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를 통틀어 ‘에어로졸’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먼지나 황사부터 잘 느끼지도 못하는 나노 입자까지 모두 에어로졸에 들어간다. 크기만큼이나 화학적인 성질도 다양한 에어로졸은 대기 환경이나 사람의 건강은 물론 지구적인 기후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필터로 공기 중의 에어로졸을 포집한 뒤 실험실에서 화학 성분을 분석하면 에어로졸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이게 전통적인 연구 방법이나, 실시간으로는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 24시간 동안 포집한 에어로졸을 분석했다면, 그 동안의 평균값밖에 알 수 없다.
박기홍 GIST 환경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에어로졸공학 모니터링 연구실은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한 공기 중 에어로졸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에어로졸의 질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에어로졸의 화학 조성을 파악하는 기술은 아직 그렇지 못하지요. 저희는 실시간 관측 장비를 개발해 여러 지역에서 시험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실험실을 안내하며 개발 중인 여러 가지 장비를 직접 보여줬다. 에어로졸은 한 가지 장비로만 측정할 수 없다. 크기와 질량, 화학 조성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조합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온과 습도, 공기가 이동하는 방향 같은 기상 자료까지 종합해서 분석해야 한다.
실시간 변화까지 관측해
에어로졸의 화학 조성을 알면 구성 입자가 어디서 생겨 어떤 과정을 거쳐 변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자가 검댕이라면 연소 과정에서, 황산화물이라면 그런 종류의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에서, 소금이라면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입자라고 추측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에어로졸 중에는 먼저 기체로 나왔다가 공기 중에서 반응을 일으켜 입자가 되는 종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팀이 개발하고 있는 주요 장비는 LIBS와 GIST-AMS, CCN 카운터 등이다. LIBS(Laser Induced Breakdown Spectroscopy)는 레이저로 에어로졸 입자를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다. 순간적으로 2만℃까지 가열한 뒤 냉각시키면 빛이 나오는데, 이 빛을 분광기로 관측하면 어떤 원소가 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레이저는 고정하고 입자를 조종해 레이저 경로를 지나가게 한다. 입자가 없는 깨끗한 공기를 불어넣어서 입자가 한데 뭉치게 만드는 기술이다. 아주 작은 나노 입자는 공기로 포커싱이 힘들어 ‘에어로다이나믹 렌즈’라는 기술을 더 쓴다. LIBS는 에어로졸뿐 아니라 물이나 흙 속에 들어 있는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데도 쓸 수 있다.
GIST-AMS는 질량분석기다. LIBS와 비슷하게 에어로졸을 뭉치게 만든 뒤 600℃ 정도에서 입자를 증발시킨다. 그리고 전자를 쏴서 이온화한다. 이온이 생기면 전기장을 걸어서 이온이 움직이는 속도를 근거로 질량을 계산한다. 구성 원소만 알 수 있는 LIBS와 달리 질량분석기로는 황산이온, 질산이온처럼 원소가 어떤 분자를 이루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분자의 종류를 알면 입자의 성질을 알 수 있다.
CCN 카운터는 에어로졸이 구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하는 장비다. 대기 상층부처럼 상대습도가 높은 환경을 만들어 준 뒤 어떤 입자가 물방울을 형성하는지 관측한다. CCD카메라로 초당 수십 프레임을 찍어 부피가 커진 입자의 개수를 세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구름은 기후 변화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에어로졸이 구름의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이 아직 불확실해 이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 공기도 모니터링 중!
박 교수팀은 태안, 여수, 중국 등 우리나라 여러 지역과 외국까지 직접 찾아다니면서 장비를 실험했다. 최근에는 북극에도 다녀왔다. 현재 북극의 다산기지에는 박 교수팀이 설치해 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북극은 유라시아 대륙에서 생기는 인위적인 에어로졸이 침범해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북극에 가려고 다섯 번이나 비행기를 타고, 헬리콥터까지 타야 했습니다. 장비를 부치는 비용도 많이 들고요. 비행기가 연착하는 일이 잦아서 장비와 인력이 예정한 날짜에 딱 도착하면 천운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북극에서는 여러 나라의 기지 사람들이 생활하는 마을에서 머물렀는데, 북극곰 때문에 마을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총을 가지고 가야 했지요.”
어렵게 설치한 장비로 북극의 에어로졸 변화를 측정한 결과 유라시아 대륙에서 날아오는 오염 물질이 봄에는 많고 여름에는 별로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조만간 또다시 북극을 방문해 관측할 계획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박 교수는 그 어떤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라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실에서는 환경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을 모두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