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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서 빙글빙글 초대형 바람개비

가스, 먼지 그리고 1조개 별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개비, 누구나 한번쯤 색종이로 만들어 골목을 달리던 추억이 있다. 우주에는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우리은하 같은 나선은하다.

바람개비를 빙그르르 돌릴 만한 바람이 살랑대는 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봄을 앞둔 지난 2월 28일 바람개비를 닮은 나선은하 M101의 허블우주망원경 사진을 공개했다. 여태까지 발표된 허블우주망원경 사진 가운데 나선은하의 진면목을 가장 세밀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한다.

이 나선은하는 빛으로 가로질러도 17만년이나 걸릴 정도로 거대한 은하다. 지름이 우리은하보다 거의 2배나 크다. 중심에서 뻗어 나온 여러 개의 나선팔이 영락없이 바람개비 모양이다. 큰곰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M101은 ‘초대형 바람개비’라 할 만하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큰곰자리의 주인공은 ‘바람둥이 신’ 제우스의 애인인 칼리스토가 변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메리카 인디언은 큰곰자리를 다른 전설로 기억하고 있다.

곰 한 마리가 해가 진 뒤 칠흑같이 어두워진 숲 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할 수 없이 곰은 그 숲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했는데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커다란 나무가 무서운 소리를 내며 곰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이 나무는 ‘숲의 대왕’이었다(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걸어 다니는 나무 정령과 비슷하다). 곰이 자기 숲에 침범한 것에 몹시 화가 났던 모양이다. 숲의 대왕은 긴 가지를 팔처럼 뻗어 곰의 꼬리를 잡더니 빙빙 돌리다가 하늘로 냅다 내던졌다. 곰은 밤하늘의 별자리가 됐다.

숲의 대왕이 얼마나 힘껏 던졌는지 큰곰자리는 지금도 북쪽하늘을 빙글빙글 돌고 있다고 한다. 큰곰자리에 바람개비처럼 빙그르르 도는 거대 나선은하 M101이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바람개비 은하 M101에는 적어도 1조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들 가운데 태양과 비슷한 별이 대략 1000억개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은하의 나선팔에는 별의 재료가 되는 수소가스와 먼지가 많고 실제로 군데군데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나선팔을 따라 파랗게 빛나는 별들이 갓 태어나 뜨거운 별들이다.

M101은 지구에서 2500만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M101은 2500만년 전에 그 은하에서 출발한 빛이 빚어낸 모습이다. 지금으로부터 2500만년 전에는 지구에 코끼리의 조상인 ‘마스토돈’이란 포유류가 처음 나타났다. 혹시 숲의 대왕이 곰뿐 아니라 마스토돈도 집어던져 M101이 빙글빙글 돌게 된 것은 아닐까.

4월 5일 식목일에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다. 숲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는 숲의 대왕에게 들켜 깜깜한 우주로 던져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 말이다.
 

초대형 바람개비 은하 M101. 1994년 3월, 1994년 9월, 1999년 6월, 2002년 11월, 2003년 1월 허브망원경으로 각각 찍은 사진 51장을 모아 하나로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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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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