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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붙박이별'

바너드와 캄프

항성이란 하늘에 고정된 붙박이별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 항성을 포함한 모든 별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항성이 이동한다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해 가장 빨리 움직이는 붙박이별을 찾기까지 그 뒤에 드러나지 않은 천문학자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하자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지식인에게 호응을 얻으며 점차 사실로 받아 들여졌다. 지동설을 증명할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은 지구가 공전하면서 나타나는 별의 위치변화, 즉 시차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당대의 천문학자들도 여기에 주목했다.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별의 시차를 발견하려고 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관측 기록을 입수해 당시 별의 위치와 비교했다. 흥미롭게도 고대의 별 위치와 핼리 시대의 별 위치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는 차이가 많이 나는 별에 주목했다. 이 별이 바로 1등성인 시리우스, 알데바란, 아크투르스다.

핼리는 처음에 고대의 기록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워 생각을 바꿨다. 즉 별도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위치가 변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핼리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1718년의 일이다. 이것은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항성으로 불리는 별이 움직이지 않고 하늘에 고정돼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항성들은 오랜 세월 동안 자기의 위치를 조끔씩 바꾸는 고유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유운동은 약 100년이 지난 19세기 초에 이르러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주제페 피아치가 항성의 고유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해 입증함으로써 천문학계에 공인된다.

항성이 1년 동안의 움직인 각도는 초(˝)로 표시한다. 1˝는 3600분의 1도(°)로 환산하며 1°는 60분(′), 1′는 60″다.
 

바너드 별(화살표)은 은하수 서쪽 땅군자리 아래쪽에 자리잡고 있다. 매우 어둡고 작은 별이다.


고유운동이 가장 큰 별을 찾아라

고유운동의 존재가 알려진지 약 30년이 지난 1842년, 독일 본 천문대 대장이었던 프리드리히 아르겔란더는 항성 목록을 비교하다가 특이한 별 하나를 발견했다. 사냥개자리와 큰곰자리 사이에서 발견된 이 별은 ‘굴름브리지 1830번’으로 명명된 별이었다. 그는 이 별을 관측한 이전의 기록들을 조사한 결과 이 별이 1년에 무려 7.05″나 움직인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러한 별의 고유운동은 다른 별에서 볼 수 없는 대단히 큰 것이다.

이때부터 천문학자들은 고유운동이 큰 별을 찾기 시작했다. 이 일은 수세기 동안 측정한 수만개에 달하는 별의 위치를 비교해 정리하는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56년이 지난 1898년 마침내 ‘굴름브리지 1830번’보다 더 큰 고유운동을 하는 별이 발견됐다. 그 별을 발견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야코부스 코넬리우스 캅테인이다. 캅테인의 별은 남반구 아래쪽에 있었고, 이 별의 고유운동은 1년에 8.7″나 됐다.

1857년 미국 테네시주의 한 가난한 집안에서 바너드가 태어났다. 태어날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학교도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가 학교에 다닌 기간은 불과 2달. 사실상 그는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대부분의 기초 교육을 어머니에게서 받았다.
 

자너드와 캄프


의지의 천문학자 바너드

바너드는 가정 형편 때문에 9살의 나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때 바너드를 천문학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사진관 동료다. 바너드의 동료는 그에게 망원경을 선물했다. 그 망원경은 거리에서 구한 깨진 작은 렌즈를 마분지로 만든 경통에 끼운 소형 굴절망원경이었다. 바너드는 이 망원경으로 별을 봤지만 지식이 거의 없었던 탓에 그 별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천체에 대한 바너드의 열정은 대단했고 곁에서 지켜보던 동료는 그에게 천문학 책을 구해줬다. 바너드는 그 책을 통해 밤하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1876년의 일로 그의 나이 19세가 되던 때였다.

본격적으로 하늘에 흥미를 느낀 바너드는 큰 결심을 했다. 자신의 연봉 중 3분의 2를 털어 제대로 된 5인치 굴절망원경을 구입한 것이다. 이 망원경의 가격은 380달러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값비싼 물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천문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밴더빌트대에 입학했다.

그가 망원경으로 별을 본지 11년이 지난 1887년 바너드는 대학을 졸업했다. 같은해 그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미국 천문학회 회장 시몬 뉴컴을 우연히 만난 것이다. 뉴컴은 한 눈에 바너드의 열정을 알아봤다. 그는 바너드를 릭천문대의 조수로 채용했으며 기초적인 수학 지식과 혜성 탐색 방법을 전수했다. 그렇게 대천문학자 바너드가 탄생했다.

