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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큰 웅덩이 가마솥 바위

가마솥 바위는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월출산의 가마솥 바위.


속리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해발 1054m의 문장대다. 문장대에 걸쳐진 철계단을 따라 정상에 올라서면 약 30명 가량이 앉을 수 있는 넓은 암반이 나타난다. 암반 바닥에는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돌을 쪼아 만들어 놓은 것 마냥 축구공에서 욕조만한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웅덩이가 파여 있어 찾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가나 계곡에 있을 법한 깊게 파인 물웅덩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산꼭대기의 암반에 생겨나게 됐는지 볼수록 신기하다.


문장대의 평탄한 암석 위에 원형이나 타원형의 항아리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인 구멍을 지형학 용어로는 ‘나마’(gnamma)라고 한다. 나마는 호주 원주민어의 ‘구멍’에서 유래한 것으로 최근 학술 용어로 정착됐다. 우리말로는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 ‘가마솥 바위’라고 부른다.

가마솥 바위는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문장대를 비롯해 월출산 구정봉, 설악산 울산바위, 지리산 세석봉, 관악산 정상부 등에도 가마솥 바위가 있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암석 해안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대개 강가나 계곡의 암반에서도 움푹 들어간 구멍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빠른 소용돌이 물살에 의해 하천 바닥 암반의 웅덩이에 들어간 자갈이 회전 운동을 계속하면서 암석의 주위가 마모돼 생긴 것이다. 지형학 용어로는 ‘포트홀’(pothole), 우리말로는 ‘돌개구멍’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물살이 전혀 없는 산꼭대기 암반에서 어떻게 가마솥 바위가 생겨났을까?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화강암이 땅속에서 수분을 많이 포함한 토양과 오랫동안 접촉하게 되면 화강암에 발달한 절리(節理)나 틈새로 수분이 침투하면서 침식이 진행된다. 이때 암석 표면의 특정 부분에 집중적으로 침식이 일어나면 그곳을 중심으로 요지(凹地) 형태의 작은 홈이 생겨난다.

이후 화강암을 덮고 있던 표토가 바람 등에 의해 깎여 사라지면서 화강암이 지표에 노출된다. 노출된 화강암 표면의 홈에는 빗물과 눈 등이 고이게 된다. 고인 물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할 때 화강암 표면도 함께 수축하거나 팽창한다. 이 과정에서 화강암을 구성하는 석영, 장석, 운모 등 광물 조각들이 조금씩 분해되거나 부서지면서 차츰 홈이 커져 커다란 구멍이 돼 가마솥 바위가 만들어진다.

만약 홈 안에 이끼나 초목 등 식물이 자리를 잡으면 화강암은 더 빨리 풍화된다. 화강암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유기산과 부식산을 내뿜으면서 암석의 화학적 풍화를 일으켜 암석이 보다 쉽게 붕괴되기 때문이다.

속리산 문장대와 월출산 구정봉 암반을 포함해 화강암 산지에 발달한 가마솥 바위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지금도 가마솥 바위는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더 깊이, 더 넓어지고 있다.
 

나마 생성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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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평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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