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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다스려 건강한 여름나기

만성 소화불량엔 육군자탕이 제격

바야흐로 1년 중 가장 덥다는 초복·중복·말복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삼복(三伏) 더위에는 입맛이 떨어지고 배탈이 나는 사람이 많다. 이때 삼계탕이나 보신탕을 먹고 기운을 차리기도 한다. 그런데 닭고기와 인삼, 개고기는 모두 양기를 북돋는 음식, 즉 우리 몸을 덥게 만든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더운 날 이런 음식을 먹는 이유는 뭘까.

숙종도 반신욕 즐겼다

삼계탕과 보신탕으로 더위를 이기는 풍습이 생긴 것은 바로 한의학 이론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바깥 기온이 높으면 내장은 오히려 차가워진다고 본다. 가령 복날에는 사람들이 더위로 불편해하지만 위장은 반대로 가장 차갑다. 따라서 열을 내는 음식이나 약을 먹어서 더위를 이겨야 한다. 이것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복부를 비롯한 하체가 따뜻해야 한다는 이론은 요즘 유행하는 반신욕과도 관련있다. 한의학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좋다고 말한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혈액순환 장애를 뜻하는 ‘어혈’(瘀血)이 있으면 상체는 열이 나고 하반신은 차다. 이때 물리적으로 하반신을 따뜻하게 만드는 반신욕을 통해 음양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반신욕을 즐겼다. 조선시대 숙종은 57세 때 다리가 저리고 눈이 어지러우며 어두워지는 증세에 시달리다가 온양으로 온천욕을 하러 떠났다. 당시 숙종은 바가지로 물을 부어 머리를 수백 차례 감은 다음 다리 아래를 1각(15분) 동안 담그거나 배꼽 아래를 2각(30분)동안 담가 온천욕을 했다고 한다. 숙종은 반신욕으로 자신의 병을 치료했던 것이다.

한의학에서 ‘비위(脾胃)는 후천(後天)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비장과 위, 곧 소화기가 튼튼해야 신체 각 부위에 기혈(氣血)이 충분히 공급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의학 이론에 따르면 위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몸에 흡수될 수 있도록 분해과정을 거친다. 위장에서 소화된 음식물 가운데 영양분이 되는 것은 비장을 통해 흡수돼 기혈이 되고, 찌꺼기는 소장과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배출된다. 소화기는 몸에 기혈을 공급하는 근본이다. 이 때문에 배탈이 나거나 소화불량에 걸리기 쉬운 여름철에는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소화불량 불러

배탈은 복통이나 설사 따위의 뱃속 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배탈이 나면 구토와 설사, 복통이나 더부룩함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도 있고, 소화관 점막에 염증이 생겼거나 더 심한 경우 점막이 패여서 궤양이 생겼을 수도 있다. 담낭(쓸개)이나 췌장(이자)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증상이 계속되면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특별한 이유 없이 속이 불편한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기능성 소화불량이라고 부른다. 기능성 소화불량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특히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기능성 소화불량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식욕은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한 가지 척도다. 자주 쓰는 속어 중에 싫은 사람을 볼 때 ‘밥맛 떨어진다’ ‘비위가 상한다’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소화기에 영향을 줘서 식욕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소화가 잘 안된다는 경험에서 나왔다.

한의학 이론에 따르면 복잡한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심장과 비장이 상한다. 몸에서 심(心)은 혈(血)을 주관하며, 비(脾)는 혈(血)을 통제하고 소화를 돕는다. 스트레스를 받아 가슴이 뛰고 소화가 잘 안될 때를 가리켜 한의학에서는 심(心)과 비(脾)가 손상됐다고 한다.

심(心)과 비(脾)가 손상되면 이들과 관련 있는 혈(血)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혈(血)의 부조화가 다시 심(心)에 나쁜 영향을 미쳐 여기에 깃든 神(신)이 맑지 못하다. 이처럼 몸과 마음의 건강상태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한의학의 기본적인 관점이다.

예를 들어 수험생은 시험에 대한 부담으로 늘 지쳐있다. 그래서 수험생에게는 심장과 비장의 기능을 북돋아주는 ‘귀비탕’(歸脾湯)을 많이 처방한다. 귀비탕은 소화기의 기능을 향상시켜 머리를 맑게 해주며 지친 체력을 보충해주는 효과가 있다.

