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이나 콘택즈렌즈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눈의 굴절이상자에게 새로운 활로가 뚫리고···
눈의 굴절이상, 즉 근시 원시 및 난시는 안구의 축이나 눈의 맨 앞부분인 각막의 만곡도(彎曲度, 굽은 정도)가 정상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이런 '비정상'은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교정이 가능하나 심한 근시거나 원시인 경우에는 교정에 애를 먹게 된다. 게다가 안경을 잘못 착용하면 물체가 너무 작게 또는 크게 보이거나 휘어보일 수 있다. 콘택트렌즈를 낄 경우에는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콘택트렌즈를 조금만 잘못 착용해도 각막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그림 1, 2).
이러한 굴절이상을 수술로 교정해 보려는 시도는 1세기전부터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수술후 여러가지 합병증과 실명(失明) 초래의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수술방법이 개발되고 발전돼 온 것이다. 현재 근시교정수술로 널리 알려진 방사상 각막절개술(RK, Radial Keratotomy)은 굴절교정효과도 좋고 비교적 안전해 많이 시술되고 있다. 최근에는 엑사이머 레이저(excimer laser)를 이용한 광굴절각막절제술(PRK, Photorefractive Keratectomy)이 개발돼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시술되고 있어
최초로 근시교정수술을 시도한 사람은 비엔나의 안과의사인 푸칼라(1847~ 1911) 박사였다. 그는 -1OD(디옵터) 근시안을 가진 사람의 수정체를 적출, 정상시력을 되찾아 주고자 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특히 안구의 확장이나 신체적 운동을 통해 쉽게 망막이 박리됨으로써 오히려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적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곧이어 또 다른 수술법이 소개됐다. 굴절이상으로 점점 커지는 안구축의 주위를 묶어 안구를 고정시키는 방법이 제안된 것이다. 이는 동물의 힘줄이나 실리콘 밴드 같은 인공재료를 사용, 안구전체를 묶는 방법이었다. 또 안구의 바깥층인 공막을 일부 잘라내고 봉합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수술법은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안구에 손상을 가져오기 십상이어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널리 시술되고 있는 방사상 각막절개술의 첫 시도는 1950년 일본인 사토교수의 집도로 이루어졌다. 그는 특별히 고안한 가늘고 뾰족한 작은 수술칼로 각막의 내면을 방사상으로 절개, 근시를 교정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수술은 각막내피의 손상을 가져왔다. 수술받은 환자들이 수년후 후유증으로 각막부종을 일으켜 시력을 상실함으로써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각막은 겉에서부터 상피 실질 데스메막 내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내피는 평생을 통해 재생이 불가능한 부위다. 따라서 사토교수는 결코 손상시켜서는 안되는 각막내피를 절개함으로써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결점을 보완해 1972년 소련의 안과의사인 표도로프박사는 각막외면의 피층을 방사상으로 절개, 각막내피세포의 손상이 거의 없이 근시를 교정했다. 그후 이 방사상 각막절개술은 미국으로 건너가 더욱 발전되게 되어 오늘날에는 대표적인 근시교정수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2년 필자가 국제안과학술대회에 참석, 방사상 각막절개술 강좌코스를 밟은 후 처음으로 이 수술을 실시했다. 현재까지 1천여명의 환자에게 시술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수술 초기에는 면도칼로 절개를 했으나 현재는 다이아몬드 칼이나 엑사이머 레이저를 이용해 수술을 한다.
방사상 각막절개술 외에도 여러가지 굴절교정수술이 개발돼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난시를 교정하기 위한 각막절제술은 각막의 일부를 쐐기모양으로 잘라낸 뒤 봉합하는 방법으로 현재는 각막이식술 후의 난시교정에 쓰이고 있다. 또 각막의 가열형성술은 문자 그대로 각막에 열을 가해 각막만곡도를 변형시킴으로써 난시를 교정하고 원추각막환자를 치료하는 수술방법이다. 그러나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밖의 굴절교정수술로는 EKP(Epikeratophakia)와 KM(Keratomileusis)이 있다. EKP와 KM은 모두 원하는 굴절력을 갖도록 사람의 각막실질을 깎아 렌즈같이 만든 뒤 각막의 표층이나 실질내에 이식, 원시나 근시를 교정하는 수술이다.
