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하늘의 모든 것에 도전한다 EADS

초대형 여객기 A380에서 갈릴레오 프로젝트까지

대형 여객기 에어버스, 전투기 유로파이터, 유럽의 위성항법시스템(GPS) 갈릴레오 프로젝트, 상업용 위성 발사체 아리안 로켓 등. 이들은 모두 유럽 최대 우주항공업체 EADS(European Aeronautic Defense and Space)와 관련된 제품이다.

EADS란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하늘에서 움직이는 것은 모두 EADS와 관계있다’고 자부할 만큼 다양한 항공우주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EADS는 2000년 7월 프랑스, 독일, 스페인 3개국의 기업 합병으로 탄생했고 2004년 총매출액 318억유로(약 39조원)로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2위를 달성했다. 기자는 EADS 그룹의 초청으로 지난 5월 3개 자회사를 방문했다. 헬기 제조사 ‘유로콥터’,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 제조사 ‘ATR’, 우주전문기업 ‘아스트리움’이 이번에 방문한 EADS 자회사다.
 

프랑스 툴루즈에 위치한 ATR 조립라인. ATR 최신 기종의 날개에는 탄소복합재료가 들어가 가볍고 강하다.


프로펠러 항공기의 실내소음 줄인 비결

파란 하늘 아래로 햇살이 쏟아지는 프랑스 남부 툴루즈 공항 활주로. 최근 시험 비행을 한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여객기 A380을 배경으로 자그마한 항공기가 눈에 들어온다. 기존 제트기와 다른 모습의 프로펠러 항공기 ATR72-500이다.

기내가 2층으로 돼 있어 최소 555명을 태울 수 있는 A380에 비하면 70석급의 ATR72-500은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A380이 침대칸, 스낵바, 라운지, 헬스클럽, 회의실까지 갖춘 ‘하늘을 나는 5성 호텔’이라면, ATR72-500은 대형 제트기에 못지 않은 쾌적함을 제공하는 ‘알짜 모텔’이라고 할 수 있다.

단거리 항공기 제작사 ATR의 최신 작품인 이 항공기는 비록 소형이지만 가죽시트의 앞뒤 좌석 공간이 그리 좁지 않아 나름대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ATR 마리오 포르미카 부사장은 “날개는 탄소복합재료가 들어가 가볍고 강하며 안쪽 벽에 동적 진동 흡수장치를 설치해 실내 소음을 줄인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양쪽 날개에 하나씩 달린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자 ATR72-500은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제트기에 비해 실내소음이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눈 덮인 피레네 산맥 위에서는 2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180° 비행 방향을 틀었다. 비행 속도는 일반 제트기보다 다소 느린 편이다. 항공기는 50분간의 비행을 마치고 사뿐히 착륙했다.

ATR 기종은 지금까지 72개국 120여개 항공사에 720여대가 팔렸으며 이착륙거리가 짧고 연비가 높아 세계 저가항공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성항공이 청주와 제주, 청주와 부산 간의 노선에 ATR72 구형을 들여와 운행할 계획이다.

구멍 생겨도 스스로 막는 첨단 전투 헬기

바람이 몹시 부는 지중해 근처 프랑스 마리냔 공항. 활주로 끝에서 날렵하게 생긴 헬기 한 대가 떠오른다. 유로콥터가 자랑하는 2인승 전투 헬기 ‘타이거’다. 전천후 야간비행 능력을 갖추고 있고 대전차 미사일, 공대공 미사일, 로켓포를 장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유로콥터 파트릭 부로 부사장은 “타이거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헬기”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진동을 줄인 헬기 동체와, 공격을 받아 구멍이 생겨도 스스로 그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연료탱크가 특징이다. 유로콥터의 또 다른 대표기종은 최신형 수송 및 해군용 헬기인 NH90이다. 동체의 대부분에 복합신소재가 적용된 이 헬기는 14~20명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잠수함이나 해상 목표를 공격하고 수색 및 구조 활동을 하는 데 적합하다.

헬기 조립라인을 둘러보면서 유로콥터의 현황을 들었다. 2t 정도의 경량 헬기에서 12t급 중량 헬기까지 제작하는 유로콥터는 군용 헬기보다 민간용 헬기 분야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유로콥터는 수송헬기 도핀, 민간용 경헬기 EC135, VIP용 헬기 ‘슈퍼 퓨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로콥터는 한국 해군에 알루에트Ⅲ를 인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 국내 경찰서, 소방서, 기업 등에서 쓰이는 헬기의 40%가 유로콥터 제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탔던 전용헬기도 유로콥터의 ‘슈퍼 푸마’다. 최근 유로콥터는 한국의 다목적 헬기사업(KMH)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프랑스 마리냔에 위치한 유로콥터의 헬기 조립라인. 유로콥터의 대표기종 중 하나인 NH90이 제작되고 있는 현장이다.


한국 통신해양기상위성 개발 참여

하얀 덧신에 줄무늬 가운을 입고 파란 천모자를 쓴 채 건물에 들어서자 거대한 육각기둥이 다가선다. 주변에는 각종 전자장비가 눈에 띈다. 독일 프리드리히스하펜에 있는 아스트리움의 위성 개발 현장이다. EADS 아스트리움의 에카르트 제텔마이어 박사는 “전천후 지구 관측 위성 ‘테라SAR-X’를 개발 중”이라며 “위성에 장착될 ‘합성 개구 레이더’(SAR) 덕분에 어두운 밤이건, 구름이 끼건 지구 촬영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SAR 위성은 1978년 미국의 해양탐사위성 SEASAT을 시작으로 최근 정찰위성으로 활약 중인 미국의 래크로스까지 다양하다. 2008년 발사될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5호’에도 국내 최초로 SAR 장비가 실린다. 기존 위성은 햇빛에 반사된 모습을 찍는 방식으로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영상을 얻을 수 없다.

SAR는 위성의 안테나에서 지상에 전파를 쏘아 그 반사파를 포착해 영상을 얻는 레이더의 일종이다. 안테나가 클수록 해상도가 높아져 관측지점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지만 위성에 실을 수 있는 안테나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 SAR는 작은 안테나가 고속으로 움직여 커다란 안테나를 흉내내는 방식이다. 2006년 봄에 발사될 ‘테라SAR-X’는 5m 길이의 안테나로 최고 1m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해상도 1m는 지상에서 가로와 세로가 1m인 지역이 영상에서 한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반면 고정된 안테나로 같은 결과를 얻으려면 길이가 10km에 달해야 한다.
SAR 위성은 깜깜한 밤이나 비 오는 날에 몰래 이동하는 적군의 차량도 추적할 수 있다. 또 산불, 홍수, 지진, 해양오염 등 재해에 대응하는 데 유용하다.

아스트리움은 2008년 발사할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 다목적 위성 ‘통신해양기상위성 1호’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 위성은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서 통신서비스, 기상관측, 해양 관측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유럽 최대 위성 전문업체 아스트리움은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화성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또 아리안5 로켓의 개발과 제작을 담당하며 국제 우주정거장(ISS) 사업의 핵심인 우주실험실과 로봇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이 독점하고 있는 GPS시스템에 버금가는 유럽의 독자적인 GPS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주계약자로 선정됐다. 고도 2만3600km에 30개의 GPS위성을 쏘아 올려 2008년부터 전세계를 포괄하며 정확한 위치와 시간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유로콥터의 최첨단 전투 헬기 '타이거'. 2인승 헬기로 전천후 야간비행능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200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기계공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