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으로 강하게 결합된 가족은 일부 새와 사람을 포함해 영장류 같은 포유류에서 흔히 나타난다. 그런데 하등동물로 취급돼온 파충류 가운데서도 핵가족을 이뤄 사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학자들은 이번 연구가 생물에게서 사회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설명하는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리처드 샤인 교수는 핵가족을 이뤄 사는 최초의 파충류를 발견해 ‘분자생태학회지’ 3월호에 발표했다. 에게르니아 삭사틸리스라는 이 파충류는 호주 남동부의 바위에서 사는 검은 도마뱀.
파충류 학자들은 이들 도마뱀이 집단을 이뤄 산다는 것은 알았지만 각각의 개체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는 몰랐다. 연구팀은 도마뱀 1백15마리를 잡아 각각의 개체를 식별할 수 있도록 바코드를 부여했다.
그리고 도마뱀을 3년 동안 길렀다. 일부 도마뱀은 고립돼 생활했지만 전체의 72%는 집단에서 0.5m 이상 벗어나지 않으면서 안정된 사회적 집단을 이뤄 살았다.
도마뱀의 DNA 지문을 분석한 결과 집단은 한마리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로 구성돼 있었다. 종종 친척의 아이나 양자를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배우자와 자식들을 거느리고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가족이 모여 아침식사로 벌레를 먹는다.
파충류에 익숙한 학자들마저도 이처럼 도마뱀에 핵가족이 존재한다는데 대해 놀라워했다. 샤인 교수는 “이들은 매우 공격적인 도마뱀이다”며 “집단을 이루는 이유는 어린 도마뱀을 보호하려는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