제2세대 수술
근시교정수술 중 가장 최신의 방법으로는 엑사이머 레이저를 이용한 각막절제술을 꼽고 있다. 이 수술은 환자의 눈의 굴절상태를 감안해 절제하고자 하는 각막표면을 레이저로 깎아내는 수술이다. 방사상 각막절개술이 근시교정수술의 1세대라고 하면 엑사이머 레이저를 사용한 각막절제술은 제2세대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근시를 교정해 주는 대표적인 수술방법인 방사상 각막절개술의 원리는 각막절개를 통해 각막의 만곡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시란 상이망막 앞에 맺히는 현상이다. 이것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다음 두가지가 꼽힌다. 첫째 해부학적으로 안구축이 길거나 둘째 각막이나 수정체의 만곡도가 커서 굴절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사상 각막절개술은 각막의 만곡도를 감소시키는데 주력한다. 동공을 제외한 각막에 다이아몬드 칼이나 엑사이머 레이저 칼로(근시의 정도에 따라 전체 각막 두께의 약 80~95% 깊이로) 8~16개의 방사상 절개를 해 각막을 평평하게 함으로써 굴절력을 약하게 하는 것이다 (그림 3).
이 수술의 대상으로는 나이가 20세 이상 40세 이하(평균 25세)인 사람이 적당하다. 특히 근시의 정도가 -3.0 디옵터에서 -6.0 디옵터 이하의 중등도 근시가 가장 이상적이다. 한눈이 지독한 근시인 양안부동시(兩眼不同視)인 경우에는 나쁜 한 눈을 시술, 두 눈의 근시 정도를 비슷하게 조정해 줄 수 있다.
방사상 각막절개술시 감소되는 굴절력은 평균 3.0~4.0 디옵터 (총 범위는 2.0~8.0 디옵터)다. 수술후 안경을 쓰지 않고도 시력이 0.5이상 되는 정상시력까지 교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주 얇은 도수의 안경을 착용해야만 정상 1.0 시력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의 눈의 굴절상태와 수술방법에 따라 근시교정효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방사상 각막절개술은 근시 뿐 아니라 난시의 교정도 가능하다(그림 4).
방사상 각막절개술을 시술받으려면 수술전에 필요한 제반 눈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눈병이 없고 과거 또는 현재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기만 하면 심한 불편을 느끼고 문제가 있어 본인 스스로가 수술을 원해야 한다. 수술은 점안마취하에서 실시되는데 수술현미경을 시종 사용한다. 수술시간은 10~20분 정도 소요되고 입원은 필요치 않다. 수술비용은 수술비 검사료 및 약값을 포함해 한쪽 눈에 90만원 정도 든다.
약간의 후유증도
수술 후 2~3일간은 다소 통증이 있고 불편하므로 안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그후에는 밖에 나갈 때 선글라스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수술후 대개 3~4개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된 시력을 유지하게 된다. 이 수술이 상공이냐 실패냐는 적어도 1년이 경과한 뒤에야 알 수 있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근시교정의 정도가 판정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진행성 근시의 재발 또는 반대로 가벼운 원시가 되는 예도 있다.
한 눈 수술 후 다른 쪽 눈의 수술을 잇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체로 2~3개월 간격을 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수술을 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도 1년이상 경과한 다음에 하는 것이 좋다. 수술중 또는 수술후의 합병증으로는 각막천공(자연치유된다) 감염증 난시의 출현, 근시의 잔존 등이 보고되고 있으나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자각증상(自覺症狀)으로 눈부심, 시력의 변동(오전에 호전, 오후에 감퇴) 등이 올 수 있다. 특히 한쪽만 수술했을 때는 두눈의 부동시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수술한 경우에는 가끔 재발작이 생기기도 한다.
