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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거미씨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거미 탐사

동아일보 동아문화센터와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최하고 LG가 후원한 중·고교 과학교사를 위한 ‘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지난 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렸다. 이번 26번째 탐사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2박 3일간 이뤄진 탐사를 통해 경기도 지역의 중·고교 교사들은 거미의 신비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람에게 해는 끼치지 않고 이로운 점만 있다는 ‘친절한 거미씨’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매력을 느껴본 시간이었다.

“베 짜는 여인 아라크네는 자신이 여신 아테네보다 솜씨가 더 좋다고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이런 아라크네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아테네와 대결을 펼친 아라크네는 결국 아테네의 미움을 받고 거미가 됐죠. 이 신화의 아라크네가 바로 거미를 뜻하는 말이 됐습니다.”

거미에 대한 신화로 말문을 연 김주필 박사의 거미 강연이 시작됐다. 강연을 하고 있는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의 이름도 바로 거미를 지칭하는 아라크네(Arachne)와 천국을 뜻하는 유토피아(Utopia)를 합쳐 만든 것으로 ‘거미천국’인 셈이다.
 

브라질리안 자이언트. 화이트니라고도 한다. 최대 20cm까지 큰다.


탐사기간

1월 11일(수)~13일(금)

참가교사(가나다순)

강순봉(함현고), 고은미(서남서중), 김연아(용인중), 박재경(여주중), 박종분(김포고), 소진복(신장중), 송인화(효원고), 양철훈(평촌고), 이동좌(와부중), 전영호(경기교육청), 정영호(소래고), 현승의(이천고), 황성환(수성고)

지도교수·인솔진행자

김주필(주필거미연구소 소장, 동국대 생물학과 교수), 목영근(주필거미박물관 관리과장), 장민철(동아문화센터 인솔진행자)

“거미는 해충을 잡아먹고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해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거미의 독은 치매치료제로 연구되고 있죠.” 김 박사의 거미에 대한 찬사는 이어졌다. 거미에 대한 강연을 들은 뒤 세계와 한국 거미 표본 40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주필거미박물관 제1전시관으로 향했다. 다양한 거미의 종류에 입이 떡 벌어졌다. 김 박사가 30년 넘게 거미 연구를 하면서 모아온 것들이다.
 

손바닥 위를 기고 있는 로즈헤어. 예상 외로 순한 거미다.


독은 있지만 해는 없다

김 박사가 최초로 발견해 학명을 붙인 한국땅거미(Atypus coreanus Kim), 바퀴벌레의 천적으로 주방에서도 볼 수 있는 농발거미(Heteropoda venatoria), 거미줄을 치지 않고 40~50㎝를 뛰어 올라 해충을 잡는 깡충거미(Salticidae), 거미줄의 강도가 높아 방탄조끼의 재료나 의학용으로 이용하는 무당거미(Nephila clavata), 자식 사랑이 특별해 애벌레를 꼬리에 업고 다니는 늑대거미(Lycosidae) 등 거미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을 들으며 교사들은 메모도 하고 사진도 찍었다.

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은 바로 검은과부거미(Latrodectus mactans). 엄지 손톱만한 검은과부거미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독이 강해 물리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김 박사는 독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험해 보려고 일부러 물려 봤는데, 며칠 동안 독감에 걸린 듯 앓았지만 오히려 이후에는 면역이 생겨 벌에 쏘여도 붓지 않았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모든 거미는 독이 있습니다. 이런 독 때문에 사람들이 거미를 무서워하죠. 하지만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독거미는 전체 거미 중 극히 일부분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는 이런 독거미가 없습니다.”

그는 “거미가 무섭고 징그럽다는 선입견을 버리면 그 유용성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살아 있는 거미를 만날 시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거미사육장으로 들어섰다.

친절한 거미씨를 느껴 보다

사람에게 무해하다는 설명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거미들이 기어 다니는 사육장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된 의성어를 쏟아냈다.

목영근 관리과장은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웃으며 “손가락으로 거미를 가리키지만 않으면 괜찮다. 손가락이나 뾰족한 물체를 들이대면 공격하는 줄 알고 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육통 안의 거미 한 마리를 끄집어냈다. 목 과장의 손바닥 위에 올라앉은 분홍털이 보송보송한 거미는 ‘로즈헤어’란다. 용기 있는 몇몇 교사부터 손바닥에 거미를 올려봤다.

가장 먼저 거미를 손바닥에 올린 함현고 강순봉 교사는 예상 외로 가볍고 순하고 아름답다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다른 사육통 안의 거미들도 한 마리씩 선을 보였다. 무서워하던 교사들도 손바닥 위를 살포시 기는 거미를 보며 이내 즐거워했다.

목 과장은 거미는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타란툴라라는 거미가 인기가 높다. 크고 색도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있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 여기 있는 거미 중 가장 비싼 핑크풋골리앗은 한마리에 55만원까지 한다”고 말했다.

거미를 직접 만져보며 거미가 살고 있는 환경과 거미가 어떻게 공격하고, 어떤 먹이를 먹는지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나니 거미가 한층 친숙하게 다가왔다.

거미에 대한 교육 외에도 다양한 곤충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주변의 수종사에 들러 차도 마시는 등 거미와 자연에 흠뻑 취해 2박 3일을 보냈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교사들은 이번 탐사에 대해 “짧은 일정이었지만 거미에 대한 선입견은 완전히 벗을 수 있었다”며 입을 모았다.

성남서중 고은미 교사는 “거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실제로 거미를 만져 보고 나니 거미에 대한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도 거미가 무섭지 않다고 꼭 이야기해 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거미 표본 4000여 점을 전시해 놓은 주필거미 박물관.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주필거미박물관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28번지일대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과 수목원 내의 주필거미박물관은 학생들이 직접 생물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주필거미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거미박물관으로 김주필 거미 박사가 전세계를 누비며 모은 자료를 모아 뒀다.

아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과 주필거미박물관에서는 거미표본 4000여 점과 한국 야생화 2000여 점, 수목 1000여 점 등 거미와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있다.
 

주필거미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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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 현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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