경희대 한의대 박성규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귀비탕을 투여한 어린 쥐는 전기 자극을 기억하는 시간이 2.5배 늘었고, 뇌에서 기억과 관련된 해마의 세포수가 2배 증가했다.

만성적으로 위장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육군자탕’(六君子湯)이 좋다. 육군자탕에는 인삼을 비롯한 8가지 약재(진피, 반하, 백출, 복령, 감초, 생강, 대추)가 들어 있다. 임상 약리실험에 따르면 육군자탕은 소화관의 운동을 촉진하고 위 점막을 튼튼하게 한다.

1998년 일본에서는 54개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검사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 식욕부진, 상복부 불쾌감,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 29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중맹검법으로 육군자탕의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소화불량 증상에서는 육군자탕을 복용한지 3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6개월 이상 소화불량으로 고생한 환자는 효과가 더욱 좋았다. 이는 육군자탕이 만성적인 위장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몸의 바깥이 덥고 땀이 나면 위장은 반대로 차가워진다. 여름에 식욕이 없고 배탈과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 뜨겁고 더운 기운의 음식인 삼꼐탕을 먹고 '이열치열'로 여름을 이겨보자.


원인 모르는 통증은 한방으로 다스려라

조선말 이제마가 제창한 사상의학(四象醫學)에 따르면 배탈이 잘 나는 체질은 소음인이다. 사상의학에서 소음인은 신장(腎臟)이 크고 비장(脾臟)이 작으며, 내성적이고 세심하며 재주가 있는 반면 우유부단한 성격을 띤다고 한다.

소음인은 평소 손발이 차거나 추위를 많이 타며 허약체질이 되기 쉽다. 음식은 주로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소음인이 병에 걸리면 땀이 나거나 설사를 하는데 어지러움이나 차멀미를 비롯해 복통, 만성 소화불량, 위산과다, 위하수 등이 잘 걸린다.

그런데 소음인이 이런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 전문적인 검사를 해도 별다른 이상을 밝혀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병이 아닙니다’ ‘신경성이군요’라는 말 이외의 처방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몇 년 전 일본 언론에서 인기를 끌었던 구키 노부오(九鬼伸夫)라는 의사는 한방 진료의 특징을 ‘포기하지 않는 의료’라고 말했다. 그는 만성질환을 비롯해 현대의학으로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질환을 한방으로 치료한다. 그는 “환자가 불편한 곳에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 대해 무엇인가 해줄 수 있는 의료가 한방 치료”라고 설명한다.

건강과 질병의 경계에 대한 한의학의 관점은 현대의학과 다르다. 현대의학에서는 질병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우에도 한의학에서는 질병으로 보고 치료한다. 특별한 원인이 없는 배탈이나 소화불량도 한의학에서는 질병으로 보고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다.

몸이 차갑고 피로가 자주 몰려오는 것은 소화기 기능이 약해서 음식물을 섭취해 만들어지는 기혈이 전신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손발에 힘이 없고 모든 일에 무기력하기 쉬워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이 경우 한의학에서는 이를 단순히 체질 탓으로 돌리지 않고 실제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맞춰 치료해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준다.

생활약탕기

여름철 찬 음식을 먹고 에어컨 바람을 맞다보면 몸에 차가운 자극을 주기 마련이다.

더위로 인한 위장의 손상을 예방하려면 지나치게 차가운 음식을 많이 먹거나 배를 차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굳이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다면 더위를 이기는 과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박은 한약재명으로 ‘서과’(西瓜)라고 부르는데, 더위를 없애주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

이 때문에 수박은 한방 처방 에서 해열제로 사용하는 ‘백호탕’(白虎湯)에 비유해 ‘천연의 백호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박은 열을 내리고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여름철 감기 치료에도 좋다.

이중검맹법 :약효를 검정할 때 쓰는 방법의 하나.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치료용 약과 플라시보(가짜약)의 구분을 알리지 않고 제3자인 판정자에게만 알려 약효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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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정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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