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장에는 대략 1000조개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인체의 면역계를 자극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을까. ‘면역 역설’로 불리는 이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하버드의대 로리 콤스탁 교수팀은 미생물이 숙주에서 얻은 당분자로 표면을 코팅함으로써 숙주와 공존하는 전략을 개발했다고 ‘사이언스’ 3월 18일자에 발표했다.
대장에 흔한 세균인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Bacteroides fragilis)는 푸코스라는 당분자를 만들어 세포표면을 코팅한다. 연구자들은 세균의 게놈에서 이 당분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푸코스로 만든 코팅을 유지했다. 자신이 못 만들 경우 숙주의 내장세포에서 푸코스를 훔쳐와 치장을 한 것이다.
그러나 푸코스를 가져오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마저 없애자 이들은 대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연구자들은“세균이 숙주와 공생하는데 당분자를 이용한 위장이 중요하다”며“당분자가 정확히 어떻게 면역계를 눈감게 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