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PC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home’ 프로젝트가 종결되기 직전의 어느 날.
한국의 과동고등학교 2학년인 김마주 군의 컴퓨터에 이상한 신호가 감지됐다.
김 군은 분석한 좌표와 신호의 내용을 본 순간 숨이 멎는 듯 했다.
위치는 바로‘화성’이었고 신호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바이킹호란 30년 지난 쓰레기를 그만 치워줄래….”
화성에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30년 전 화성에 내려앉은 두 대의 바이킹호를 외계 쓰레기로 여기지는 않을까. 지구라는 외계에서 온 물건이니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 함부로 치우지도 못할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외계 생명체 연구는 화성탐사로 시작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행성보다도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사진 자료가 풍부한 만큼 의혹도 많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은 화성 해골 사진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한 민간단체(Mars Anomaly Research)가 지난 2004년 1월, 화성에 착륙한 탐사로봇 ‘스피릿’(spirit)이 촬영한 1만6000장의 사진 중에서 해골의 모습을 찾아냈다. 일명 ‘독립 화성연구가’(independent mars research)라고 하는 화성 마니아들은 NASA가 공개한 화성사진 속에서 거대한 인간 얼굴을 한 인면암, 고대 문명을 암시하는 듯한 피라미드와 도시 유적, 외계인 기지, 거석 지역을 찾아내고 있다. 사실 이것은 대부분 화성탐사 초기에 성능이 떨어진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오해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화질이 급격히 좋아졌음에도 이들 독립 화성연구가들은 고대 화성인의 문명처럼 보이는 유적들을 척척 찾아내고 있다. 화성에는 정말 생명체가 존재할까. 30년 전으로 돌아가 화성 생명체를 찾기 위한 최초의 계획인 바이킹 프로젝트의 기록부터 들춰보자.
화성 바이킹 프로젝트
VIKING FILE #1 착륙장소 정보가 없다
화성 표면에 두 대의 생명체연구실을 착륙시키겠다는 바이킹 프로젝트가 처음 기획된 것은 1968년. 당시만 해도 화성에 관한 정보는 1965년 미국의 화성탐사선 마리너4호가 촬영한 흐릿한 21장의 사진이 전부였다. 하지만 후속 탐사선을 통해 계곡과 골짜기를 가진 화성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바이킹 프로젝트는 가장 야심찬 우주계획으로 부상했다. 그렇지만 이 계획이 실현되기까지 난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예산이 부족해 출발을 1973년에서 1975년으로 연기했고 착륙장소를 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지리 정보 사진도 없었다.
VIKING FILE #2 울프의 덫
예산 부족은 한 과학자의 운명을 비극으로 바꿔 놓았다. 미국 로체스터대 미생물학자이자 바이킹 프로젝트의 생물학 팀원인 울프 비쉬니악은 미생물을 검출하기 위한 ‘울프의 덫’(wolftrap)이란 애칭의 실험 장비를 12년이나 들여 개발했다. 그런데 예산이 삭감되면서 바이킹의 탑재물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비쉬니악은 화성과 기후 조건이 비슷한 남극의 건조한 계곡에서 자신의 ‘덫’을 실험해 보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1973년 실험 장비를 회수하러 남극으로 갔던 비쉬니악은 얼음절벽에서 미끄러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VIKING FILE #3 미끼로 화성인을 유인하라
비쉬니악의 죽음을 가장 애석하게 생각한 과학자는 화성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누구보다 긍정적인 주장을 하던 칼 세이건이었다. 그는 두 발로 걷는 덩치 큰 야행성 동물이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바이킹호 외부에 미끼를 붙여서 동물을 유인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게다가 야행성이므로 탐사선에 야간 촬영용 라이트를 달자는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화성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VIKING FILE #4 세 가지 생물탐사장비
화성 생명체가 토양에 사는 미생물이라면 어떻게 검출해 낼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 NASA는 여러 가능성을 두고 서로 다른 3가지 생물 탐사장비를 채택했다.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의 노먼 호로위치 교수가 제작한 열분해방출 실험장비로 연대측정에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탄소14를 토양에 넣은 뒤 생명체가 흡수한 이후 잔류 방사선을 측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에임즈연구센터 밴스 오야마 박사가 제작한 가스교환 실험장비로 토양에 영양액과 함께 헬륨, 크립톤 같은 가스를 넣어 생명체가 먹고 호흡하는 것을 가스변화로 관찰한다. 마지막은 바이오스페릭스사의 길버트 레인 박사가 제작한 방사성동위체 표식실험장비로 토양에 탄소14를 넣은 영양액을 넣고 탄소14 검출기에 나타난 변화로 생명체 유무를 판단한다. 어떤 장비가 화성의 환경에 맞을지 모르지만 개발자들은 서로의 실험장비가 가진 단점을 꼬집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VIKING FILE #5 화성에는 아무것도 없다
1976년 6월 19일 바이킹1호는 화성에 다다랐지만 예정된 착륙 장소가 굉장히 위험해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한 달간 궤도에만 머물다가 북위 22˚의 크리세 평원에서 비교적 편평한 곳을 찾아 7월 20일에야 착륙할 수 있었다. 착륙한지 8솔(sol, 화성의 하루)째, 기다리던 생명체 실험이 시작됐고 놀랍게 2시간여 만에 탄소14 검출기에 반응이 나타났다. 희소식을 알리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성급한 판단이었다. 실험결과의 오류일 뿐 화성의 토양에는 영양액을 먹거나 방사능 탄소를 호흡하는 어떤 유기물도 없었다. 바이킹2호는 9월 3일 유토피아 평원에 착륙했다. 하지만 생명체 실험 역시 바이킹1호와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착륙선에는 자신의 기록 장치가 돌아가는 움직임까지 감지할 만큼 민감한 지진계가 있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VIKING FILE #6 바이킹의 비극적인 최후
1976년 7월과 9월 화성에 착륙한 바이킹1호와 2호는 착륙 후 90일 정도가 예상 수명이었으나 핵전지 덕분에 2호는 1980년 4월 12일까지 작동했고 1호는 그 뒤에도 일주일마다 한 번씩 화성 기후에 관한 리포트를 보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82년 11월 13일, 초보 지상 운영자의 잘못된 지령신호로 기능이 완전히 정지됐고 지구와의 교신은 두절되고 말았다.
