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토성탐사선 카시니호는 혼자서 토성까지 항해한 뒤 각종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카시니호가 지구를 떠나 토성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년 8개월. 카시니호는 어떻게 그 먼 길을 혼자서 항해할 수 있었을까.
별자리는 우주의 길라잡이
비행역학 및 제어 연구실의 방효충 교수는 인공위성이 스스로 자세를 결정해 오차 없이 항로를 따라 이동하도록 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다.
자세결정이란 인공위성이 스스로 항로를 결정하고 우주공간에서 자신의 위치와 기울기 같은 자세정보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자동차가 GPS를 이용해 스스로 경로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인공위성에서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수십분. 한번 신호가 왔다갔다하는데는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지구에서 보내는 명령을 받아 움직이면 눈앞의 장애물이나 순간적인 위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무인 우주선에 자동운행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우주에서는 별자리가 길 안내판이다. 인공위성에는 예상경로에서 만나게 될 별자리를 모아 만든 별자리 지도가 입력돼 있다. 인공위성은 공전궤도를 돌거나 우주를 탐험하는 동안에 사진을 찍는데 그 사진 속의 별과 별자리 지도에 입력된 별을 하나하나 연결해 자신의 자세를 파악하고 경로를 계산한다.
방 교수는 이처럼 인공위성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별자리 지도는 큰곰자리나 카시오페이아자리 같이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별자리만 추려서 만들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는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에서 이런 별자리를 찾아내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이같은 연구로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02년 국가지정연구실(NRL)로 지정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해상도 관측위성의 정밀 자세 결정을 위한 별인식 알고리즘’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2005년 대표적 우수연구성과 50선’에 뽑히기도 했다.
인공위성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을 찾은 다음 실제로 그 길을 따라 항해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는데 이를 ‘자세제어’라고 한다. 자세결정이 생각하는 힘이라면 자세제어는 생각한대로 ‘실행’하는 힘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을 제작해서 발사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세결정이나 자세제어 모두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이 필수다. 방 교수는 각종 시뮬레이터도 만들고 있는데 그가 개발한 인공위성 자세제어 시뮬레이터는 무궁화 위성 1·2호 개발에 쓰였다.
방 교수는 “실전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야한다”고 말한다. 인공위성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번 쏠 때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데 끊임없는 모의실험만이 성공률을 높이는 열쇠라는 뜻이다.
생각할 수 있는 자유
우리나라의 항공우주기술은 이제 청소년기 정도다.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때가 1992년.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사업에 뛰어든지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러나 방 교수는 “후발 주자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빨리 따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중국도 뒤늦게 우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했고, 일본은 지구에서 2억 9000만km나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착륙시켰다. 방 교수는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1981년 서울대 항공공학과에 입학한 뒤 16년 동안 오직 한길만 걸어왔다. 항공우주공학은 규모가 크고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혼자서 연구하기 어려운 분야다. 연구 성과도 더디게 나타난다.
하지만 방 교수는 “어려우니까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항공우주공학을 연구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하던 우주를 보고,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숫자를 대한다는 사실 자체가 희열”이라고 덧붙였다.
지구를 향해 음속보다 80배나 빠른 속력으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폭파시키고 수만광년이나 떨어진 다른 세계를 곁눈질할 수 있는 항공우주공학의 미래는 무한하다. 방 교수와 비행역학 및 제어 연구실의 석사과정 6명과 박사과정 6명은 오늘도 우주를 누비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