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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맞춤형 줄기세포 시대 열다

난치병 치료용 복제 실용화 '한걸음 더'

지난 5월 19일 낮(현지시간) 세계의 눈과 귀가 영국 런던 과학미디어센터로 일제히 집중됐다. 지난해에 이어 또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을 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의 기자회견이 열렸기 때문.

황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난치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얻어냈다. 이를 질환 부위에 이식하면 건강한 세포로 자라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형’ 줄기세포라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없다.

세계 과학자와 언론들은 “치료용 배아복제의 실용화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획기적인 성과”라고 격찬했다. 이 연구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20일자에 실렸다.

남녀노소 환자에서 줄기세포 추출

줄기세포는 210가지나 되는 모든 장기로 자랄 수 있고 무한히 분열, 증식하기 때문에 난치병 치료의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

황 교수팀은 10~56세의 남녀 척수손상 환자(9명), 6세 여자 소아당뇨 환자(1명), 유전병인 선천성 저감마글로불린혈증을 앓고 있는 2세 남자 환자(1명)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얻었다. 체세포에서 환자 자신의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핵을 분리하고, 이미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했다. 다음 전기충격으로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했다. 이 과정이 정자와 난자의 결합 없이 배아를 만드는 ‘복제’다.

난자는 30세 이하 10명의 여성에게서 125개, 30세 이상 8명에게서 60개를 무상으로 기증받았다. 30세 이하 여성의 난자가 핵이식 성공률이 더 높았다. 황 교수팀은 핵이식된 185개 난자를 4~5일간 배양했다. 그 중 31개가 배아 발생 초기단계인 배반포기까지 배양 성공. 이들 배반포 내부 세포덩어리에서 11개의 줄기세포주를 얻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2월 이미 복제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얻은 줄기세포주는 단 한 개뿐이다. 게다가 체세포와 난자 모두 ‘건강한’ 여성 1명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 줄기세포는 ‘여성용’이었던 셈.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 뿐만 아니라 환자 자신의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얻었기 때문에 이를 환자에게 이식해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여성 척수질환 환자(33세)의 경우 자신의 체세포 핵을 자신의 난자에 이식해 줄기세포를 얻었다.

또 지난해에는 여성 16명에게서 난자 242개를 제공받아 단 1개의 줄기세포주를 얻은데 비해 이번에는 난자 185개에서 11개나 얻었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더 효율적으로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1~3번째 줄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가 인체 여러 조직으로 분화되고 있는 모습. 피부(A, I, R), 원시신경(J), 망막(Q)은 외배엽, 줄무늬근(C, K), 연골(D, L, T), 민무늬근(G, O, P, W), 뼈(S)는 중배엽, 신장(E, U), 위장관조직(F, M, V), 결장(대장의 일부, H), 점액분비샘(N), 호흡기(X)는 내배엽에서 분화한다. 마지막 줄은 줄기세포가 분화 초기인 배양체 단계까지 자랐을 때 염색해 어느 배엽(특정 조직을 만들어내는 세포층)으로 분화할지를 예측한 것. Y, Z, a는 외배엽, b, c는 중배엽, d, e는 내배엽으로 나타났다.


‘거부반응 제로’, 하지만 아직은···

황 교수팀은 이번에 얻은 줄기세포주에 면역표지물질을 넣어 환자 자신의 세포와 비교해봤다. 그 결과 11개 모두 환자 자신의 세포와 면역학적으로 완전히 일치했다.

또한 줄기세포를 실제로 기형종 세포에 넣어 배양해봤더니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세 층으로 모두 분화했다. 외배엽은 눈의 망막, 피부, 원시신경조직으로, 중배엽은 뼈, 연골, 근육으로, 내배엽은 점액분비샘, 신장, 위장관조직, 호흡기조직, 대장의 일부인 결장으로 각각 분화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줄기세포의 ‘만능’ 분화능력이 증명된 것.

지난해 연구에서는 실제로 복제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일한 여성의 난자와 체세포로 배아복제를 시도했기 때문에 난자 혼자 스스로 분화해 배아로 자라는 ‘단성생식’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황 교수팀은 남성 체세포로부터 얻은 줄기세포에는 정상 XY 염색체가, 여성 체세포로부터 얻은 줄기세포에는 정상 XX 염색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가 남성이건 여성이건 간에 줄기세포가 모두 제공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황 교수팀은 ‘맞춤형’ 줄기세포를 실제로 임상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환자 체세포를 이용해 얻은 줄기세포가 향후 환자와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자 치료에 쓰려면 줄기세포가 반드시 ‘건강한’ 조직으로 분화해야 한다.

