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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일렁이는 파도

1세대 별이 뿜어낸 물질이 2세대 탄생시킨다

시원한 파도가 절로 생각나는 뜨거운 여름이다.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만난 적이 있는가. 우주에서 넘실거리는 파도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5월 3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사진을 보자.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처’가 찍은 이 사진은 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것 같은 장면을 담고 있다.

붉은 파도가 장관인 이 현장은 지구에서 용골자리 방향으로 1만광년이나 떨어진 ‘용골성운’(Carina Nebula)의 남쪽이다. 이곳에 붉은 파도가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용골자리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배 아르고호에서 유래한다. 용골은 큰 배의 밑바닥 한가운데에 놓여 앞쪽에서 뒤쪽까지 선체를 받치는 길고 큰 나무를 말한다.

아르고호는 배를 젓는 노가 50개나 달린 커다란 목선이다. 선장 이아손은 그리스 영웅 50여명을 불러 모았다. 천하장사 헤라클레스, 음악의 명인 오르페우스, 쌍둥이 형제 카스토르와 폴룩스 등 쟁쟁한 영웅들이 자원했다. 그리스 영웅들은 아르고호를 타고 잠자지 않는 용이 지키는 황금양털을 찾아 떠났다.

아르고호의 원정길은 순탄치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서 폭풍우가 몰아쳐 배가 흔들리고 커다란 파도가 일어나 배를 덮치기도 했다. 두려울 것 없는 장사들도 물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오르페우스가 거문고를 타며 신비스런 소리를 내자 바다가 잠잠해졌다.

용골성운 사진 속의 파도는 아르고호가 만났던 거대한 파도가 아닐까. 용골성운은 우주공간에 가스와 먼지가 모인 거대한 덩어리다. 길이가 무려 200광년이나 된다. 성운에 나타난 붉은 파도는 별 탄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놀랍게도 용골성운은 여러 세대의 별들이 모여 있는 현장이다. 할머니별과 손자별이 함께 산다는 뜻이다. 제1세대는 태양보다 100배나 무거운 용골자리 에타($η$)별을 비롯해 에타별보다 약간 가벼운 몇몇 형제별이다. 이들은 아르고호의 영웅들처럼 성운에서 밝게 빛난다.

별도 2세를 ‘낳는다’. 용골성운의 1세대 별들은 빛과 물질을 강력하게 뿜어 주변에 커다란 ‘파도’를 일으킨다. 물질을 뿜어내는 속도는 무려 초속 2000km에 달한다. 별에서 나온 빛과 물질은 성운을 갈가리 찢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가스와 먼지를 밀집시켜 새로운 별들이 태어날 수 있게 해준다. 파도 속에 태아별이 자라는 생명의 보금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성운 곳곳에 출렁이는 파도 꼭대기를 들여다보라. 그 안쪽에 많은 별들이 보이는데, 이들은 새로 잉태된 별들이다. 가시광선으론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스피처의 적외선이 성운을 뚫고 그 안쪽을 비춘 덕분에 태아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1세대 별이 2세대 별의 탄생을 유발시키듯 이런 과정은 세대를 거쳐 계속 이어진다. 태양도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용골성운에서는 여러 세대의 별들이 1만7000개 이상 발견됐다. 거대한 ‘우주 집성촌’이 발견된 셈이다.
 

여러 세대의 별들이 모여 있는 '우주 집성촌' 용골성운. 곳곳에 넘실대는 파도는 손가락 같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 손가락 기둥들은 모두 하나의 별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 오른쪽 밖에 있어 보이지 않지만 그 별이 용골자리의 에타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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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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