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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중국은 티베트를 무력 침공해 자국 영토로 합병시켰다. 이때 침략에 저항했던 수많은 티베트 민중이 무참히 살해당했고, 살아남은 자들 가운데 일부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심한 고문과 학대를 당했다.

고문이나 학대, 교통사고처럼 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은 사람들은 사건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악몽, 불안, 대인기피 등의 증상을 보인다.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가 소개하는 강제수용소의 티베트 난민들은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벗어난다. 달라이 라마는 그들이 “감옥에 있을 때 영적인 수행이 최고조에 이르렀기 때문에 두렵거나 괴롭지 않았다”고 전한다. 티베트인 중에는 그런 충격적인 경험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인류 최고의 영적 지도자로 일컬어지는 달라이 라마와 감성지수(EQ)란 개념을 처음으로 제창하고 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 만났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는 이들과 함께 대니얼 브라운, 프란시스코 바렐라, 샤론 잘츠버그 등 세계 각지의 의학자, 심리학자, 종교학자들이 모여 대담한 기록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가한 석학들은 ‘현대 신경과학과 동양 불교사상의 만남’이란 부제를 갖고 지금껏 서로 대척점에 서 있던 것으로 알려진 동서양의 과학과 문화를 결합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한다. 동서양이 바라보는 감정을 서로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치유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최신 연구 결과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이 육체의 평안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데이비드슨 교수팀은 오랫동안 고통스런 감정을 품고 있으면 면역력이 약화된다는 사실을 밝혔고, 오하이오주립대 로널드 글레이저 교수팀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면역계 유전자의 형질이 발현되는 것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생물학과 손잡은 불교의 선(禪)적인 관점은 마침내 ‘마음이 몸을 치유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 연구하는 하버드대 대니얼 브라운 교수는 명상, 최면 등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능력을 높이는 ‘행동의학’을 제안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은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관점에 달려있다’는 이 주장은 고혈압, 천식, 두통 등 여러 질병에서 실제로 큰 효과를 발휘했다.

독일 영화감독 파스빈더는 1974년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를 통해 독일 사회의 병들고 위선적인 모습을 폭로했다. 이제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석학들은 ‘불안은 건강을 잠식한다’고 말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은 순서가 반대라는 것이다. 책을 엮은 대니얼 골먼 교수는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동양적 사유가 서양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경향을 전한다.
 

마음이란 무엇인가^달라이 라마, 대니얼 골먼 외 지음 김선희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 332쪽, 1만2800원)
 

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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