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한계없는 커뮤니케이션에 도전한다

초고속 인터넷도 이젠 무선 시대

 

초고속 인터넷도 이젠 무선 시대


2006년 8월의 어느날. 가수 비는 2005년 연말 선보인 4집 앨범 활동을 마치고 ‘정지훈’이란 본명으로 영화를 촬영 중이다. 그는 얼마 전 한 이동통신사 S사의 광고를 촬영하고 기념으로 휴대단말기를 선물 받았다. 이 단말기는 이동전화와 MP3플레이어, 5메가픽셀의 카메라는 기본이고 200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를 볼 수 있는 기능에 ‘와이브로’(Wibro)라는 휴대인터넷 기능을 덧붙였다.

그는 종종 촬영이 없는 자투리 시간이 나면 휴대인터넷으로 자신의 ‘와이브로싸이월드’(Wibro Cyworld) 방명록에 올라온 팬들의 글에 답글을 단다. 촬영 현장을 찍어 바로 올리니 팬들의 반응은 꽤 좋다. 물론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사진을 올릴 수는 있었지만 사진 크기도 작고 시간도 오래 걸려 사용료가 너무 많이 나왔다.

반면 와이브로는 한달에 일정 요금만 내면 게임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고 인터넷 접속도 자유로워 편리하다. 얼마전에는 ‘와이브로 전용 검색엔진’이 나와 촬영장 주변의 맛집과 멋집을 찾아다니는 재미에 쏙 빠져있다. 내일은 토요일. 오랜만에 촬영이 없는 날이다. 기획사 매니저와 함께 최근 개봉한 영화 톰 행크스 주연의 ‘다빈치 코드’를 보러갈 생각이다. 지금 바로 예매해야겠다.

물론 소설 같은 얘기다. 하지만 가수 비뿐만 아니라 비의 팬들도, 우리도 실제로 내년 6월부터 이같은 휴대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최초로 인정받은 통신서비스

“버스나 자동차 안에서도 편리하게 인터넷을 쓸 수 없을까?” “PC방이나 집에 가지 않고도 길거리에서 필요한 자료를 내려받을 수는 없을까?” “공원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심심한데 리니지나 했으면 좋겠다”라고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KT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휴대인터넷용 고출력 중계기를 선보였다. 중계기의 개발은 본격적인 이동식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예고한다.


와이브로는 이런 이용자의 요구로 개발됐다. 와이브로라는 말은 ‘무선광대역인터넷’(Wireless Broadband Internet)의 영어식 줄임말로 한국에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와이브로가 세상에 나온 것은 이용자의 요구와 기술 발전이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최고 100Mbps(메가비피에스)까지 가능한 초고속 인터넷은 2007년부터는 광대역통합망(BcN)이란 것으로 바뀐다. 2년 후면 이 망을 통해 최대 1GHz의 전송속도로 통신과 방송서비스, 디지털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제공된다.

현재 컴퓨터나 노트북을 통해 쓰고 있는 초고속 무선인터넷도 2.3GHz대역의 주파수를 타고 더 자유로워진다.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이 출현하는 것이다. 원래 2.3GHz 대역은 지난 1998년 가입자와 전화국간 전화 회선을 무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KT와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에 할당한 주파수였다. 그러나 당시 이 주파수는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실패해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2002년 10월 정통부는 2.3GHz 주파수 이용 정책추진 방안을 다시 확정하고 지금의 와이브로 용도로 바꿨다. 주파수는 국가 소유의 공공자원이기 때문에 쓰지 않는 주파수는 국가가 회수하고 필요한 용도로 재배치한 것이다.