일찍부터 사진에 눈을 떴던 바너드는 사진 기술을 천문학에 접목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1892년 말 그는 목성의 제5 위성을 발견해 명성을 얻었다. 또한 특별한 의도 없이 천체 사진을 찍던 이전의 천문학자와 달리 바너드는 은하수의 영역만 체계적으로 촬영했다. 그는 1895년 시카고대 천문학과 교수가 됐고, 여키즈천문대 연구원을 겸임하면서 천문학 연구에 평생을 몸담았다.

바너드는 구상성단과 신성 사진을 찍었고, 1901년 수마트라섬의 개기일식 관측에 참가해 천체사진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1919년에는 그동안 찍은 은하수 사진을 집대성해 182개의 암흑성운 목록을 작성했으며 평생 동안 16개의 혜성을 발견했다.

1916년 여키즈천문대의 바너드는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자기 이름이 붙은 별, ‘바너드 별’(Barnard's Star)을 발견한 것이다. 여름철 땅꾼자리 아래쪽에 위치한 별로 매우 어두워 추정된 밝기는 11등급에 불과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별은 1년에 10.3″나 움직이고 있었다. 이는 90년 동안 달 지름의 절반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1898년 캅테인의 별이 발견된 이래 18년 만에 고유운동이 더 큰 별이었다. 바너드 별이 발견된 지 약 100년이 지났지만 오늘날까지 이 별은 고유운동이 가장 큰 별로 알려져 있다.

바너드 별은 지구에서 5.9광년 떨어져 있다. 태양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알파 센타우리에 이어 두번째로 가까운 별이다. 9.5등성의 이 별은 붉은 빛을 띠는 매우 작은 적색왜성으로 밀도가 태양의 40배, 표면온도는 3200K다.
 

항성의 고유운동^항성들이 오랜 세월 동안 자기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는 현상을 고유운동이라 한다. 천구상의 움직임은 지구에서 가까운 별(a)일수록 크다. 바너드 별의 고유운동이 큰 이유는 지구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바너드 별뒤에 숨은 동반성은?

별의 고유운동을 연구한 또 다른 그룹이 있다. 스프로울천문대 대장 피터 캄프가 지휘한 연구팀이다. 캄프가 고유운동을 연구한 이유는 태양계 외부에 있는 다른 항성의 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항성들은 워낙 멀리 있어서 직접 행성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행성을 거느린 항성의 고유운동은 미세하게 흔들림이 있으므로 고유운동을 연구하면 행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런 연구를 통해 항성과 행성의 중간 단계 정도로 보이는 천체들을 몇 개 발견했다. 이런 천체들은 보통 목성의 수배 크기로 추정됐다.

캄프가 정한 첫 표적은 바너드 별이다. 그는 1938년부터 61cm 망원경을 사용해 609일 동안 2413장에 달하는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1956년 바너드 별의 고유운동에 작은 흔들림을 발견했다. 6년 동안 추가 관측을 한 캄프는 1963년 바너드 별이 24년을 주기로 진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바너드 별 주위로 24년을 주기로 공전하는 또 다른 별이 있음을 의미했다.

그는 1968년 이 동반성의 질량이 목성의 1.8배이며 주기 25년, 궤도이심률이 0.75인 다소 기다란 타원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목성의 1.8배라면 항성이라기보다 행성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캄프는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바너드 별이 흔들리는 것은 하나의 행성이 아닌 두 개의 행성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목성 크기의 1.1배와 0.8배가 되는 두 행성이 원 궤도를 움직이고 있어도 비슷한 흔들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아직까지 입증된 바는 없다.

불우했던 소년시절을 이겨내고 대천문학자로 성장한 바너드의 일생 자체는 한 편의 영화다.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 바너드 별은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먼 훗날 우리가 그 별로 직접 가봤을 때 과연 그 별 주위에는 몇 개의 행성이 돌고 있을까 궁금하다.
 

은하수 속의 여러 암흑성운들. 바너드는 은하수의 암흑성운을 관측한 뒤 '바너드 암흑성운 목록'을 만들었다.이 목록의 성운들은 B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다.


동반성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쌍성 가운데 밝게 보이는 별은 주성, 가볍고 어두운 별은 동반성이라 불린다. 1834년 베셀은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동반성을 가지고 있음을 고유운동으로 밝혀냈다.

궤도이심률

천체의 궤도가 원이 아닌 타원형으로 찌그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긴 반지름-짧은 반지름)/긴 반지름’으로 구한다. 명왕성의 궤도이심률이 0.248로 행성 가운데 가장 크며 지구의 궤도이심률은 0.017이다.
 

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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