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중 어떤 종류가 가장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을까. 현재까지 환경보호론자들은 1위를 조류로 지목했다. 그러나 포유류가 조류에 비해 훨씬 더 위기에 처해있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10월 초 워싱턴에서 열린 생물보호 관련 회의에서 세계보존연합(IUCN) 생물종 프로그램의 한 담당자는 “조류의 11%가 위험에 처한데 비해 포유류는 25%에 달한다”고 말하면서 “코뿔소나 코끼리처럼 위기에 처했다고 잘 알려진 동물 외에도 쥐나 박쥐, 캥거루 등 수백 종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전까지의 데이터는 주로 과학자 개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제각기 제시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데이터는 전세계 수천명의 과학자들의 연구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에 대해 정량적으로 정확한 통계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조류를 우선적으로 생각했을까. 멸종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 서식지에 얼마나 많은 개체가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환경 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됐다고 가정하자. 조류는 빠른 시간 내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포유류는 조류보다 훨씬 늦게 이동한다. 이때 사람들은 ‘이동’ 한 수를 ‘멸종’ 한 수로 착각해 조류를 1순위로 인식하기 쉽다. 더욱이 많은 환경보호론자들이 조류학자인 만큼 아무래도 포유류보다 조류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통계에 따르면 포유류 중 가장 위험한 종류는 원숭이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46%)였으며, 조류에서는 두루미류(25%)였다. 이외에도 통계에는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 그동안 잘 다루지 않았던 것이 포함돼 있다. 특히 백상어나 30여종류의 해마가 리스트로 작성돼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