정부는 와이브로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술이라고 판단하고 일찍부터 표준을 확정했다. 무선접속 시스템 규격으로 시분할복신(TDD)방식, 접속방식으로는 직교주파수분할다중(OFDMA)이 채택됐다. 이 표준안은 휴대인터넷의 국제규격인 IEEE 802.16e표준으로 선정되면서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는 와이브로를 다른 나라보다 빨리 상용화에 성공해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정부는 서비스를 담당할 사업자로 KT와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을 선정했다. 사안이 중요한 만큼 당초 예상보다 발표를 한달 정도 앞당긴 것이다.

세 회사는 이르면 내년 4월, 늦어도 내년 6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올 연말께는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엔 일반 사용자들도 초고속 휴대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세 회사는 신규 서비스의 성공적인 출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선 서비스 사업자였던 KT나 하나로텔레콤은 무선시장 진입의 기회로, SK텔레콤은 4세대 이동통신으로 가는 중간다리로 와이브로를 보고 있다.

물론 휴대인터넷이란 개념은 한국만의 독자적 발상이 아니다. 지금도 유럽 각국은 다양한 휴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의 UK 브로드밴드나 아일랜드의 아이리시 브로드밴드, 독일의 에어데이터AG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기지국이 바뀌어도 통화가 끊기지 않고 전환되는 기지국간 핸드오프가 금지돼 있어 이동 중 이용이 불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와이브로가 CDMA의 뒤를 이을 차세대 통신서비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와이브로 시제품 개발은 CDMA 상용화 이후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이 거둔 최대 쾌거”라며 “이 기술을 세계적으로 상용화 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핵심 먹거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2010년 개인과 기업 수요를 포함해 929만명의 가입자와 시장규모는 3조2000억~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휴대전화 기술인 CDMA가 미국에 비싼 로열티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면 와이브로는 핵심기술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삼성전자 등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ETRI와 삼성전자는 2003년부터 약 430명의 연구 인력과 4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한 결과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열린 시연회에서는 시속 20km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실시간 뉴스방송과 고선명(HD)영화 ‘매트릭스’를 끊김없이 방영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방송과 동일한 화질과 속도, 안정성으로 방송과 영화를 동시에 시청하는데 무리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왼쪽)이 지난해 12월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인터넷 서비스 관련 단말기와 모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휴대인터넷 서비스는 2006년부터 시작된다.


특히 지난 2003년부터 와이브로 장비를 개발해온 삼성전자는 올 11월께 노트북형 와이브로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포스데이터와 LG전자도 휴대인터넷 장비를 자체 개발 중이어서 와이브로는 서비스와 장비가 나란히 국산화의 길을 걷고 있다.

신규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부터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 높다. 최근 ETRI가 발표한 ‘와이브로 수요전망 및 단말기 선호도를 기준으로 한 시장 세분화 연구’ 보고서에서는 2004년 10월 서울과 6대 광역시 시민 6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3.6명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와이브로가 이동중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빠른 전송속도를 장점으로 꼽고 있다. 특히 이메일 확인과 자료 검색, 멀티미디어메시지, 게임 등의 이용 의사가 높아 와이브로만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한계없는 인터넷

와이브로의 출현은 선 없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로의 진입을 뜻한다. KT의 메가패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포스, 두루넷과 같은 유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언제 어느 때든 원하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누구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네이버의 지식검색이나 다음의 카페, 네이트의 싸이월드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휴대전화로도 이런 서비스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용요금이 비싸고 느려서 사용자수가 인터넷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이 사실이다. SK텔레콤의 네이트나 KTF의 매직엔, LG텔레콤의 이지아이와 같은 휴대전화용 무선인터넷은 편리하긴 하지만 한계가 많았다. 음성전화 서비스를 위해 개발된 부가서비스이기 때문에 전송용량에 한계가 있고 속도도 100kbps에 불과해서 주문형비디오(VoD)이용요금이 3분당 2000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무선랜 서비스 역시 한계가 많다. 무선랜은 전송속도가 1Mbps로 빠르긴 하지만 달리는 자동차에서는 쓸 수 없다. 또 반경 100m에 불과한 핫스팟존을 벗어나면 접속이 끊긴다. 지금도 전국에 약 4만개의 무선랜용 간이기지국인 엑세스포인트가 구축돼 있지만 가입자는 40만명에 불과하다.