동물 유래 물질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방법도 개발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난해보다 동물 유래 물질이 덜 사용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체세포를 분리할 때 동물 효소와 혈청이 필요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만능 줄기세포를 질환 부위에 딱 알맞은 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황 교수팀은 줄기세포를 동물에게 이식해 원하는 장기의 세포로 자라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줄기세포가 대책 없이 계속해서 분열해도 문제다. 난치병을 치료하려다 자칫 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
 

배아 복제해 줄기세포 얻는 과정


생명윤리 논란 여전

지난해 황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를 얻었을 때 세계 많은 전문가들은 242개라는 많은 난자를 사용했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황 교수의 연구원 중 2명이 난자를 제공한 것 같다고 보도해 윤리문제를 촉발시켰다. 당시 황 교수팀은 이를 부인했다. 생명과학 연구 국제지침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하는 여성은 연구책임자로부터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난자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하려면 호르몬제를 먹여 과배란을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복통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 또한 윤리문제를 낳는다. 황 교수팀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논문에 “난자와 체세포 제공자들은 모두 충분한 설명이 있는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미성년자인 경우 부모가 같은 방법으로 동의했다”고 명시했다.

황 교수팀은 이번 연구가 올해부터 국내에서 발효 중인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아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정 후 태아가 되기 전인 2개월까지를 배아라고 하는데, 배아는 어떤 조직으로 분화할지 정해지지 않은 세포덩어리”라는 게 황 교수팀의 입장.

‘사이언스’는 황 교수 논문 바로 뒤에 ‘정책포럼’ 코너를 마련해 생명윤리학자인 미국 스탠포드대 데이비드 매그너스 박사와 밀드레드 조 박사의 논평을 실었다. 이들은 과배란을 유도한 여성 중 적게는 0.3%, 많게는 10%까지 통증 또는 신장이상이 나타나고 불임이 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를 난자 제공자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충분히 알렸다”고 답했다.

논평은 과학자가 외국에서 배아복제 연구를 할 때 어느 나라의 규정을 따라야 하는지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황 교수 연구에는 서울대 수의대, 의대, 농업생명과학대, 한양대 의대, 미즈메디병원, 하나병원 소속 한국인 24명 외에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제럴드 섀튼 교수도 참여했기 때문.

저자들은 난자 제공자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동의 양식도 연구와 불임치료 목적을 구분할 것, 저널은 불법이나 비윤리적 내용을 싣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할 것, 난자 제공자나 환자들이 ‘치료용 복제’라는 용어를 ‘치료’로 오해하지 않게 할 것 등도 촉구했다.
 

남성(A)과 여성(B)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에 화학 물질을 넣어 모두 만능 분화능력을 가졌음을 확인했고(C:남성, D:여성), 각각 정상 남성 염색체(M)와 여성 염색체(N)를 갖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생명공학 한류 열풍 ‘황사마’

“백신이나 항생제 발견에 맞먹는 사건이다.”

세계적 복제 전문가인 미국의 섀튼 교수(사진 오른쪽)는 황 교수팀의 성과를 이렇게 격찬했다. 미국 USA투데이, 영국 BBC 방송, 일본 아사히신문 등 세계 각국의 언론은 앞다퉈 황 교수의 성과를 톱기사로 대서특필했다. BBC는 “무엇보다 환자의 몸 안에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획기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줄기세포를 처음 추출한 교토대 나카쓰지 노리오 교수는 “황 교수팀의 연구자료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감탄했다.

황 교수팀 성과에 세계 정치권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미국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은 “유망한 첨단의학인 줄기세포 연구에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이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에 밀리게 됐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정부 자금이나 납세자들의 돈이 생명을 구한다며 생명을 파괴하는 과학을 지원하는데 사용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만약 그런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다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여전히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고 있던 독일은 정부 대변인 벨라 안나를 통해 “2년 안에 관련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팀 성과에 대해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지정한 공식 보도시점은 한국시간으로 5월 20일 오전 3시. 과학동아가 그 전에 입수한 미국과학진흥협회의 보도자료는 놀랍게도 한국어였다. ‘사이언스’ 발행 이후 보도자료가 한국어로 먼저 나온 적은 처음. 실감나는 생명공학 ‘한류 열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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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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