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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도체 개발중에 발견된 입자 애니온이 여는 신세계

1998년 노벨물리학상

인간은 영원히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있다. 마치 예술가가 완벽한 미를 추구하는 것처럼 물리학자 역시 같은 소망을 지니고 자연을 탐구해왔다. 이런 동기에서 발견된 좋은 예가 소립자들이다.

그러나 전하값이 전자 전하량의 분수 값을 갖는 애니온 입자의 발견은 순수 학문이 꼭 그런 동기에 의해서만 발전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 좋은 예이다.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차세대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려는 실용적 동기에 의해 만들어진 미세한 반도체구조에서 이런 희귀한 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애니온은 분수 양자 홀(Hall) 효과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새로이 도입된 입자다. 분수 양자 홀 효과란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에서 2차원 전자양자유체의 가로전도도가 시료에 무관하게 e2/h 의 분수값을 가지는 것이다 (e는 전자전하량, h는 플랑크 상수). 미국의 러프린(48, 스탠퍼드대 교수), 독일의 슈퇴르머(49, 콜럼비아대 교수), 미국의 추이(59, 프린스턴대 교수)는 분수 양자 홀 효과를 발견하고 설명한 업적으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차세대 저차원(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보다 낮은 차원인 2차원, 1차원, 0차원 등을 가리킴) 반도체물리는 이론과 실험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반도체소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양자효과들이 인간들이 만든 소자에서 발견되고 있다. 양자우물이라는 소자는 2개의 반도체를 샌드위치시켜 전자들을 폭이 약 1백 Å(1 =10-10m)인 포텐셜(양자우물) 안에 감금시킨다. 그러면 전자들은 평면 위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이때의 전자들은 양자유체를 형성하는데 전자간의 거리가 짧아 파동함수로 기술해야 한다.

양자 홀 효과 실험에서는 먼저 전류를 반도체 소자에 흐르게 한다. 그러면 로렌츠힘 때문에 전자들이 시료의 한쪽 가장자리로 이동해 이 전류의 수직 방향으로 전압차가 유도된다(홀 효과). 홀 저항은 유도된 이 전압차를 전류로 나눈 양이다. 보통의 저차원 반도체들은 매우 깨끗하나, 불순물이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므로 반도체의 저항값은 불순물의 성질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돼 불변하는 값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믿어져왔다. 그러나 1982년 추이, 슈퇴르머와 고사르트는 이 소자에서 놀랍게도 분수 양자 홀 효과를 발견했다.
 

홀 저항 측정장치


쿨롱 상호작용으로 설명

1년 뒤 러프린은 분수 양자 홀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기초이론을 창안해낸다. 러프린 이론의 핵심은 쿨롱 상호작용 때문에 전자 사이의 평균거리는 어떤 일정한 값 이상을 갖게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들뜬 입자가 존재하는데, 이 입자의 전하량은 기본 전하량 e 보다 작은 분수 값인(1/3)e 값을 가지며 페르미온도 아니고, 보존도 아닌 애니온(anyon)이라는 것이다. 이 입자를 자연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극저온 상태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2차원 평면에 강한 자기장을 수직으로 걸면 존재할 수 있다. (두 입자의 위치를 교환시킬 경우 페르미온은 입자들의 파동함수의 부호가 변하고, 보존의 경우는 변하지 않는다. 반면 애니온은 위상상수가 붙게된다.)

전자양자유체의 가로전도도가 (1/3)e2 /h인 값을 가지는 것과 들뜬 입자의 전하량이 (1/3)e 인 것과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무한히 가는 솔레노이드 안에 자기선속 값이 천천히 증가해 기본 양자선속값에 도달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패러데이 법칙을 적용해 보면 유도 전기장이 원호의 접선방향으로 생김을 알 수 있다.

이때 가로전도도가 유한한 값을 가지므로 반지름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 전류를 시간에 대해 적분해서 원호를 지나간 총 전하량을 구하면 그것이 바로 분수 전하량 (1/3)e 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로전도도가 (1/3)e2 /h인 값을 갖지 않게 되면 들뜬 입자의 전하량도 (1/3)e 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물질세계를 열다

98년도 노벨 물리학상 내용의 핵심은 극저온과 강한 자기장상태에서 만들어지는 전자양자유체의 가로전도도가 시료의 종류에 관계없이 e2 /h 의 분수 값을 갖고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입자인 애니온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질세계에서 무언가 보편적인 양을 갖는다는 것은 상황에 무관한 상수를 찾는다는 의미로 매우 중요하다.

또 그 보편적인 양을 설명하려고 도입된 새로운 입자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창의성에 의해 만들어진 저차원 반도체에 존재한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애니온의 실용적 가치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지만 분수 양자 홀 효과가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분명하다. 분수 양자 홀 효과를 나타내는 유체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물질상태이며 깊고, 아름답고, 새로운 물리적 개념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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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양승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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