출된다.
자연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에너지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모두 자연 속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전시물. 태양, 바다, 원유, 바람, 지열을 표현한 대형 패널이 전통문양으로 장식된 방에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로 옆에서 속삭이듯 흘러나오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합시다”라는 멘트는 온몸을 휘감는다.
전기, 인류문명에 빛을 비추다
216개의 화면과 조명 장치로 전기에너지와 함께한 인류문명의 발달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터널. 비디오 아트 형식을 빌렸다. 불의 발견부터 단 하루도 전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현대 생활까지 빛과 전기의 여러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에너지 유토피아를 꿈꾼다
대형 지구본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에너지 조종콘솔이다. 아래에는 멀티비전을 통해 지구촌 곳곳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인간의 모습이 형광색 철사로 표현돼 있다. 깨끗한 자연 환경 속에서 풍족한 에너지를 누리게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우주에서 생산한 전기에너지
1968년 미국의 물리학자 피터 글레이저 박사가 처음 제안한 우주태양광발전 송수신장치 모형이다. 우주에서는 태양빛이 지상보다 훨씬 강하고 날씨와 밤낮에 구애받지 않아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지구궤도에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을 띄워 생산한 전기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상에 전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