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응원에서는 새벽잠이 제일 관건이에요.”
최근 TV 광고에서 노란 체육복 차림의 영화배우 문근영은 ‘하나 둘 짝짝짝, 둘둘 짝짝짝’ 구령에 맞춰 ‘국민체조’를 선보이며 졸음을 쫓아낸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은 태극전사의 경기를 보기 위해 밤을 새야 하는 날이 많기 때문이다. 첫 경기인 토고전이 밤 10시인 것을 빼고는 스위스와 프랑스전이 모두 새벽 4시에 시작한다. 졸음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달밤의 체조’ 효과 있어요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는 “문근영식 체조가 잠 깨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체조가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면 심장 박동수가 증가한다. 이때 심장에서 뿜어내는 혈액의 양이 증가해 혈액순환량이 많아진다. 따라서 뇌 기능이 활발해지면서 졸음이 달아난다. 졸릴 때 커피를 마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커피에 있는 카페인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뇌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졸음을 깨우는 체조에는 특히 ‘정적 수축’이 많다. 정적 수축은 근육의 길이는 변하지 않지만 근육에 힘이 들어가 단단해지는 현상이다. 문근영이 ‘국민체조’에서 두 팔을 옆으로 뻗는 동작도 정적 수축에 속한다. 반대로 동적 수축은 자극을 강하게 줘서 근육을 늘이거나 줄인다. 윤성원 박사는 “정적 수축이 혈액순환량을 증가시키는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윤성원 박사는 2004년 운전자의 졸음을 쫓는 정적 수축 체조 동작 10가지를 개발했다. 이 체조는 운전석에서 할 수 있는 동작 5가지와 차에서 내려 전신을 움직이는 동작 5가지로 나뉜다.
그렇다면 붉은악마를 위한 졸음 극복 체조는 없을까. 윤성원 박사는 경기 시간이 새벽이고, 주로 집에서 앉은 자세로 경기를 본다는 점을 고려해 ‘달밤의 체조’ 세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바닥에 누워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켠다. 이 동작은 같은 자세로 장시간 응원하면서 생긴 온 몸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좋다.
손으로 의자를 잡고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뺀다. 이때 다리를 쭉 펴는 것이 중요하다. 앉아서 경기를 보면 허리와 엉덩이의 근육이 뭉치기 쉽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서 손을 의자 밑으로 멀리 뻗는다. 이 동작 역시 허리와 엉덩이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달밤의 체조’는 선수 교체나 하프타임 등 경기 막간을 이용해 5분 정도 하는 것이 좋다.
생체시계 조절하세요
체조로 잠을 깨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생체시계’를 활용하자. ‘일주기성 리듬’(circadian rhythm)을 조절해 새벽 4시를 기상 시간으로 맞추면 된다.
밤이 되면 졸리고 아침이 되면 깨는 것은 생체시계가 우리 몸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주기성 리듬은 하루 동안 맥박, 혈압, 체온, 혈구 수 등을 조절하며 주기를 24시간으로 맞춘다. 갓난아기가 수시로 자고 일어나는 것은 일주기성 리듬이 형성되지 않아서다.
그런데 원래 우리 몸은 하루를 24시간이 아니라 24~26시간으로 인식한다. 시간을 전혀 알 수 없는 무인도에서 일주기성 리듬만 따라서 생활하면 하루가 1~2시간씩(평균 90분) 많아진다. 생체시계가 정확히 24시간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시차적응이 가능하다.
국민대 체육학부 이대택 교수는 “시차적응을 이용해 생체시계를 앞으로 당기면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응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론상 시차극복에 필요한 시간은 1시간당 하루다. 평소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4시에 일어나려면 3일 동안 매일 1시간씩 기상 시간을 당기면 된다.
대신 1시간씩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은 필수다. 밤 12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밤 11시~아침 6시, 밤 10시~새벽 5시, 밤 9시~새벽 4시 순으로 생체시계를 조절할 수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셈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다시 생체시계를 뒤로 미룬다. 일주기성 리듬의 특성상 하루에 1시간 30분씩 늦출 수 있다. 생체시계를 3일 당긴 사람은 이틀이면 충분히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이대택 교수는 생체시계를 쉽게 조절하는 노하우도 알려줬다. 자는 동안에는 모든 불빛을 철저히 차단하고, 저녁 식사로 탄수화물을 풍부히 섭취하는 것. 빛은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몸을 사실상 깨어있는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한다. 반면 탄수화물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쉽게 잠들도록 한다.
‘올빼미족’은 어떻게 할까. 새벽 3~4시에 자는 사람은 생체시계를 아예 뒤로 미루자. 이대택 교수는 “밤에 운동을 하면 생체시계를 뒤로 미루는데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체조보다는 강도가 높은 댄스가 적당하다. 영화배우 김수로가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꼭짓점 댄스’를 추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응원하고나면 꿀물 드세요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할 때는 몰랐는데 경기가 끝나면 피로가 몰려온다. 체육과학연구원 김영수 박사는 이런 경우 “꿀물을 한잔 마시라”고 권한다. 꿀물이 피로회복에 좋기 때문이다.
꿀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구조다. 구조로만 보면 설탕과 동일하다. 그런데 꿀의 70% 가량은 포도당과 과당이 분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설탕물보다 꿀물을 마시면 포도당과 과당이 분리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몸에 빨리 흡수된다.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손을 흔들며 과격하게 응원할 때 우리 몸은 간이나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글리코겐은 포도당이 덩어리로 뭉쳐 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글리코겐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것을 막으면 고갈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오렌지주스에는 글리코겐의 분해를 막는 구연산이 많이 들어있다. 과당과 비타민도 들어있어 에너지를 축적하고 피로를 회복하는데도 좋다. 김영수 박사는 “운동선수들에게도 오렌지주스를 권한다”며 “한번에 200~250ml 하루에 세번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승리의 희열도 느끼고 건강도 지키는 지혜로운 붉은악마가 돼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