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국적 제약회사에 특허권을 팔지 않는다고 죽음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컬럼비아 학자의 이야기"
컬럼비아의 '마누엘 엘킨 파타로요'박사(42)는 면역학자들 사이에 '실험실의 게릴라'로 불리운다. 이 게릴라학자가 사상 처음 말라리아백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그가 노벨 의학상을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페레이라 다 실바'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쳐'에 기고한 글애서 '말라리아 백신의 개발은 기생충의 발견이후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했다.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세균 즉 '플라스모디움 팔시파룸'(Plasmodium falciparum)은 1907년 처음 발견이 되었다. 이 세균은 강력한 치료제로 알려진 '키니네'에도 상당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 또한 이균을 옮기는 모기는 DDT에도 쉽사리 박멸되지 않는다. 말라리아에 희생되는 인명은 무려 일년에 3~4백만명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에서만 일년에 1백만명 가량이 말라리아로 죽는다.
따라서 말라리아의 박멸은 백신개발이 되지 않는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평가되었다.
왜 게릴라라는 별명이?
이 인류의 재난을 극복할 백신개발의 주역은 어떤사람일까? '파타로요'는 고국 컬럼비아에서 의사자격을 얻은뒤 미국과 스웨덴에서 12년동안 일류 면역학자들과 공부했다. 귀국후 그는 자기나라에서만 1년에 30여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말라리아퇴치에 생을 바칠것을 다짐했다.
의사로서 편히 살수 있는 그에게 주위 사람들은 '미친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얘기에 대해 '말라리아는 후진국 병이다. 제3세계 학자들이 도전하지 않으면 백신개발은 무척 어려울 것이다"라고 답했다고 회고한다.
'파타로요'박사의 집념은 그야말로 게릴라식으로 구체화했다. 그는 '보고타'시에 있는 허름한 집을 사서 연구소를 차렸다. 처음에는 현미경도 없었다고 한다. 병원에 나가면서 받은 봉급은 그는 연구소의 자재를 사는데 모두 털어놨다. 서독정부와 미국 록펠러재단에 애걸해 어느정도의 보조금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컬럼비아의 정의감있는 젊은 학자들을 연구원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에는 35명의 연구원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균연령은 30세 미만.
1983년 '파타로요'와 그의 동료들은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적혈구에서 말라리아균을 추출, 이 세균이 20가지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음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덩이를 아마존 밀림속 '레티키아'라는 곳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에 주입했다. '레티키아'라는 곳은 말라리아 백신개발에 있어 실로 중요한 곳이 되었다.
이곳은 말라리아가 좀처럼 발생되지 않는 지역이며 또 원숭이의 천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많은 원숭이들이 살고있는 곳이다. '파타로요'박사는 "만약 모기가 많았다면 백신의 실험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다. 이곳 원숭이는 말라리아균에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백신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실험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장소의 물색 또한 게릴라식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은 원래 코카인 밀매 지 지역으로 악명 높은 곳이며, 또 미국의 밀렵꾼들이 원숭이나 앵무새 큰 악어들을 잡아 미국내로 반출하는 소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당국에 잡혀 투옥되는 바람에 이들이 지어놓은 호화판 집이 빈채로 남게 되었다.
이런 사정을 알게된 '파타로요'팀은 재빨리 빈집을 차지하고 이곳에다 실험실을 차린 것이다.
이들이 보고타시에서 분리해온 말라리아균의 단백질들을 여러 그룹의 원숭이에게 주사했다. 30일 뒤에야 살아있는 말라리아균을 원숭이에게 주입했다. 이런 실험과정을 통해 그들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단백질 세가지를 골라 합성시켰다.
세균에서 분리한 단백질을 따로 주입
이때에는 컴퓨터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드디어 지난 86년1월, 합성시킨 단백질이 우수한 백신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원숭이 실험에서 75%의 예방효과를 거둔것이다. 곧 이어 수백명의 지원자들을 상대로 예방 접종해 그 결과를 분석해 보니 80%라는 놀라운 성공률을 보게 되었다.
'파타로요'박사팀은 요즘 이 백신의 개량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전자에 직접 작용할 수 있도록 현대의 분자생물학을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아직도 1만 5천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살고 있는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다. 보다 완전한 백신 개발을 위해···.
'파타로요'박사는 굉장한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
컬럼비아에서는 돈벌이나 될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짓도 해대는 갱조직이 각계에 넓게 퍼져 있다.
이들 갱조직은 파타로요 박사를 블랙리스트 1호로 꼽아놓고 있다. 만약 파타로요 박사를 위협하거나 회유해서 그의 백신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팔게 하면 막대한 사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타로요 박사는 특허권을 팔라는 협박을 견뎌내고 있다. 그는 "나와 나의 동료들이 이룩한 공로가 한개 회사의 돈벌이에 쓰이고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의 부담이 되는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어떤 세계적 규모의 비영리재단에 특허권을 주어 이 백신이 실비로 판매되기를 바란다고 기자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