방사상 각막절개술의 장점은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이고 근시교정도 확실하다는 점이다. 단점이라면 근시교정 효과가 완전히 판명될 때까지 6개월~1년 정도 소요되고 간혹 시력변동이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근시 및 원시교정 수술로 EKP와 KM을 들 수 있다(그림 5). EKP는 원래 백내장수술을 받은 무(無)수정체안의 시력교정을 위해 1980년 카우프만박사가 맨처음 시행한 굴절수술로 근시 및 원시의 교정이 가능하다. 이 수술은 사람의 각막실질을 동결건조법으로 처리한 다음 원하는 도수가 되도록 깎아 렌즈모양으로 가공한 뒤 근시나 원시환자에게 이식해주면 끝난다.
이 수술의 장점은 굴절교정효과가 좋고 심한 근시와 원시환자 그리고 난시 및 원추각막환자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원할 때는 언제라도 이식각막편(片)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그러나 수술과정이 복잡하고 이식각막이나 기구가 고가인 단점이 있다.
KM은 1961년 콜롬비아의 바라커박사가 개발한 수술법으로 환자 자신의 각막실질을 이용하게 된다. 이 수술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먼저 환자의 각막실질을 추출해 동결시킨다. 이어 컴퓨터로 원하는 크기와 도수를 계산해 동결된 각막실질을 깎는다. 그런 뒤에 다시 환자의 각막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 수술은 환자자신의 각막을 이용할 수 있고 근시나 원시를 쉽게 교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비가 고가고 수술방법이 번거로워 많이 시행되고 있지 않다.
근시교정수술의 가장 첨단의 방법으로는 이미 언급했듯이 엑사이머 레이저를 이용한 광굴절 각막절제술을 꼽을 수 있다 (그림 6). 기존의 방사상 각막절개술이 다이아몬드칼이나 레이저칼을 이용해 각막을 절개함으로써 각막의 굴절력을 변화시키는데 비해 광굴절 각막절제술은 각막표면을 레이저로 깎아낸다.
레이저를 이용하기도
이 수술은 무엇보다 심한 눈의 굴절이상을 바로 잡아주기 때문에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예컨대 방사상 각막절개술이 -3~-4 디옵터의 근시를 교정하는데 비해 이 수술은 -10~-13 디옵터의 극심한 근시 및 원시, 난시의 교정이 가능하다. 이 수술의 원리는 원자외선에서 방출되는 1백93nm의 레이저 빛을 각막에 선택적으로 투사시킴으로써 각막의 분자결합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막의 조직이 기화되어 각막표면이 깎이게 된다. 즉 눈과 레이저 사이에 엽전형태의 차단기를 설치한 다음, 근시 도수에 따라 차단범위를 점차 좁혀가면서 레이저를 쏜다. 그 결과 각막의 중심부가 깊어지고 계단모양으로 깎이면서 각막의 전체 두께가 얇아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이 수술은 전세계 안과분야에서 주요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엑사이머 레이저의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최근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잇따라 개발, 시술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임상실험 결과를 보면 이 수술은 안전하고 굴절교정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환자의 굴절상태를 살핀 컴퓨터가 계산한대로 시술하면되므로 임상의사들도 선호하고 있다. 게다가 수술시간이 1분 이내로 무척 짧고 간단하다. 그렇지만 기계자체가 고가이고(4억~5억원) 각막이 절제된 부위에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혼탁이 남는 단점이 있다. 현재까지 이 수술에 따른 특별한 합병증은 보고되고 있지 않으나 향후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수술비용은 한쪽 눈 수술시 1백50만원 내외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4천5백만 인구의 약 40%인 2천만명 정도가 눈의 굴절이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학입학생의 약 50%가 근시로, 일생동안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로 시력을 교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실로 굴절이상은 국민의 눈 보건상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여러가지 굴절교정수술이 보다 발전돼 안전하고 간편하게 실시될 수 있다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대신해 국민의 시력개선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