바이킹 이후의 화성침공
1992년부터 시작된 화성 재방문에서 미국은 바이킹 탐사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첫 궤도선인 ‘마스 옵저버’(Mars observer)부터 실패하더니 극지착륙선인 ‘마스 폴라랜더’(Mars polar lander)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화성에 추락했다.
대형 탐사선들이 우주쓰레기가 되고 있을 때 값싼 ‘화성탐사 로버’(Mars exploration rover)들만 화성 표면을 돌아 다녔다. 저가로 만든 ‘패스파인더’(Pathfinder)와 2대의 화성탐사 로버들은 달을 제외한 행성탐사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동형 탐사차량의 테스트 버전에 가깝다. 현재 화성탐사 로버는 예상수명인 90일을 넘어 2년이나 생존해 혹독한 화성의 겨울에도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로봇 지질학자’(robot geologist)란 애칭으로 불리며 지질학자의 암석망치 대신에 전기드릴을 장착하고 과거의 역사를 말해 줄 특이한 암석을 찾아 돌아다님으로써 30년 전 고정형 착륙선인 바이킹호가 감히 엄두도 못 냈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동형 탐사로봇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동안 3대의 궤도선이 광범위한 규모로 화성을 훑으며 물의 존재여부에 관한 희망을 보여 줬다. 특히 2001년에 발사된 화성탐사선 ‘마스 오디세이’(Mars odyssey)는 우주선(cosmic ray)에 노출된 토양의 원소들이 방출하는 감마선을 통해 극지방의 지하에 많은 양의 물이 포함됐음을 포착했다. 결국 NASA는 이전까지 실패한 극지 착륙 계획을 다시 부활시켰고 바이킹 착륙선보다 큰 이동형 과학탐사 차량을 발사하기로 했다.
차세대 탐사선 피닉스
NASA가 본격적인 생명체 탐사용으로 준비한 차세대 탐사선은 내년 8월에 출발한다. ‘피닉스’(Phoenix)라는 이름의 이 탐사선은 1999년에 추락한 마스폴라랜더의 부품과 마스서베이어 2001 착륙선을 이용해 저가로 만들었다.
북위 65~75° 부근의 극지에 착륙할 피닉스는 0.5m 깊이의 땅속에 있는 토양을 로봇팔로 파헤쳐 샘플을 구한다. 이 토양을 볼펜의 잉크심 두께 정도밖에 안 되는 전기오븐에 넣어 1000℃로 가열한 후 가스 분석기로 성분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원자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을 이용해 토양의 구조를 10nm(나노미터, 1nm=10-9m)까지 파헤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09년 하반기에 발사될 화성과학실험실(MSL, Mars Science Laboratory)은 실험실이란 말에 어울리게 775kg의 육중한 무게에 10가지 과학 장비를 싣는다. 여기에는 로봇팔로 암석이나 토양 샘플을 구하고, 여기에서 탄소와 같은 유기물은 물론 물 흔적의 단서가 될 키서라이트(kieserite, 수화된 마그네슘 황산염)와 같은 무기물의 함유상태도 조사한다.
로봇팔로 접근이 어려운 곳의 재료는 사정거리 9m의 고성능 레이저를 쏴 증발시킨 후 ‘쳄캠’(ChemCam)이란 분광기 카메라를 이용해 분석한다.
MSL을 화성으로 보내기위한 계획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3월부터 고성능의 카메라를 가진 화성정찰궤도선이 최적의 착륙 장소를 찾기 위한 임무에 돌입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8kg 정도의 과학 장비를 장착한 120kg의 이동형 탐사로봇 ‘엑소마스’(ExoMars)를 2011년 러시아의 로켓인 소유즈-프레겟을 이용해 발사할 예정이다. MSL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피닉스와 MSL의 장점을 가진 탐사체로 주목받고 있다.
드릴을 이용해 지하 2m까지 뚫고 ‘생명표지칩’(life marker chip)을 이용해 소멸했거나 살아있는 생명체의 흔적(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을 찾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이후에도 미국과 유럽은 글라이더형, 풍선형, 샘플 리턴형 등 다양한 조사선을 보낼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토양분석 실험에서 이동형 탐사로봇에 이르기까지 화성은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실험실이 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개발된지 7년도 안 돼 화성탐사가 시작됐듯이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룰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 화성탐사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