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론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거론을 해오기는 수십년이 되었지만 그것은 늘 정치이슈들 가운데 주변에 머물곤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환경문제가 정치의 중앙부위에 떠오르고 있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유럽각국에서 환경문제는 주된 정치의제(mainstream political agenda)가 되었으며 덴마크 사람들이 녹색열병(green fever)이라는 말을 쓰고 있을 정도로 정치인들을 괴롭히는 과제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도 '엑슨'사의 유조선 기름 누출(900평방마일 이상 오염)을 계기로 신문·잡지 방송등 언론기관은 환경문제를 소홀히 취급하는 법체계와 행정기능, 그리고 기업체의 무성의에 대해 맹렬한 비판·공격을가하고 있다. 큰 사고가 나야 문제해결에 나서는 태도는 지양돼야겠지만 80년대들어 사고자체가 너무 심각해서 환경보호에 대체로 무관심했던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관심을 안가질 수 없게 되었다.
연속 대형사고
체르노빌원전사고를 비롯해 남극에서의 아르헨티나 화물선 기름누출, 알래스카 연안에서의 엑슨유조선의 기름 누출, 화석연료와 프레온가스로 인한 남극과 북극에 생긴 오존구멍등은 인류를 포함한 지상의 모든 생물들의 생존조건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 것들이다.
체르노빌사고로 인한 방사능은 이제 남·북아메리카에서도 검출되고 있으며 남극에서의 기름누출은 펭귄과 갈매기등을 계속 죽이고 있다. 앨래스카에서도 기름에 덤벅이 된 오리와 물개가 다수 발견되었다.
또 오존구멍이 생겨 남극 주변 해역에서 이미 플랑크톤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공해의 누적은 지구 대기중의 산소비율을 낮추고 있으며 전체적인 기온 상승효과를 가져와 지난 1백여년동안 가장 더운 여름이 모두 80년대에 세번이나 기록 되었다.
사정이 이렇게 악화되어가자 환경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을 단순히 이상주의자로 치부할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서독과 프랑스에서는 정치인들이 환경문제 집회에 자주 나가게 되었고 환경문제에 비교적 냉담했던 '대처' 영국수상도 런던 파크에서 쓰레기를 줍고 연설을 하는 등 새로운 각오를 표명했다.
5월초에는 네덜란드의 '루드 러버스'수상이 공해방지법처리를 둘러싼 문제로 사임을 해야했다.
원자력발전의 위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던 프랑스사람들도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눈을떠 최근의 지역선거에서 녹색당을 많이 지지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는 6월 '유럽의회' 의원선거에서 녹색당은 14~17%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84년 겨우 3.3%의 지지를 받은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서독의 녹색당도 지난 연초 지방선거에서 힘을 얻어 사민당과 연합으로 일부 지역에서 기민당시장들을 몰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서독 녹색당은 환경문제보다 사회문제에 보다 관심을 두고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주요국가들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히 고려되고 있다는 것은 만시지감이 있지만 다행한 일로서 이것이 일시적현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환경보호론자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