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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달콤한 건강 가꾸기

과일로 만든 간편 처방전

지난 한달 내내 우리를 괴롭히던 황사가 한풀 꺾이고,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우리 몸은 흙먼지에 찌들었던 기억과 스트레스를 잊고 활력을 되찾고 싶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봄철엔 비타민이 많이 필요하다. 건강도 회복하고 기분도 전환하고 싶은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의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과일 먹기를 권한다. 때마침 5월은 딸기나 참외, 토마토 등 제철 맞은 과일들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계절이다. 수박도 곧 출하된다. 과일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과일 처방전’을 받아보자.

암 예방하는 과일 처방 - 토마토, 포도, 블루베리, 복분자, 유자

과일에 들어있는 유기물이나 미네랄 성분 가운데는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들이 많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암연구학회’(AACR) 연례회의에서는 과일을 이용한 암 예방 방법이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경향은 과일 섭취가 암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늘어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토마토와 특히 수박에 많은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lycopene)은 세포 내의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암을 막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해 3월 캐나다 오타와대, 몬트리올대 공동 연구팀은 라이코펜이 전립선암과 유방암을 비롯해 췌장암 발생 위험을 최대 31%까지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영양학 저널’에 발표했다.

베타카로틴(β-carotene)과 구조가 비슷한 라이코펜은 열에 강해 요리해도 잘 파괴되지 않고, 오히려 흡수가 잘 된다.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토마토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칼로리도 낮아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건강식품’에 꼽혔다. ‘일석삼조’ 식품인 셈이다.

포도, 블루베리, 복분자 등에 들어있는 보라색의 안토시아닌 색소도 항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장병을 예방해준다. 포도주에 많은 레스베라톨(resveratol) 성분도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심장병을 막는 효과가 있다.

유자도 항암 효과가 좋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황인경 교수는 지난 2003년 ‘과일과 채소의 생리활성작용 국제심포지엄’에서 “말린 유자가루를 전립선암에 걸린 쥐에 먹이자 암세포 성장이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유자 껍질에 많은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01 바나나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안토크산틴을 갖고 있다. 칼륨과 섬유질이 풍부해 변비에도 좋다. 02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은 항암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먹을 때는 익혀서 먹는 편이 더 좋다. 03 배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소화를 도와주며, 천식과 기관지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고뿔 잡아먹는 과일 - 복숭아, 바나나, 배, 모과, 매실, 귤

최근 전국을 누렇게 뒤덮은 황사 때문에 목감기, 코감기 환자가 부쩍 늘었다. 증세가 약하다면 약 대신 과일로 감기를 다스려보는 건 어떨까. 복숭아나 바나나, 배가 흰색이나 옅은 노란색을 띠게 만드는 색소인 안토크산틴(anthoxanthin)은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 저항력을 키워 면역력을 높여주고 유해물질을 방출하는 효과가 있다.

모과에 들어있는 유기산과 올리고당 성분은 목에 좋다. 특히 기침이 심할 때 효과가 있다. 편도선염에 걸렸다면 매실즙을 마셔보자. 매실은 열을 내리고 부은 목을 가라앉혀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지난해 10월 일본 소화기학회에서는 매실이 위궤양,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규명됐다. 모과, 매실, 귤은 모두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비타민 C는 감염에 대한 신체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감기 예방은 물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충북 영통의 한 과수원에서 농민들이 감을 따고 있는 모습. 감은 비타민 C와 비타민 P가 풍부해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대표적인 과일이다.


성인병 막는 과일은 자주 먹어야 - 살구, 감, 레몬, 오렌지, 사과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임상영양학지’에 실린 미네소타대 스테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과일과 채소 먹는 양을 계속 늘리면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최대 36%까지 감소했다.

‘고혈압 전문 해결사’로 인정받는 과일이 바로 살구다. 서울여대 식품영양학과 이미숙 교수는 논문에서 “살구는 칼륨 함량이 높아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해 준다”고 소개했다.

감, 유자, 레몬에 많은 헤스페리딘(hesperidin)은 우리가 비타민 P로 알고 있는 물질이다. 헤스페리딘은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이 결합하는 것을 억제해 피 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고 피부가 늙는 것을 막아준다. 일본 에자키글리코사의 연구에 따르면 헤스페리딘은 류머티즘 증세와 냉증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은 뼈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지난해 10월 ‘미국임상의학지’에 발표된 캐나다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과일을 많이 먹는 청소년일수록 골밀도가 높았다. 골밀도가 높으면 중년 이후 자주 발생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사과는 과일 중에서 ‘만병통치약’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인정받는다. 사과를 꾸준히 먹으면 알츠하이머병, 기억력 감퇴, 심장병, 결장암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지난 1월 미국 로웰대 시어 교수는 “사과의 항산화물질이 알츠하이머병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원 라울 박사팀은 2004년 사과의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결과를 내놨고, 일본체대 나카지마 교수팀은 같은 해 사과의 폴리페놀이 내장 지방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사과는 키위와 함께 변비에도 제일 좋은 과일로 꼽힌다. 영국 속담엔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늘이라도 집으로 가는 길에 과일 가게에 들러 원하는 ‘과일 처방전’을 한 봉지 사는 건 어떨까.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이나 영양제보다 훨씬 더 새콤달콤한 건강법이 옆에 있다.
 

200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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