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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여기저기 발톱으로 긁어놓는 고양이 어떡하죠

반려동물 고민 상담소

 

고양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집의 이곳저곳을 긁는 행동이죠. 최근 저를 찾아오신 분은 직업이 화가였는데요. 같이 사는 고양이가 그림을 그려놓은 캔버스를 긁어버려서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많이 놀아주지 않아서 심술이 난 건지,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주인의 행동을 따라한 것인지, 원인을 알지 못해 답답해 했습 니다.

 

 

사냥용 발톱 관리와 근육 운동


고양이들의 ‘긁기 행동(Scratching behavior)’은 아주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고양이는 발톱으로 여기저기를 긁으면서 몸단장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고양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행동이죠.

 

하지만 대다수의 주인은 고양이가 원하지 않는 곳을 긁게 되면 문제행동이라고 인식합니다. 주인이 사다 준 ‘스크래처(고양이가 발톱을 긁을 수 있는 용품)’를 긁으면 ‘착하다’고 칭찬하죠. 하지만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어디든 긁어서 발톱 관리를 했을 뿐인데, ‘어디’인지에 따라 주인에게 칭찬을 받기도 하고 혼나기도 하니,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긁기 행동에는 여러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발톱관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양이의 발톱은 자라나면서 양파껍질처럼 층층이 벗겨집니다. 발톱의 가장 바깥 층이 벗겨지고 나면, 아래층의 더 건강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나게 됩니다. 고양이에게 이 단단한 발톱은 쥐를 잡는 사냥도구이자, 생존에 필수적인 수단인 셈이죠. 매일매일 사냥도구를 잘 관리해야 성공적으로 사냥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곳을 긁으면서 발톱을 날카롭게 유지합니다.

 

번째 목적은 근육운동입니다. 사냥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무기, 즉 날카로운 발톱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졌다 한들, 쥐보다 느려서는 사냥에 성공할 수 없겠죠. 그래서 잘 뛸 수 있는 튼튼한 근육과 다리 힘이 있어야 합니다. 고양이들이 긁는 모습을 보면, 다리를 쭉쭉 펴서 주요한 근육들을 다 사용합니다. 발톱을 다듬는 동시에 근육운동을 하는 겁니다.

 

긁어서 영역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흔히 영역표시라고 하면 소변을 뿌리는 행동을 생각하는데요. 누군가 소변을 닦거나 비가 씻어버리거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 냄새가 희미해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톱으로 긁어 놓는다면 아주 오래가는 시각적인 영역표시가 되는 셈입니다. 또 긁을 때마다 발가락 사이에서 페로몬이 나오는데, 이를 ‘합성지간페로몬’이라고 합니다. 시각적인 영역표시를 하는 동시에 합성지간페로몬으로 후각적인 영역표시도 하게 됩니다.

 

한편 긁기 행동은 불안감의 표시일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민감한 동물입니다. 뭔가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함을 느낄 때도 긁는 행동을 하곤 합니다. 이때는 정상적인 긁기 행동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발톱관리를 위해 긁을 때는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 천천히 긁는 행동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는데요. 불안할 때는 짧고 빠르게 물건을 뜯는 듯 긁는 행동을 합니다.

 

스크래처에 페로몬 옮기고, 6개월 마다 교체


정상적인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고양이가 가구나 커튼을 긁는데 이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스크래처만 긁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재질의 물건을 주로 긁는지 관찰한 뒤, 그 재질과 동일한 스크래처를 준비합니다. 고양이가 충분히 다리를 쭉 뻗어서 운동할 수 있을 만큼 큰 스크래처면 더욱 좋습니다. 유사한 재질의 스크래처를 주로 긁던 물건 바로 옆에 두고, 깨끗한 수건으로 원래 긁던 물건을 닦은 뒤에 새로운 스크래처에 냄새를 옮깁니다. 긁던 물건에 페로몬이 묻어있어, 고양이가 습관적으로 그 물건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스크래처를 긁기 시작하면, 원래 긁던 물건에 양면테이프, 알루미늄 호일 등을 붙이거나 레몬즙을 발라서 고양이가 싫어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스크래처에 적응을 한 뒤에는 원하는 장소로 하루에 1cm 정도씩 옮겨주는 겁니다.


이게 끝은 아닙니다. 스크래처를 정기적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새로운 스크래처를 낡은 스크래처 옆에 나란히 뒀다가, 새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때 낡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긁는 행동이 과하다고 판단될 때는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합니다. 동거묘와 사이가 안 좋거나, 뭔가 주변 환경이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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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선아 수의사(미국 UC데이비스 수의과대 동물행동의학과 전문의과정)
  • 에디터

    최지원
  • 기타

    [일러스트]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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