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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되려면

3.5km를 20분 안에 달리고 智德體 갖춰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을 찾습니다! 직접 가보기 전엔 우주는 그저 상상이지만 당신에겐 더 이상 우주는 상상이 아닙니다!”
 

드디어 한국인이 우주를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처음 열렸다. 지난 4월 21일 과학의 날부터 한국 최초의 우주인 모집이 공식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인을 선발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홈페이지(www.woojuro.or.kr)에서 인터넷으로 7월 14일까지 지원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또 지난 4월 19일에는 항우연과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한국 우주인을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호에 탑승시키기로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4단계의 선발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한다. 2명의 우주인 후보는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15개월간 훈련을 받고 그중 1명이 2년쯤 뒤 소유즈 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갈 예정이다. 우주비행기간은 총 10일.

우주인은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4단계 선발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4월 19일 항우연과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탑승에 대한 기본계약을 체결하는 장면.


맹장 수술 OK, 가슴 성형은 글쎄?


먼저 신체는 러시아의 소유즈 호를 탈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즉 키 150~190cm(앉은 키 80~99cm), 몸무게 50~95kg에 발 크기가 29.5cm 이하인 사람이 지원할 수 있다. 시력은 맨눈 상태에서 0.1, 교정 상태에서 1.0 이상(굴절률은 ±6디옵터 이내)이어야 한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가 없는 비상사태에 적절하게 대처하려면 맨눈 시력이 중요하다. 또 혈압은 수축기에 90~140mmHg, 이완기에 60~90mmHg 사이여야 한다.


맹장 수술을 한 적이 있으면 어떨까. 맹장 수술, 편도선 수술 등 합병증이 없는 가벼운 수술을 받은 사람은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선발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장, 폐, 척추 등 중요 부위에 수술을 받은 사람은 안 된다. ‘G 테스트’라는 중력 훈련을 받는 동안 척추, 목이나 허리에 힘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전투기 조종사가 급격한 기동을 할 때 자기 몸무게보다 9배나 큰 힘을 받는데 비하면 소유즈 호를 타는 우주인은 이보다 적은 힘을 받는다. 최기혁 항우연 우주인사업단장은 “소유즈 호를 타고 우주로 가거나 다시 지구로 돌아올 때 가슴 방향으로 자기 몸무게보다 최고 8배, 머리나 발 방향으로 최고 5배 큰 힘이 걸린다”고 말했다.


가슴 성형 수술을 한 여성은? 지난 3월 말 영국 일간지 ‘더 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민간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이 우주여행고객을 모집하면서 가슴 성형 수술을 받은 여성의 등록을 거부했다. 이 회사의 대변인은 기압 차이로 가슴 성형에 쓰인 보형물이 터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물론 일각에서는 보형물이 실제 파열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여성 지원자 중에서 출산한 사람은? 접수 마감일을 기준으로 해 아기를 낳은 지 6개월이 지난 경우에는 지원할 수 있다. 건강한 여성은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선발과정 중 첫 단계는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진행된다. 지원자의 기초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3.5km 단축마라톤을 실시한다는 사실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점이다. 미군에서 하는 2마일(3.2km) 달리기 체력 테스트와 비슷한 것이다. 최 단장은 “3.5km를 20분 안에 달리면 된다”며 “육상연맹에 따르면 이 기준은 건강한 성인 남녀가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지원자가 너무 많으면 단축마라톤이 힘들지 않을까. 항우연은 적당히 인원을 분산해 기초체력 평가를 6개 장소에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08년 4월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방문할 국제우주정거장(ISS) 상상도. 한국 우주인이 탑승할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오른쪽 끝)가 도킹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무중력과 진공의 차이는 알아야


기초체력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은 영어와 상식에 대한 필기시험을 치른다. 영어 시험은 TEPS 형식이고, 상식 시험은 전반적인 기초 소양을 점검하는 것으로 과학, 수학, 국어, 국사, 국민윤리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우주인사업단은 공군사관학교 교수, 대학 교수, 과학고 교사 등 10명의 위원을 선정해 수백개의 문제를 만들고 이 중에서 50문제를 뽑아 2시간 정도에 풀 수 있는 시험으로 계획하고 있다. 주관식 문제도 5개 가량 포함시킬 예정이다.


상식 시험의 난이도는 어떨까. 최 단장은 “고등학교 수준으로 예상하지만 지원자가 1만명이 넘으면 난이도를 높일 수 있다”며 “고등학교 3학년에서 대학교 1학년 정도의 난이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문제가 출제될까. 최 단장은 “우주인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왜 지구 궤도에서는 무중력이 되는지, 무중력과 진공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사성을 고려해 독도나 고구려 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서류평가에서는 지원동기, 경력 등을 고려한다. 이 또한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최 단장은 “우주인 선발에 지원한 동기가 꽤 중요하다”며 “힘든 훈련을 할 때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나 사명감이 없으면 훈련과정을 극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우주복을 입은 러시아의 세르게이 크리칼레프, 미국의 윌리엄 세퍼드, 러시아의 유리 기덴코(왼쪽부터). 한국 우주인은 여러 국가의 우주인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멀미 이기고 고립실에서 견뎌야

1차 선발을 거친 300명이 도전하는 2차 선발과정(8월 하순~9월 하순)에서는 극한 우주환경에서 임무수행에 적합한 정신, 심리, 체력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한다.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어느 정도 보유했는지를 영어로 심층 면접하며 평가하게 된다.


30명으로 줄어든 후보들은 3차 선발과정(9월 하순~11월 중순)을 거친다. 이때는 24시간 심전도를 측정하고 뇌 영상을 촬영해 정밀 신체검사를 하고 우주멀미처럼 무중력의 우주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지 검사한다. 위기상황의 대처능력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10명의 후보가 치러야 하는 4차 선발과정(11월 중순~12월 중순)에는 고립실 같은 폐쇄공간 적응능력과 훈련기를 타고 고속비행 상황에서 견디는 정도를 평가하고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러시아 의료진에게 의학검사를 받는다. 심화된 1대1 면접과 행동 관찰을 통해 대중 친화력, 성격, 사회성 등을 심층적으로 평가한다. 결국 2명의 최종 후보가 탄생한다.


우주인 선발 국제기준에 따르면 군복무 중의 부정행위, 사기 경력, 알코올 중독 등이 있는 후보자는 불합격 처리된다. 또 한국 우주인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여러 국가의 우주인을 만날 것이기 때문에 우주비행팀의 일원으로서 다양한 문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최 단장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智德體의 3박자를 갖춰야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우주인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과학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한국 우주인 단계별 선발과정
 

200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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