반면 와이브로는 장점이 많다. 전송속도가 1Mbps에 이르고 60km/h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기지국에서 1km이상 떨어져 있어도 접속할 수 있다. 정액 요금제가 가능해 이용료가 싼 것도 장점이다.

휴대전화가 나왔을 때 세상은 한번 바뀌었다. 집마다 한 대뿐이던 TV를 개인이 한 대씩 갖게 된다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세상을 또 한번 바꿀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집이나 학교에서만 가능했던 인터넷을 차를 타고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뀔까.

이동전화나 PDA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와 결합했을 때를 한번 상상해보자. 학교 잔디에서 동영상 채팅을 하고 지루한 출근길엔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로 무료함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등교하면서 뉴스를 보고 친구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미리 영화표를 예매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상상속의 서비스는 하나하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은 기존의 유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메가패스와 하나포스를 보완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SK텔레콤 역시 휴대전화를 통해 이용하던 무선인터넷을 대체할 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화(VoIP)와 결합한 와이브로 서비스는 무료 통화 시대를 앞당길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으로 무료 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데 휴대인터넷으로 못할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충분히 성장하게 될 2010년경 와이브로폰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C나 PDA같은 단말기에 USB장치를 장착만 하면 휴대전화로 사용하게 된다. 기존 휴대전화로서는 위협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단말기의 모습과 기능도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휴대전화는 전화기와 MP3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기능이 합쳐진 형태다. 거기에 TV와 인터넷까지 흡수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모습일까. 휴대전화가 다시 이 모든 것을 통합할까, 아니면 전화와 다른 기능이 합쳐진 휴대형미디어플레이어(PMP)를 따로 사야만 할까.

이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실시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대인터넷 잠재 이용자의 51%가 단말기로 휴대전화를 1순위로 꼽았다. PDA(20%)가 그 다음을, 핸드핼드 PC(6%), 노트북(2.3%)이 차례로 그 뒤를 따랐다.

와이브로는 우리 일상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이다. 지금도 버스나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게임이나 검색, 채팅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수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은 와이브로가 50Mbps급 전송속도와 250km/h이상 속도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규 서비스가 붐을 타고 각 기업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매진한다면 몇 년 뒤 “이제 KTX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는 뉴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초는 위험해

와이브로라는 신기술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서비스이니만큼 불확실한 요소도 있다. 2000년 시장에서 퇴출된 시티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시티폰은 지금의 이동전화만큼 대중화된 무선호출기를 보완할 수 있다고 인식됐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고 초기엔 투자도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발신자 중심의 서비스, 제한된 이동성 때문에 저렴한 요금임에도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했다.

지금의 무선랜도 서비스 초기엔 속도와 공간의 제약 때문에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와이브로 또한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으면 시장에서 사장될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동전화가 2.5세대에서 3세대, 4세대로 진화할수록 와이브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와이브로와 휴대전화가 시장에서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조기 출범하면 수명이 짧은 틈새서비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또 향후 1~2년 내에 위성DMB와 지상파DMB, CDMA망과 WCDMA망을 통해 각종 방송서비스가 시작된다.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신규 서비스가 속속 출현하면서 소비자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할지 장담하기 힘들다.

한편에서는 주 이용자층도 서비스 출범 초기에는 비즈니스맨이나 학생 등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휴대인터넷을 이용할만한 수요는 아무래도 발랄한 20~30대 젊은층일 수밖에 없다. 월 3만원이라는 사용료는 무선랜이나 무선인터넷에 비해 싸지만 전체 통신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을 때 적지 않은 부담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통신비가 가계에서 부담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 휴대전화 외에 새 단말기를 갖고 다녀야 한다는 부담감이 신규서비스 가입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5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손재권 전자신문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