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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 일어나는 1등성 성식

달과 별이 만날 때 하늘을 본다

지난 2월 23일은 정월대보름으로 ‘달덩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대보름달이 하늘에 둥실 떠올랐다. 달은 한 달을 주기로 그 모양을 바꾸기도 하지만 밤하늘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이기도 하다. 방랑자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법. 달도 수많은 별을 만난다. 달이 올해 만나는 수많은 별 중에서 이번 3월에 가장 밝은 별을 만난다. 자, 그 장면을 구경하러 가보자.
 

토성식의 모습^이번 안타레스성식 때와 비슷한 원령이므로 달의 모습이 유사하다. 달을 막 빠져나온 토성을 명확히 찍으려다보니 달이 과다노출됐다.


달의 위치는 늘 골칫거리

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대상이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달이 한 달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달을 면밀히 살펴보던 사람들은 달이 항상 같은 하늘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란 사실도 알게 됐다. 지난 달에 지나간 길과 이번 달에 지나가는 길이 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항상 복잡한 문제를 일으켰다.

만유인력과 행성운행의 법칙으로 태양계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된 이후에도 달의 움직임은 여전히 골칫거리였다. 큰 흐름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따르지만 지구뿐 아니라 수많은 다른 천체들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달의 움직임에 미세한 오차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성들의 위치 오차는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거의 무시할 수준이지만 달은 너무나 가까이 있어 조금의 오차로도 위치가 많이 틀어져 버리기 때문에 오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오늘날에도 달의 위치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는 수백 개의 주기함수로 이뤄진 복잡한 수식이 요구된다.

달의 위치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선 먼저 달의 위치를 측정하는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허공에 떠있는 달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 많은 천문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왔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성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성식(星蝕)이란 달이 별 앞을 지나가면서 별을 가리는 현상이다. 달에 비해 별은 무한히 멀리 떨어져있지만 지구에서 우리가 볼 때에 그 둘은 서로 겹쳐져 보인다. 한편 지구 자전을 무시하고 공전만 생각하면 별은 1년에 한번 하늘을 한 바퀴 돌지만 달은 한 달에 한 바퀴 돌고 있다. 즉 달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움직인다. 그 결과 달에 의해 별이 가렸다가 다시 나타나는 현상이 한시간 정도 사이에 일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성식이다.

성식이 중요한 이유는 달의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위치가 알려져 있는 별 앞을 달이 지나가면 달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또 달은 가까이 있으므로 지구상의 다른 지역에서 바라보면 약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즉 성식이 일어나는 시간과 밤하늘에서의 위치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서로 다른 각 지역에서 관측한 성식 데이터를 이용하면 달의 공간적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황도에서 6.5。 이내의 범위에 있는 모든 별은 성식의 대상이 된다. 이 지역에 해당하는 밝은 별이라면, 지구를 제외한 여덟 행성을 포함해 사자자리의 레굴루스, 처녀자리의 스피카, 쌍둥이자리의 풀룩스,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전갈자리의 안타레스가 있다. 1등성이 모두 다섯 개가 있는 셈이다. 또 2등성의 별도 여섯 개가 있으며 이밖에 중요한 대상으로 플레이아데스와 히아데스성단이 있다.

별이 오랜 시간 동안 달에 가려지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할까.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자. 일단 별이 달의 중심부분을 지나간다면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이 첫째 조건이다. 이를 좀더 상세히 설명한다면 별과 달의 중심과 관측자를 이은 선이 정확히 직선이 돼야 한다.

두번째는 달이 지구에서 가장 먼 곳, 즉 원지점에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멀리 있을수록 달의 움직임이 느리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관측자의 위치가 지구 적도여야 한다.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관측자의 상대적인 움직임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달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네번째는 성식의 식심이 하늘의 정남, 즉 자오선 위치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런 조건일 때 가장 시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다 만족한다면 성식은 최대 1시간 54분간 일어날 수 있다.
 

성식이란 관측자가 볼 때 달이 가려져 벼링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31일 새벽에 있는 안타레스성식은 전가자리의 1등성 안타레스가 천구에 투영된 달 속에 들어있을 때 일어난다(큰 그림). 달과 별은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달이 더 빨리 움직이므로 달의 위치를 고정하면 별이 서쪽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성식에서 안타레스의 이동궤적(작은 그림).


안타레스가 달에 가린다

3월 31일 새벽, 전갈자리의 1등성인 안타레스가 달에 가려진다. 이때 월령은 20.3일이며 안타레스의 밝기는 1.2등급이다.

아쉽게도 관측조건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안타레스가 달에 잠입하는 시각에 달은 남동쪽 대단히 낮은 곳에 위치해 고도가 불과 10。 정도다. 그러나 약 1시간 뒤 안타레스가 달에서 벗어나는 시간에는 고도가 높아져서 관측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 성식이 일어나는 시각은 잠입시각이 0시 26분 무렵이고 출현시각이 1시 24분 경이다. 대략 1시간 가량 성식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 천문현상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성식 가운데 가장 밝은 것으로 1등성 성식으로선 유일하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밝았던 성식은 전갈자리 델타성 성식으로 2등급의 별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최근의 1등성의 성식으로는 지난 99년 6월 18일 레굴루스성식이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무려 6년만의 1등성 성식이라고 하겠다.

보름달이 지나 하현달에 가까워지는 상태이므로 달의 동쪽이 밝고 서쪽이 이지러져 어둡다. 그러므로 안타레스는 달의 밝은 쪽에서 잠입해 어두운 쪽에서 나타난다.

맨눈으로도 밝은 별이 달 바로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장관을 즐기기에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물론 쌍안경이 있다면 최고의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안타레스의 출현 시점이다. 어두운 달 표면 뒤편에서 갑자기 빛살처럼 비치는 밝은 별빛. 그 환상적인 느낌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1등성 성식^과거에 있었던 1등성 성식으로 달 바로 옆에 있는 밝은 별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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